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내고 유학 가는 한비야
산문집 내고 유학 가는 한비야
‘바람의 딸’에서 ‘구호천사’를 거쳐 ‘늦깎이 학생’으로. 한비야씨가 또 한 번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한비야씨는 2001년부터 근무해 온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을 지난달 말로 그만두었다. 그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대학교의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과정에 입학하기 위해 다음달 10일 출국한다. 그는 또 새 산문집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도 내놓았다. 출국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를 지난 2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5층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바람의 딸 한비야, 미국에 서다
미국서 1년여간 ‘인도적 지원’ 공부
“현 정책, 실제와 다른 점 있어”
2년 전 생각…진로 아직 몰라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9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까 세계 각국 정부와 구호단체의 정책에 실제 현장과 맞지 않는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직접 구호 이론을 공부해서 현장과 접목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 게 2년 전쯤부터인 것 같아요.” 한비야씨는 1년 반 정도로 예상되는 석사과정 공부가 끝난 뒤의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어떤 형태로든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일하겠지만, 월드비전 한국으로 돌아올지 국제 월드비전이나 유엔에서 일할지 긴급구호 최전선으로 달려갈지 후진 양성에 나설지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자신의 이런 결정이 모두 하느님의 인도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오지여행가에서 긴급구호 쪽으로 방향을 튼 것 역시 하느님의 지시였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7년간의 오지 여행이 긴급구호를 위한 전단계였던 것 같아요. 세계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가엾은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어요. 그때 이미 ‘여행이 끝나면 반드시 저 아이들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오지 여행 이전의 국제홍보학 공부와 현장 경험 역시 긴급구호에 도움이 되었구요.”
‘바람의 딸 한비야’와 ‘구호천사 한비야’는 어느덧 대한민국 젊은이들 사이에 뚜렷한 역할 모델로 자리잡았다. 올해 이화여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비야씨는 김주하 앵커에 이어 닮고 싶은 국내 여성 2위에 올랐다. 그를 역할 모델로 삼는 젊은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청했다.
“그것이 무슨 일이든 자신의 최대치가 나오는 곳에서, 흔들리지 않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그러자면 우선 자기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지, 내가 무얼 잘할 수 있고 무얼 하고 나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가를 찾아봐야죠. 그러니까 지금 당장 핸드폰에, 또는 컴퓨터 첫 화면에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는 말을 써 놓기를 권합니다.”
그의 새로운 선택을 부러움 반 설렘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는 것이 젊은이들만은 아닐 듯하다. 더 이상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 지레 체념하고 주저앉는 중년들에게도 그의 끊임없는 도전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자극할 법하다.
새 산문집 ‘그건, 사랑이었네’
“인생은 고해 아닌 즐거움의 바다
무엇이 내 가슴 뛰게 하는지 찾아야”
“물론 저처럼 자꾸 직업을 바꾸는 게 누구에게나 가능한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비록 직업은 아닐지라도, 나이 들수록 무언가 새로운 것 하나씩을 배우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문이든 단소든 게이트볼이든, 무언가를 계속 배우면서 매일 조금씩 느는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젊어지지 않을까요.”
그는 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58년 개띠’다. 그러니까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와 동갑이다. 새로 나온 책 <그건, 사랑이었네>의 첫 장 ‘난 내가 마음에 들어’에서 그는 한씨, 58 개띠, 셋째딸, 밝은 표정과 아담한 몸집, 천주교 신자, 호들갑에 ‘오버’하는 성격 등 자신의 모든 점이 마음에 든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때문에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축복이고 축제이다. “난 진짜로 거의 언제나 기분이 좋다. (…)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새로 맞는 하루가 기대돼서인지 이불 속에서 혼자 배시시 웃는다.”
“‘인생이 고해다’라는 건 성인의 말씀이잖아요? 저 따위가 그에 대해 반박한다는 게 가당치는 않겠지요. 그렇지만 만일 우리가 선택할 수만 있다면, 저는 인생이 고해가 아니라 즐거움의 바다라는 쪽을 선택하고 싶어요. 그러기로 했어요. 물론 바다니까 파도도 칠 것이고 풍랑도 일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즐거움의 바다여야 마땅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또 그 스스로 “나를 키운 팔 할”이라고 말하는 산에 관한 이야기와 17살 이후부터 꼬박꼬박 실천하고 있는 ‘1년에 책 백 권 읽기’ 습관, 그리고 힘들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에게 말을 건네고 앞길을 가리켜 주는 하느님에 관한 애정 어린 토로를 만날 수 있다. 아마도 산과 책과 하느님은 ‘인간 한비야’를 형성했고 지탱해 주고 있는 삼대 축이 아닐까 싶다.
“이전 책들에서는 ‘바람의 딸’이나 ‘여전사’로서의 제 모습이 부각되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인간 한비야의 맨얼굴을 보여주려 했어요. 그야말로 늦은 오후 독자 여러분을 제 집에 초대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 정책, 실제와 다른 점 있어”
2년 전 생각…진로 아직 몰라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9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까 세계 각국 정부와 구호단체의 정책에 실제 현장과 맞지 않는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직접 구호 이론을 공부해서 현장과 접목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 게 2년 전쯤부터인 것 같아요.” 한비야씨는 1년 반 정도로 예상되는 석사과정 공부가 끝난 뒤의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어떤 형태로든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일하겠지만, 월드비전 한국으로 돌아올지 국제 월드비전이나 유엔에서 일할지 긴급구호 최전선으로 달려갈지 후진 양성에 나설지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자신의 이런 결정이 모두 하느님의 인도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오지여행가에서 긴급구호 쪽으로 방향을 튼 것 역시 하느님의 지시였다고.
한비야씨
“인생은 고해 아닌 즐거움의 바다
무엇이 내 가슴 뛰게 하는지 찾아야”
한비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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