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석 감동은 남과 북이 하나” 요즘 서울 성북구 삼선동 한성대 체육관 2층 대강당은 새벽 4시께까지 환하게 불빛을 밝히고 있다. 올해 6.15 공동선언 5돌맞이 기념 민족평화대축전의 공식행사의 하나로 오는 6월15일 평양 봉화예술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가극 <금강>의 역사적인 공연을 앞두고 배우들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94년 초연한 문호근 첫 민족가극
11년만에 평화축전 역사적 재연
“반외세…평양관객도 공감할 겁니다” 국립극단의 원로배우 장민호(81)씨와 그의 후배 서희승씨를 비롯해 중견배우 양희경, 강신일, 오만석, 길성원씨 등 배우 28명은 지난달 말 평양공연이 확정된 뒤로 제각기 공연이 끝난 밤 10시부터 모여 연습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하순께로 예정되었던 가극 <금강>의 평양공연이 무산되어버렸던 아픈 기억을 가진 터라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마조마하게 기다려 왔는데 평양공연이 이루어져 너무 기쁩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평양관객을 맞이하는 감동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습니다. 물론 낯선 관객을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배우와 다른 스테프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출가 김석만(54·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씨는 “배우들에게 공연 전까지 항상 건강을 조심할 것과 섣부른 선입감을 갖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삶의 경험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극장 객석에서 받는 감동은 남이든 북이든 같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가극 <금강>은 신동엽 시인의 서사시 ‘금강’을 고 문호근 전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이 서양의 오페라와 뮤지컬, 우리 창극을 접목시킨 음악극으로 승화시켜 1994년 초연한 국내 최초의 민족가극 작품이다. 111년 전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남녀 주인공인 전북 전주 출신 신하늬와 황해도 해주 출신 인진아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 반외세와 민중세상 등을 그렸다. 그해 제1회 민족예술상을 받는 등 대표적인 민족예술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문익환 목사 서거 1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고 문호근의 서울대 연극반 후배인 김석만 교수가 연출을 맡아 10년만에 부활시켜 평양공연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뒤 그해 10월 의정부에서 통일맞이늦봄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겨레신문사 공동주최로 두차례 공연을 했다. “북한의 많은 혁명가극들에는 항일투쟁이 나옵니다. <금강>도 동학농민혁명의 이야기이지만 일본과 봉건세력에 맞서 싸웠던 민중들의 반외세 자주독립 정신을 그렸기 때문에 별다른 무리없이 받아들일 것같아요. 우리 민족이 가장 당면한 문제가 통일국가인 만큼 남북 모두에게 공감되는 작품입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금강>은 코믹한 요소와 애뜻한 사랑, 처절한 싸움, 장엄한 죽음 등이 잘 어우러진 작품인데다 음악이나 의상, 춤 등이 낯설게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북한 관객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즐겁게 볼 것같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6월 말에 디자이너, 스태프 등과 함께 봉화예술극장을 답사했던 김 교수는 “그동안 2001년 남원시립국악단의 <춘향전>을 시작으로 KBS교향악단 공연, KBS평양노래자랑, MBC 이미자 공연 등이 봉화예술극장에 올려졌지만 무대공연 예술작품으로 ‘전작공연’을 하는 것은 <금강>이 최초”라고 귀띰했다. 이번 공연에서 1994년 초연 당시 작곡을 했던 이현관씨의 음악 이외에 한정림씨가 오케스트라 파트의 작곡을 따로 했고, 이태섭 용인대 연극학과 교수가 무대디자인을, 이상봉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가 조명을 맡는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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