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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13년만에 소설 ‘광마잡담’ 들고 나온 마광수 교수

등록 2005-05-30 18:28

<즐거운 사라> 이후 13년만에 작품활동에 다시 적극 나설 뜻을 내비친 소설가 마광수씨가 30일 신작 <광마잡담>의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은 교훈이나 메시지가 아니라 재미를 좇는 현실도피”라는 자신의 소설론을 말하고 있다. 사진 해냄출판사 제공
<즐거운 사라> 이후 13년만에 작품활동에 다시 적극 나설 뜻을 내비친 소설가 마광수씨가 30일 신작 <광마잡담>의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은 교훈이나 메시지가 아니라 재미를 좇는 현실도피”라는 자신의 소설론을 말하고 있다. 사진 해냄출판사 제공


“소설은 정직하나 배설 돼야…사라 상처 아직 커”

1992년 ‘발칙한’ 성애소설 <즐거운 사라>의 필화사건으로 구속·해직까지 겪으며 우울한 나날을 보냈던 소설가 마광수(54·연세대 국문학 교수·98년 복직)씨가 새로운 장편소설 <광마잡담>(해냄 펴냄)을 내며 ‘13년만의 작품활동 재기’의 뜻을 밝혔다. 청년 시절부터 써온 미발표 글들을 골라 모은 에세이집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도 함께 냈다.

<광마잡담>은 <권태> <광마일기> <즐거운 사라> <불안> <자궁 속으로>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에 이은 일곱 번째 소설이며 2000년 <알라딘…> 이후 5년만의 작품이다. 그런데도 그가 “13년만의 작품”이란 의미를 단 것은, 92년 <즐거운 사라> 시절 창작에 대한 사회적 검열을 혹독하게 치르면서 꺾였던 패기만만한 원기를 다시 찾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마씨는 30일 연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즐거운 사라> 사건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유례 없는 신기한 사건”이라며 “사라가 말한 자유로운 성 담론이 최근 크게 늘었으나 솔직한 고백, 당당한 대리배설은 여전히 찾기 힘들다”며 우리 사회의 성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아홉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 <광마잡담>은 중국 청대의 문언단편소설집 <요재지이>를 패러디한 전작 <광마일기>의 속편 격으로 읽히지만, 이번엔 패러디보다 창작의 요소를 훨씬 강하게 살렸다. ‘마광수 표’라 할 만한 관능적 솔직함, 고삐 풀린 성적 상상력이 “의도적 천박함과 속도감 있는 직설적 서사” 속에 복원됐다.

주인공 나(마광수)는 부당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던 중에 친구 소개로 제주도 별장에 쉬러 갔다가 바닷가에서 우연히 환상적 미녀(인어를 가장한 암갈치)와 사랑에 빠진다. 이어 두 명의 여인, 모란꽃에서 환생한 여인, 무덤에서 뛰쳐나온 한 맺힌 묘희, 우주에서 온 다이아나 등과 열정적이며 솔직한 섹스를 나눈다. 나의 마지막 환상은 외계인·로봇과 어울려 절정을 이룬다. 나는 우주인을 따라 간 ‘에로티카3000’에서 섹스로봇과 성희를 즐기고 노동로봇의 보살핌을 받는다. “나는 더 이상 외롭지도, 권태롭지도 않다. 관능적 백치미의 전형인 일곱 명의 미녀 로봇과 내 손발이 되어 나를 보살펴주는 여덟명의 노동로봇, 그들이 한없는 모성본능으로 내 어머니이자 아내의 구실을 하며 내 모든 외로움과 우울과 권태를 다 도둑질해 가버린 것이다.”

표지 그림과 책 속의 삽화 30여점을 마씨가 직접 그렸다.

마씨는 “실감있는 거짓말을 하고자 내 이름을 쓴 1인칭 소설로 구성했다”며 “카타르시스라는 말이 원래 ‘설사’라는 뜻이듯이 소설은 교훈이나 메시지가 아니라 현실도피, 욕망의 정직한 배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능적 상상력이야말로 창조의 원천이라는 지론도 다시 강조했다.

제자 소설가들의 작품활동을 묻는 물음에 대해 그는 “제자들이 요즘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데 왜 글을 어렵게 쓰는지 모르겠다”며 “성애가 소설에 자주 등장하지만 버릇인지 강박인지 몰라도 성을 너무 어렵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낸 에세이집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의 제목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경구를 뒤집어, ‘자유 없는 진리’보다 ‘진리 없는 자유’를 택하겠다는 마씨의 열망을 담은 것이다. 마씨는 92년 <즐거운 사라> 사건을 돌이키며 “그때의 상처가 아직도 크다”며 “주인공 사라가 끝까지 아무런 ‘깨달음’ 없다며 어처구니 없이 비판하던 여러 기득권 문화인들의 분노와 단죄는, 지금까지 우리 지식인 사회가 지녀온 ‘품위의 신화’에 내가 전면 거부한 데 따른 반동이었다”고 회고했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해냄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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