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대목은 판소리의 가장 유명한 대목을 이르는 데서 유래한 말로 흔히 어느 작품의 핵심되는 부분을 가르킵니다. 독자들의 효과적인 공연관람을 돕기 위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장면, 대사 등을 한 장의 그림처럼 소개합니다.
주인공 신작로가 소말처럼 일해 마련한 변두리 중국음식점 ‘춘래원’. 큰 맘 먹고 춘래원 식구들 데리고서 소풍을 다녀오지 않을 수 없다. 때는 1980년 5월18일 봄날 한 철.
부서지는 봄볕 아래 작로와 그가 사랑하는 다방 종업원 미란, 여동생 지나, 지나와 눈맞은 배달원 만식이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찰카닥’ 사진 한 장.
만식은 자신을 바라보는 지나 옆에서 으쓱댄다. 작로보다 키가 큰 미란은 그의 어깨에 기댈 듯 복사꽃처럼 웃고 있다. 그리고 이제 봄은 왔다는 듯 헤벌쭉대는 작로.
갑자기 무대가 ‘정색’한다. 풍경은 인화된 사진처럼 멈추고 작로만 툴툴툴 사진 풍경 밖으로 걸어나온다. 나머지 셋이 박제된 채 사진 양쪽에 검은 띠가 둘러지는데…. 알고 보니 소풍사진이 영정사진이다.
18일 오전 소풍을 다녀온 뒤 꾸역꾸역 저녁문을 열었던 춘래원. 하지만 전날 만식이 공짜로 짬뽕을 빼앗아 먹으려는 군인을 때리면서 일파만파 퍼진 ‘광주 사태’. 그 저녁 ‘춘래원’ 밖에선 총탄소리, 비명소리 끊이질 않았고 문밖을 나섰던 미란, 지나, 만식은 영영 소리에 묻혀버렸다. 작로만 살아 되뇐다.
“또 그날이 왔구마니라. 오늘은 이 동네 곳곳이 제사 날이요. 이 놈의 봄만 되면 미쳐 불겄어. 봄이 봄이 아니라 겨울이요.” 지난 12일 대학로 인아소극장 라열 17번, 가슴 울컥했다. 7월3일까지. 극단 산의 <짬뽕>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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