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봉 문학전문 기자
“제가 주인공인 행사를 신문을 보고서야 알게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소설가 김훈씨와 공지영씨는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들어 본 적도 없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자신들이 참가하기로 되어 있다는 보도를 접한 뒤였다.
문제의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주관하는 ‘2009 가을독서문화축제’(24~27일)의 일환으로 오는 26, 27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책과의 유쾌한 대화-작가와의 만남’ 순서. 주최쪽이 낸 보도자료는 26일 방송작가 노희경씨와 소설가 공지영씨, 27일 소설가 김훈·신경숙씨가 참가해 독자들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저는 물론이고 출판사 쪽으로도 아무런 연락이 온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저는 26일과 27일 다른 일정이 있어서 참가할 수가 없고요.”(공지영)
김훈씨도 “지난 17일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서야 행사가 있는 걸 알았다”며 흥분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기사를 보고 17일 곧바로 항의성 전화를 했는데 오늘에야 담당자가 찾아오더군요. 책임자인 간행물윤리위원장과 문화부 장관에게는 아직 보고도 안 했구요. 설사 그날 별다른 일정이 없더라도 이런 식의 행사에는 참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섭외와 홍보를 담당하는 천상엔터테인먼트의 구태연 팀장의 말은 달랐다. “노희경·공지영씨는 다른 문인으로 대체하지만, 김훈·신경숙씨는 참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 축제의 26, 27일 행사 중 ‘영화가 된 책-감독과의 만남’ 순서 역시 보도자료에서 밝힌 박찬욱·봉준호 감독에서 윤제균·강형철 감독으로 급히 대체됐다. 이 행사의 홈페이지(www.fallandbook.org)에는 21일 오후 현재 여전히 김훈·공지영·노희경씨 등이 참여하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공지되어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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