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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리뷰 매슈 본 ‘백조의 호수’

등록 2005-05-18 18:16수정 2005-05-18 18:16

남성 백조의 관능을 거침없이 발산

매슈 본의 <백조의 호수>가 자랑하는 것은 최근 자주 등장하는 대기업의 광고에서도 볼 수 있듯 ‘놀라운 상상력과 파격’이다. 하지만 ‘놀라움’이야말로 한번 드러나면 맥없이 바람 빠진 풍선이 되질 않던가.

2년 전 첫 내한 때 16회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의 낮 공연. 2년이 지난 지금 객석은 여전히 가득하다. 남성 백조의 탄생이라는 ‘놀라움’이 이젠 ‘권위’가 되어 1995년 만들어진 이래 전 세계 관객을 줄기차게 불러 앉히고 있다.

<백조의 호수>는 영국의 세계적 안무가인 매슈 본이 10년 전 만든 댄스 뮤지컬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에 맞춘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발레리나의 백조 군무를 남성의 것으로 뒤바꿨다. 왕비와 애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왕자가 공원 호숫가에서 상상속 백조를 만나면서 자유와 용기, 안식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고혹한 호숫가의 밤 군무는 온데간데없고 열넷 남성 백조의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론 격렬하며 빠른 집단무가 자리한다. 20세기 왕실과 술도가가 무대인지라 배경은 산뜻하고 현대적이다. 왕자를 이용만 하려는 애인이 들락거리는 스완크 바(Swank Bar)에서의 재즈 댄스, 스윙 따위로 극은 마치 뮤지컬처럼 풍성하고 흥겹다.

원전의 오데트 역과 견주일 ‘그 백조’와 왕자와의 정신적 교감(한편으론 동성애)은 왕자가 그토록 열망하는 자유, 힘, 정열 따위를 나누는 기제다. 그것은 관객과의 교감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남성의 관능이 거침없이 발산되는 것을 저어하지 않는다.

‘그 백조’를 맡은 호세 티라도는 춤보다 연기가 압권이다. 왕비를 유혹하며 소심한 왕자에게 괴로움을 주는 대목에서 추는 2인무는 오딜(원전의 검은 백조)의 관능이 고스란히 남성화한 것이다.

백조들의 군무 뒤에 깃털이 흩날리는 무대 바닥이야말로 힘의 흔적이다. 29일까지. (02)2005-0114.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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