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단지 박영사 안종만 회장(출판인 겸 콜렉터).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파주 출판단지에 갤러리 낸
박영사 안종만 대표
박영사 안종만 대표
40여년 책을 만들어 온 출판사 대표가 작가의 입주 아틀리에까지 겸한 갤러리 공간을 열었다. 주인공은 도서출판 박영사의 안종만 대표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안 롯데아이티캐슬 5층의 박영사 본사. 20m에 이르는 책꽂이 복도에 6500여권의 책이 꽂혀 있다. 1952년 출판사가 생긴 이래 펴낸 이 책들은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이라도 한두 권쯤 보았음직한 대학 교재들. 직원 사무실은 갤러리와 흡사하다. 루이즈 부르주아, 도널드 저드, 솔 르윗, 게르하르트 리히터, 프랭크 스텔라, 앤디 워홀 …. 곳곳이 유명 작가 작품들이다.
건평 1000평에 입주작업실까지
“가진 것들 대중과 공유하고 싶어” “사원 복지와 출판사 이미지를 위해 1년에 한 번씩 바꿔 걸어요. 창고에 두면 먼지만 쌓이죠. 서로 좋잖아요!” 정작 갤러리는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다. 갤러리박영. 건축가 김영조씨가 설계해 지난해 11월 개관한 2층 건물로, 건평 1000평의 아름다운 공간이다.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개관전에는 김태중, 낸시랭, 이지현, 이진준, 최진아, 한지석 등 젊은 작가 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층 레지던스 공간에 입주한 1기 작가들이다. “땀 흘려 모은 재산 일부를 대중과 공유하고, 문화사업을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미술에 미쳐 20년 넘게 수집해 온 나의 애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십시오.”
컬렉션 1호로 구입한 것은 문범의 <레거시>. 80년대 초 경영을 이어받은 직후였다. 예술을 좋아했던 아버지(안원옥)를 따라다니며 안목을 키워 왔던 터. 동양회화를 즐겼던 선친과 달리 처음부터 비구상 컨템퍼러리 작품으로 시작했다. “연애할 때 상대방 속을 모르면 무척 궁금하듯 비구상이 당겼다”고 했다. 국내 전시는 물론, 스위스, 미국 뉴욕, 독일 쾰른, 프랑스 파리 등지의 해외 아트페어를 엄청 다녔다. 놓치기 아까운 작품을 만나면 아내 몰래 대출 받아 구입하고 나중에 갚느라 진땀을 뺐다. “우선순위가 미술이었어요. 반은 미쳤던 거죠.”
특유의 저지르는 성격은 파주출판단지 이채상가를 만들 때도 드러났다. 남들은 사옥을 짓는데 그는 상가를 짓자고 덤볐다.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단지 완성도가 높아지고 출판사들 입주가 앞당겨질 거라는 기대였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스페인의 이름 없는 도시 빌바오를 세계적 명소로 만든 것에 매료됐던 터.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미노루 야마사키한테 설계를 맡겼다. 미국 유니버설 시티 워크, 일본의 고덴바 프리미엄 등 신개념 쇼핑몰이 모델. 평생 책만 만들어 온 그는 거친 건설 현장 사람들과 성향이 맞지 않아 고생을 했다. 사기성 계약으로 힘들었던 일도 있었다. 두 줄로 길쭉하게 난 5만4000㎡의 2층 상가. 2002년 분양을 시작해 2004년 문을 열었지만 아직 빈 곳이 많다. “엄청난 손해를 봤어요. 하지만 출판단지 설립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으로 값을 치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쩌면 갤러리박영도 비슷해 보인다. 출판사만 모인 단지를 다채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자는 의도다. 자신이 앞서면 따라오는 이가 생길 거라는 속셈. 똑 떨어진 갤러리박영은 아직 한산하다. 안 대표는 이웃한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대규모 미술관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10년 전쯤 석란상을 받은 신경희 작가의 공방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서울대 미대 출신 10명이 같이 작업하던 곳이었어요. ‘창작의 산실’이 화장실, 샤워장, 취사 시설도 없는 비참한 환경이더군요.”
두고두고 께름칙하던 그 기억은 갤러리 위층에 작가 아틀리에를 만듦으로써 비로소 해소됐다. 시골이라 공기도 좋고 외져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작업하기 좋을 거라고 했다.
새벽 5시30분 일어나 조찬 모임으로 하루를 여는 그의 일과는 빼곡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토막잠을 자야 할 정도. 술 담배를 않는 그는 미술품을 보고 있으면 지친 심신이 맑아진다고 했다. 올 1~2월 갤러리박영에서는 안 대표의 소장품전이 열린다. 그 자리에서 미술에 대한 그의 애정 편력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가진 것들 대중과 공유하고 싶어” “사원 복지와 출판사 이미지를 위해 1년에 한 번씩 바꿔 걸어요. 창고에 두면 먼지만 쌓이죠. 서로 좋잖아요!” 정작 갤러리는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다. 갤러리박영. 건축가 김영조씨가 설계해 지난해 11월 개관한 2층 건물로, 건평 1000평의 아름다운 공간이다.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개관전에는 김태중, 낸시랭, 이지현, 이진준, 최진아, 한지석 등 젊은 작가 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층 레지던스 공간에 입주한 1기 작가들이다. “땀 흘려 모은 재산 일부를 대중과 공유하고, 문화사업을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미술에 미쳐 20년 넘게 수집해 온 나의 애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십시오.”
파주출판단지 박영사 박영갤러리.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파주출판단지 박영사 안종만 회장(출판인 겸 콜렉터).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그림이 좋아 갤러리를 연 도서출판 박영사 안종만 대표와 갤러리박영 전경.(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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