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차호(64)씨
문화관광해설사 최차호씨 ‘…아메노모리 호슈’ 펴내
한-일 두 나라간 민간교류 현장에서 활동해온 문화관광해설사가 18세기 조선과 일본간 외교에 주춧돌 구실을 했던 일본 유학자를 소개하는 번역서를 펴냈다.
최근 <조선을 사랑한 아메노모리 호슈>(어드북스)를 펴낸 최차호(64·사진)씨는 부산 범어사에서 주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문화를 안내해왔다. 프리랜서로서 일본어 통·번역도 맡고 있는 그는 5년 전 일본 쓰시마(대마도)의 향토사학자 나가도메 히사에가 아메노모리 호슈에 관해 쓴 원저를 읽고 푹 빠져 ‘아메노모리 호슈 외교교류회’ 이사를 맡은 데 이어 그의 일대기와 사상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게 된 것이다.
그는 “호슈는 7차례나 조선을 왕래하며 조-일 외교의 선봉을 맡았던 인물”이라며 “조선인보다 더 진정으로 조선을 사랑했고, 경상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할 만큼 우리말·글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이 인물을 꼭 알리고 싶었다”고 책을 낸 동기를 밝혔다. 아메노모리 호슈는 1668년 일본 오우미국(현 시가켄)에서 태어나 에도(도쿄)에서 유학을 공부하고 1693년 26살 때 대마번으로 대마도에 부임한 뒤 1755년 88살로 숨을 거둘 때까지 대마도에서 조선과 일본의 외교 정상화를 위해 힘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씨는 이 책에서 아메노모리 호슈가 조선과 외교 관계에서 성의와 신뢰를 뜻하는 ‘성신교린’(誠信交隣)을 가장 중요히 여긴 사실을 강조하며 “호슈가 남긴 저서 <교린제성>의 내용은 오늘날에도 꼭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메노모리 호슈가 부산 초량왜관의 조선 역관 현덕윤이 역관사무소를 수리하고 당호를 ‘성신당’이라고 지은 데 감탄해 ‘성신당기’라는 글을 써 바친 사실을 소개하며 “성신당은 현덕윤과 호슈 두 사람이 3대 100여 년에 걸쳐 우정을 나누며 조-일 외교의 일선을 맡았던 역사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흔적도 없어졌지만 한-일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 성신당의 정확한 위치라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관계 당국에 건의를 했으나 별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2003년 한국문화관광해설사회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요즘도 수시로 대마도를 비롯한 일본 곳곳을 다니며 한-일 민간교류사와 관련 자료들을 구하느라 애쓰고 있다.
부산/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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