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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사람] 소통 못하면 고통 생긴다

등록 2009-01-06 18:42수정 2009-01-06 19:11

김연수(사진)
김연수(사진)
이상문학상 받는 소설가 김연수씨
단편 ‘산책하는…’ 본원적 고통 조명
“촛불집회 참가도 산책의 하나였어요”

“처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고교 시절 이상의 <오감도>를 읽으면서였습니다. 10년 전쯤 문학을 계속할지 취직할지를 놓고 고민할 때, 마지막으로 문학이라는 것과 부딪쳐 보자는 생각에서 쓴 게 장편 <꾿빠이, 이상>이었고요. 그 소설을 쓰면서 소설을 쓴다는 게 무언지 비로소 알게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이상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게 되니 기분이 묘합니다.”

소설가 김연수(사진)씨가 6일 제33회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수상작은 계간 <자음과 모음> 2008년 가을 창간호에 실린 단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이다. 심사위원단(김윤식·권영민·윤후명·조성기·최윤)은 이 작품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본원적인 고통의 의미를 ‘코끼리’라는 상징을 통하여 텍스트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다”면서 특히 “메타적 글쓰기 방법에 의해 상호텍스트적 중층성을 확립하고 있다”는 점을 수상 사유로 들었다. 메타적 글쓰기란 글쓰는 행위와 작품 자체를 성찰 대상으로 삼는 글쓰기를 가리키고, 상호텍스트성이란 다른 작품이나 책을 인용하거나 언급하는 일을 이른다.

김연수씨는 문단에서 유난히 상복이 많은 작가로 통한다. 1994년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등단한 이래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비중 있는 문학상을 두루 섭렵했다. 그만큼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6일 낮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해가 바뀌어 세는 나이로 마흔이 되었습니다. 조용히 숨어 지내면서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해 생각해 보려던 차에 큰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늘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불안하고 불확실한 마음인데, 이렇게 중요한 상을 받게 되면 적어도 당분간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김씨는 “이 작품을 쓰던 지난여름엔 자주 거리에서 ‘산책’을 할 일이 있었다”며 “산책을 하는 동안, 고통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촛불집회 참가 역시 산책의 일종이었다”며 “암이든 고독이든, 서로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할 때 고통이 생긴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권영민 교수(서울대 국문과)는 “수상작은 현실 세계를 반영한다든지 실재성을 추구한다든지 하는 리얼리즘적 관점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소설의 미적 자율성에 대한 작가의 신념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소설의 기법과 정신을 고양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문학상 상금은 3500만원이며, 시상식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소월 시문학상, 김환태 평론문학상 등과 함께 11월 중에 열린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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