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군
김주한군, 어린이날 맞아 전시
“어른들이 제발 우리들 얘기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어요.”
만 12살인 김주한(사진)군이 ‘마지막 어린이날’을 자축하는 그림전시회를 열게 된 나름의 이유다. 5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와이엠시에이(YMCA) 뒤편 골목의 ㈜다비움코스메틱의 사무실과 정원에서 ‘자연을 내 안에 안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에서 김군은 주로 색연필로 그린 작품 20여점과 함께 화장품 포장 디자인 작품도 소개한다.
“그냥 그려서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안 난다”는 그의 말처럼, 김군은 어릴 때부터 종이만 보면 그림을 그렸고 온종일 꽃과 곤충 같은 자연을 관찰하며 혼자 놀기를 좋아했다. 어머니 윤대경씨는 “버리기가 아까워 하나둘 모아 놓은” 유아시절 작품만 40개가 넘는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김군은 지금껏 따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흔한 미술학원은 물론이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다. “아이가 그림을 좋아해 미술전문가와 상담을 했더니 ‘틀에 가두지 않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는 대신 김군이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꾸준히 찾아주려 애쓰고 있다.
2007년 8월 당시 가족이 살고 있던 연천의 세브란스병원에서 첫 자선 전시회를 열어 김군은 ‘10살 화가’로 이름을 얻었다. 지난해부터는 어머니와 의사 출신인 아버지가 함께 개발한 자연 화장품의 포장 디자인을 맡아 ‘최연소 디자이너’ 명함도 생겼다. 월급 대신 제품 1개가 팔릴 때마다 100원씩 적립해 결식어린이 돕기 기금으로 내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에 광주의 한 교회에서 열린 세계 기아돕기 선교를 위한 바자회에도 성금을 냈고, 지난 3월 홍천의 어린이집에도 기부를 했다. 최근엔 대한민국 산업디자인 전람회에 ‘천년초 화장품’ 포장 디자인 작품도 출품했는데 “12살 아이의 작품으로 믿기지 않는다”며 주최 쪽에서 몇 번씩이나 확인을 해가기도 했단다.
“엄마에겐 꼴통이자 문제아지만 그림이 좋고, 그림으로 좋은 일도 많이 하려고 해요. 조금 인정 있는 세상이 좋으니까요.” 아직은 무엇이 되고 싶지 않은 김군의 꿈은 지금 한창 싹이 트고 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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