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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사람] 슬픔 덜고 밝음 더한 ‘똥깅이’

등록 2009-01-07 18:41수정 2009-01-08 04:07

현기영(오른쪽), 박재동(왼쪽)
현기영(오른쪽), 박재동(왼쪽)
(똥깅이=소설 속 주인공 별명)
‘지상에…’ 청소년판 낸 소설가 현기영씨·박재동 화백
4·3 참상 줄이고 성장과정에 중점
열두 삽화엔 익살과 애잔함 담아

지난해 ‘국방부 불온서적’ 명단에 올라 뜨거운 관심을 받은 소설가 현기영(오른쪽)씨의 자전적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의 청소년판 <똥깅이>(실천문학사)가 출간됐다. 현씨가 다시 쓰고 박재동(왼쪽) 화백이 새로 그림을 그려 넣었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는 유년시절 가장 가혹한 사건으로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친 제주 4·3사건에 대해 쓰고 싶은 대로 썼어요. 4·3사건 관련 분량이 많아 성장소설이라기보다는 ‘4·3소설’이지요. 4·3사건의 비참함, 잔혹함을 강조하기 위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까지도 처참하게 묘사하지 않으면 안 됐어요. 나이가 드니 ‘어린 정서에 4·3사건은 너무 지나친 슬픔이 아닐까, 그 참혹함을 견디려면 나이가 들어야 하지 않을까’ 고려하게 되더군요. <똥깅이>에서는 4·3사건 관련 내용을 조금만 남기고 들어냈어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밝은 면이 강조됐지요. 성장에 영양소가 되는 건 그런 밝은 면이 아닐까요?”

출간에 맞춰 7일 두 작가를 함께 만났다. 현씨는 “중고등학생이나 초등 고학년 학생들까지 <지상에…>를 읽는다는 얘기를 듣고 ‘성장’에 초점을 맞춘 소설로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해 <똥깅이>를 썼다”며 “독자들이 나이가 좀 더 든 뒤에는 4·3사건이 무엇이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더 찾아 읽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똥깅이’는 현씨의 어릴 적 별명이자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못 생긴 민물게’를 일컫는 제주도말이기도 하다.

1999년 나온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2003년 문화방송 독서 프로그램에 권장 도서로 뽑히면서 지금까지 45만부가 팔렸고, 지난 8월에는 ‘북한찬양’을 이유로 ‘불온도서’로 선정된 뒤 또다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똥깅이>는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서 4·3사건 관련 부분을 반 이상 빼고 어려운 부분을 추려냈다. 여기에 유년의 기억을 익살스러우면서도 애잔하게 형상화한 그림 열두 점을 보탰다.(그림)

10년 넘게 4·3사건을 주제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오돌또기>를 준비하고 있는 박재동 화백은 “<똥깅이>의 그림은 내가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오돌또기>의 주인공도 ‘똥깅이’이며, 똥깅이와 함께 어울리는 책 속 친구들도 모두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예정이다.

두 작가는 1980년대 초 참여미술 작가 모임인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박 화백과 함께 활동하던 제주 출신 강요배 화백을 징검다리로 인연을 맺었다. 대학 동기동창이던 강씨와 함께 자취하던 때 4·3사건 이야기를 들었다는 박 화백은 4·3사건을 다룬 현씨의 소설 <순이삼촌> <아스팔트> 등을 읽으며 사건의 구체적인 실상을 알게 됐다고 했다. 십수년째 제주도를 들락거리며 4·3 관련 행사에 참가하고 주민들을 만나온 박 화백을 두고 현씨는 “제주도 명예시민”이라고 불렀다.


앞서 단편소설 <쇠와 살>을 각색한 단편 애니메이션 <송아지>를 만들기도 한 박 화백은 “현실에 깃든 이야기는 힘이 세다. 현 선생 소설이 내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았듯이, 청소년 독자들도 <똥깅이>를 읽으며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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