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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사람] ‘기득권의 승리’ 너무나 불편했던 결말

등록 2009-06-30 18:19수정 2011-09-28 16:55

인터넷 연재소설 ‘도가니’ 책으로 펴낸 공지영씨
인터넷 연재소설 ‘도가니’ 책으로 펴낸 공지영씨
인터넷 연재소설 ‘도가니’ 책으로 펴낸 공지영씨
“이 소설을 처음 구상했을 때는 낙후된 지역의 야만적 폭력과 그것에 눈감은 지방 토호들을 고발하려는 의도였는데, 소설을 쓰는 동안 나라 전체가 소설 무대인 ‘무진’으로 변한 것 같아서 스스로도 놀랐어요. 감시 없는 권력은 필히 폭력화하고 부패한다는 점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장애학생 성폭행 실화…“가해자 처벌” 댓글에 당혹
“상류층 담합에 좌절된 꿈, 언젠가 현실될 것 믿어”

작가 공지영(사진 가운데)씨가 인터넷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도가니>(창비)를 내고 30일 낮 기자들과 만났다.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있었던 장애인 학생들에 대한 교직원들의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작가는 “지난해 여름 항소심에서 가해자들이 집행유예 등으로 모두 풀려난 사건을 <한겨레> 기사에서 읽은 것이 <도가니> 집필의 계기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폭로 때 국가 전체가 나서서 덮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독재 권력의 억압만이 문제가 아니라, 상류층 사람들이 담합해서 서로의 죄를 덮어 주는 구조적 문제 역시 심각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어요.”

소설은 사건의 무대인 남쪽 도시 ‘무진’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 강인호를 주인공 삼아 사건의 전모와 그 배후에 있는 ‘침묵의 카르텔’을 까발린다. 강인호는 대학 선배이자 무진인권운동센터 간사인 서유진, 학부모, 최요한 목사 등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세상에 알리려 하지만, 학교와 결탁한 교육청과 시청, 경찰청, 교회 등 무진의 기득권 세력은 갖은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

“소설이 중반쯤 진행되어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자, 많은 누리꾼들이 빨리 진실을 밝히고 소설 속에서라도 가해자들을 처벌해 달라는 댓글을 다는 걸 보고 당혹스러웠어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쓰길래 이런 사람들의 바람을 뭉개고 진실 은폐 세력이 승리하는 예정된 결말로 가야 하는가 하는 회의도 들었죠.”

하지만 소설은 결국 주인공 강인호가 힘에 부치는 싸움을 포기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평론가 염무웅씨의 말을 빌리자면 작가의 ‘미학적 균형감각’이 ‘윤리적 상상력’을 상대로 일단 승리를 거둔 셈이다.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강인호는 가슴속에 이상향을 향한 꿈을 간직하고 있지만 형편상 실천은 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그렇지만 가슴속 꿈을 잊지 않고 계속 간직하고 있는 한 언젠가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역사적 실천에 동참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 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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