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음악 퇴행 원인
영화 관객 1000만 시대는 먼 옛날의 일처럼 아득해지고, 드라마와 대중음악이 이끌던 한류(韓流)는 한류(寒流)로 전락해 가고 있다.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빨간등이 켜진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창작자, 즉 콘텐츠 생산자들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화의 경우,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지금까지 6 대 4가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7 대 3이나 8 대 2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영화 쪽에 들어오는 돈줄이 마르면서 투자자의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사에게 절반 가량의 투자 유치를 강요하는 것도 거의 관행이 됐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그 절반의 투자를 구하지 못해 영화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사와 스태프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는 방송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24부작으로 방송했던 <태왕사신기>의 경우 제작비는 400억원이 넘게 들었는데, 방송사에서 준 돈은 회당 1억7천만원, 총 40억8천만원에 불과했다. 기대했던 일본 수출마저 잘 풀리지 않으면서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이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방송계 관계자는 “시청률이 잘 나올수록 품질을 높이라는 방송사의 요구에 맞춰 제작비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편성권을 쥔 방송사는 감 놔라 배 놔라 간섭은 많이 하면서 정작 제작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는 나 몰라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스태프와 협력업체들은 물론이고 배우들까지 받아야 할 돈을 떼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기 드라마였던 <이산>조차도 방송사에 저작권을 양도하도록 강요받고 있을 정도로 불공정거래는 만연해 있다.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온라인 음악시장(2006년 3652억원으로 전체 음악시장의 80%를 차지)에서는 통신업체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
휴대전화 연결음(컬러링)의 경우, 건당 700원의 수익 가운데 직접 곡을 만드는 작곡가, 작사가 등이 가져가는 비율은 8%(57원)에 불과하다. 가수는 4%(28원)를 받아간다. 대신 통신사가 절반에 해당하는 350원, 음원을 관리·공급하는 업체가 19%(132원) 정도를 가져간다. 모바일을 제외한 엠피3 다운로드 등의 온라인 음원 수익에서도 저작권자(작사·작곡자, 가수, 제작자)의 수익 비율이 50% 안팎에 불과하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요율을 높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거부하고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챙기는’ 현상이 지속되는 한, 대중문화 콘텐츠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문화 퇴행 현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성, 하어영 기자, 김학선 객원기자 haha@hani.co.kr
이재성, 하어영 기자, 김학선 객원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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