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클라우스(34)
한국 재개발현장 사진전 여는 독일인 닐스 클라우스
“재개발 현장은 생각없이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그 안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그로인한 상처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방배·흑석동 돌며 ‘철거 후’ 앵글에 담아
“불편하지만 진실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독일에서 온 청년 닐스 클라우스(34·사진)가 한국의 재개발 현장을 주제로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8일부터 사진전을 연다. 전시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넉달동안 방배동, 흑석동, 상왕십리 등 재개발 지역을 돌며 찍은 1m×1m의 대형사진 작품 15점을 건다. 전시 제목은 ‘강압적인 이동’으로 번역되는 독일어 ‘추크추앙(ZUGZWANG)’. 전시홍보를 하고자 무작정 <한겨레>를 찾아온 그는 함부르크에서 차로 80분 떨어진 소도시 에센스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것은 2005년 호주 유학 때 멜버른국제영화제에서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본 이후부터. 그해 말 서울에 온 그는 고려대·경희대에서 한국어 과정을 마치고 현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촬영을 공부하고 있다. 이방인 청년의 시선은 원주민한테 가해진 폭력에 꽂혀 있다. 움푹 내려앉은 천장, 깨진 화장실의 세면대, 떼어져 뒹구는 창문, 마구 열어제친 싱크대…. 또한 쫓겨난 이들의 흔적에서 파괴된 가정의 행복을 상기시킨다. 빈방에 덩그러니 남은 목마, 안방문에 붙은 어미닭-병아리 그림, 주인 잃은 말보로 모자, 아기곰 푸가 그려진 베개…. “빈 집이기는 하지만 안방, 화장실 등 남의 사적인 공간을 엿보는 게 께름칙했어요. 그러나 진실을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지요.” 그는 유창한 우리말로 “남의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미지만” 이번 사진은 각별하다고 털어놨다.
“재개발은 단순한 집의 상실이 아니라 수십년 동안 이룩한 삶의 인프라를 송두리째 없애는 폭력입니다. 문제는 추방당한 이들이 또다른 달동네로 내몰리면서 재앙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그는 한국과 독일이 전쟁을 겪고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한 점에서 흡사하지만 재개발에서는 정반대 성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은 주택을 재개발하기보다 수리해서 쓰는 게 더 많은 반면 한국은 무조건 헐고 새로 짓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또 옛 동독지역 재개발은 아파트를 헐고 단독주택으로 바꾸어 짓는 것인데 한국은 무조건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 그는 통독 뒤 동독 국회의사당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바로크양식의 건물을 짓거나, 동서 베를린 분계선이 지났던 포츠다머 플라츠를 교차로로 개발한 것 등 독일에서도 재개발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지만 원주민을 폭력적으로 쫓아내는 일은 없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재개발은 땅주인과 건설업체를 위한 것이지 원주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정신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14일까지. (02) 734-7555.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불편하지만 진실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독일에서 온 청년 닐스 클라우스(34·사진)가 한국의 재개발 현장을 주제로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8일부터 사진전을 연다. 전시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넉달동안 방배동, 흑석동, 상왕십리 등 재개발 지역을 돌며 찍은 1m×1m의 대형사진 작품 15점을 건다. 전시 제목은 ‘강압적인 이동’으로 번역되는 독일어 ‘추크추앙(ZUGZWANG)’. 전시홍보를 하고자 무작정 <한겨레>를 찾아온 그는 함부르크에서 차로 80분 떨어진 소도시 에센스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것은 2005년 호주 유학 때 멜버른국제영화제에서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본 이후부터. 그해 말 서울에 온 그는 고려대·경희대에서 한국어 과정을 마치고 현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촬영을 공부하고 있다. 이방인 청년의 시선은 원주민한테 가해진 폭력에 꽂혀 있다. 움푹 내려앉은 천장, 깨진 화장실의 세면대, 떼어져 뒹구는 창문, 마구 열어제친 싱크대…. 또한 쫓겨난 이들의 흔적에서 파괴된 가정의 행복을 상기시킨다. 빈방에 덩그러니 남은 목마, 안방문에 붙은 어미닭-병아리 그림, 주인 잃은 말보로 모자, 아기곰 푸가 그려진 베개…. “빈 집이기는 하지만 안방, 화장실 등 남의 사적인 공간을 엿보는 게 께름칙했어요. 그러나 진실을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지요.” 그는 유창한 우리말로 “남의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미지만” 이번 사진은 각별하다고 털어놨다.
“재개발은 단순한 집의 상실이 아니라 수십년 동안 이룩한 삶의 인프라를 송두리째 없애는 폭력입니다. 문제는 추방당한 이들이 또다른 달동네로 내몰리면서 재앙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그는 한국과 독일이 전쟁을 겪고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한 점에서 흡사하지만 재개발에서는 정반대 성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은 주택을 재개발하기보다 수리해서 쓰는 게 더 많은 반면 한국은 무조건 헐고 새로 짓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또 옛 동독지역 재개발은 아파트를 헐고 단독주택으로 바꾸어 짓는 것인데 한국은 무조건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 그는 통독 뒤 동독 국회의사당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바로크양식의 건물을 짓거나, 동서 베를린 분계선이 지났던 포츠다머 플라츠를 교차로로 개발한 것 등 독일에서도 재개발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지만 원주민을 폭력적으로 쫓아내는 일은 없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재개발은 땅주인과 건설업체를 위한 것이지 원주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정신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14일까지. (02) 734-7555.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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