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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김별아씨 “연애소설, 잘 안되더라”

등록 2009-06-03 18:54수정 2009-06-03 19:13

소설가 김별아(40)
소설가 김별아(40)
박열·가네코 ‘운명적 사랑’ 소재 역사소설 펴내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각자의 운명을 사랑했고 그 운명을 향해 가던 길에서 서로를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사랑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라틴어 ‘아모르 파티’(운명에 대한 사랑)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김별아(40)씨가 일제강점기 무정부주의 독립운동가 박열(1902~1974)과 그의 일본인 연인 가네코 후미코(1903~1926)를 주인공 삼은 소설 <열애>(문학의문학)를 펴냈다. 두 사람은 1923년 천황 암살 모의 혐의로 체포되어 1심에서 사형을 언도 받았다가 무기징혁으로 감형되었지만, 가네코 후미코는 몇 달 뒤 감옥 안에서 자살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태평양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자 공부하던 중 두 사람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어요. 처음엔 재미있는 연애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제 안의 연애 세포가 다 죽어서인지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웃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불가능한 꿈을 꾸었던 허무주의자로서 두 사람의 면모를 드러내 보고자 했습니다.”

3일 낮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별아씨는 “변방에서 태어났으며 변방을 지향하는 내가 역사의 변방에 묻혀 있던 두 사람을 만난 것 역시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2005년 1억원 고료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미실>을 시작으로 <영영이별 영이별> <논개> <백범>에 이어 <열애>까지 김별아씨는 계속 역사소설에 주력하고 있다. <미실> 이전 작품인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와 <개인적 체험> 등에서 자전적 성격의 당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는 이제 역사물 쪽으로 방향을 완전히 튼 것인가.

“<미실> 이후 제 소설의 주인공들은 니체 식으로 말하자면 ‘베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세운 도시의 시민’들 같아요. 작가로서 제 취향이 위험한 생을 사랑하는 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하면서 말이죠.(웃음) 그런데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서는 그런 위험한 생을 끄집어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 역사물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독자들은 작가한테서 당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을까.

“역사를 소재로 쓴다고 해서 당대 현실에서 아주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소설 말고 칼럼을 비롯한 다른 방식으로,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표현을 계속 하려 합니다. 솔직히 현대 소설을 써 보려니까 잘 안 되더라구요. 어느새 제 소설 문법이 달라져 버린 것인지. 적어도 현재로서는 현대를 배경으로 해서는 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요.”

작가는 태평양전쟁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완전히 다르게” 쓰는 소설과, 국가와 맞서는 중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음 작품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복제가 시작되면 작가로서는 끝장”이라며 “앞으로는 우스꽝스러운 가운데에서도 진지한 슬픔을 담은 다면적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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