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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읽고 보고 듣고 즐기고…짧은 한가위 긴 여운

등록 2009-10-01 16:58수정 2009-10-01 17:00





한가위 연휴는 곧 문화다. 숨가쁜 일상을 털고 가족과 문화예술 현장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다. <한겨레> 문화부 기자들이 한가위 문화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울고 웃고 들썩이고

볼만한 공연

뮤지컬, 연극,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연휴에 손짓한다.


부담 없는 웃음을 원한다면 연극 <러빙유>가 볼만하다. 17살 미혼모 루이스가 아래층에 사는 39살 이혼남 조지를 만나 22년 나이 차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 코미디. 아웃사이더들의 좌충우돌, 알콩달콩 ‘가족 만들기’인 <러빙유>는 11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에서 공연된다.(02)762-0010

올해 1월 초연되면서 공연계에 ‘엄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친정엄마와 2박 3일>(11월15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도 추석을 맞아 재공연한다. 긴 이별을 앞두고 모녀가 서로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남성도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국민엄마’ 강부자와 전미선 출연. (02)6005-6010.

3대가 함께 관람할 작품으로는 코믹 마샬 아츠 퍼포먼스 <점프>가 제격이다. 2003년 초연된 <점프>는 태권도를 비롯하여 애크러배틱까지 온갖 무술, 기예를 선보이는 넌버벌 퍼포먼스. 무술 합이 117단에 이르는 무술인 가족의 집에 어느 날 어설픈 도둑이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서울 종로 아이비케이 점프전용관에서 오픈 런 공연 중이다. (02)722-3995.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주옥 같은 히트곡들로 만든 뮤지컬 <올슉업>(11월1일까지 서울 충무 아트홀)도 친숙한 멜로디가 절로 입을 흥얼거리게 만드는 화제작이다. 1588-5212. 김일송 씬플레이빌 편집장 ilsong@sceneclub.com


박물관·고궁, 놀거리 풍성

문화유산의 보고인 박물관은 명절 나들이엔 안성마춤. 특히 이번 연휴에 눈길끄는 전시들이 많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02-2077-9000)의 특별전 ‘여민해락’은 안견의 <몽유도원도>,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 <훈민정음> 등 좀처럼 보기 어려운 국내외 명품 문화재 150여점을 모았다. 대화가 겸재 정선의 특별전도 같이 볼 수 있다. 3~4일 구내 열린마당에서는 민속놀이 등으로 꾸려지는 ‘한가위 한마당’ 행사가 기다린다.

국립민속박물관(02-3704-3114)은 2-4일 구내 야외전시장에서 ‘추억의 타임머신’ 행사를 펼친다. 재현된 1970년대 거리에 뻥튀기, 솜사탕 장수들을 등장시키고, 그 시절 인기있던 뱀 주사위 놀이(사진)도 재현했다. <우주소년 아톰><로봇 태권브이> 같은 추억의 만화 영화도 틀어준다. 국립경주박물관(054-740-7500)의 ‘사천왕사’전, 국립부여박물관(041-833-8562~3)의 ‘백제가람에 담긴 불교 문화’전, 국립전주박물관(063-223-5651)의 ‘마한, 숨쉬는 기록’전, 부산박물관(051-610-7111)의 ‘중국 국가박물관 명품 그릇전’ 등도 볼만하다. 궁궐, 왕릉의 경우 3일 무료 개방되며, 경복궁, 덕수궁에서는 연휴기간 중요무형문화재 공연도 펼쳐진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페임’의 감동을 음악으로

들을만한 음반

올 추석 연휴 집에서 들을 만한 대중음악 음반으로는 팝의 여왕 마돈나의 베스트 앨범 <셀러브레이션>을 꼽을 수 있다. 마돈나와 팬들이 직접 선곡한 이 베스트 앨범에는 ‘라이크 어 버진’, ‘보그’ 등 추억의 노래들부터 ‘헝 업’ 같은 최신 히트곡까지 모두 36곡의 노래가 2장의 시디에 망라되어 있다. 또한 1980년대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셀러브레이션’과 ‘리벌버’, 2곡의 신곡이 포함되었다. 수록곡 모두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좀더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뮤지컬 영화의 대명사가 된 <페임>의 새 사운드트랙 버전도 귀를 잡아끈다. 2009년 리메이크된 영화와 더불어 그래미상과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을 휩쓸었던 사운드트랙 역시 2009년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아이린 카라의 노래로 유명한 ‘페임’을 나투리 노트가 다시 불렀고, 오리지널 앨범의 수록곡 모두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었다. 김학선 객원기자


작품 하나 심호흡 한번

볼만한 전시

올 추석 연휴 전시 나들이 메뉴는 중견·작고 작가들의 재조명전과 디자인, 공예 비엔날레의 난장이다.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02-425-1077)에서 여는 ‘작가 재조명-신성희, 한순자’전은 같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지만 작품 세계가 전혀 다른 두 작가를 조명한다. 색칠하는 캔버스를 칼로 자르고 묶어서 조각 같은 추상회화를 만들어온 신성희씨의 팔레트를 형상화한 신작들이 선보인다. 한순자씨는 눈에 띄는 동그라미라면 무엇이든 모아서 작품으로 만들었다. 추석당일 휴관. 덕수궁미술관(02-2188-6114)의 배병우 사진전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02-2188-6000)의 재미 작고작가 이병용 유작전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도 주목할 만하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062-608-4224)는 한가위 차례상 같은 디자인 잔치상을 벌였다. ‘먹고(食) 입고(衣) 살며(住) 배우고(學) 즐기는(樂) 것’들에 대한 주제전과 살핌ㆍ살림ㆍ어울림을 소주제로 한 프로젝트전이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에서 열린다. 최정화 작가의 창고 대공개전이 볼거리. 1970년대 우리네 살림살이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충북 청주 예술의전당 일원에서 열리는 청주공예비엔날레(043-277-2506)도 ‘만남을 찾아서’란 주제 아래 3개 섹션별로 다양한 공예와 디자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서울시립미술관(02-120) ‘감각의 몽타주’전도 놓치지 말 것. 토막낸 시간과 공간을 재조합하는 영화적 기법인 몽타주가 미술 작품으로 이입되어 벌어진 장관을 조명한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막히는 길, 가방 안의 ‘히든카드’

읽을만한 책

추석 연휴에는 책 속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최근에 나온 소설·산문들 가운데 읽어볼 만한 책 다섯 종을 뽑았다. 고향길 오고 가는 중 차 안에서 읽어도 좋지 않을까.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시인 함민복씨가 <미안한 마음>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새 산문집이다. 가난한 모자가 설렁탕 국물을 나눠 먹는 이야기를 그야말로 눈물겹게 그린 산문시 <눈물은 왜 짠가>의 주인공인 어머니가 그 사이 세상을 떴다. 시인은 “그리움과 슬픔 두 바퀴가 아직 있기는 한데, 손잡이가 되는 축이 없어진 것 같아요”라며 어찌 할 수 없는 상실감을 토로한다. 지난해 여름 촛불시위에 나갔다가 전경들에게 무자비하게 얻어맞은 일(<한겨레> 2008년 7월 5일 치 참조)에 관한 글도 들어 있다. 1996년부터 강화도에 정착해 살고 있는 시인은 전등사를 향해 가면서 길과 세상에 관한 통찰을 길어 올린다. “길끼리 만나지 않는 길은 존재할 수 없다. 길 중에, 섬인 길은 없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열외인종잔혹사 한겨레문학상의 올해(제14회) 수상작이다. 신인 작가 주원규씨의 도발적인 상상력이 빛나는 소설이다.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군복을 즐겨 입는 극우파 노인, 정규직을 꿈꾸는 인턴사원,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10대 후반 청소년, 그리고 노숙자 같은 ‘열외 인간’들이 자본주의의 심장부라 할 코엑스몰에서 벌어지는 혁명 소동에 휩쓸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서로를 알지 못하는 이 인물들이 한날 한시에 동일한 공간에 모여들어 엉뚱하고도 놀라운 사건에 휘말려드는 과정을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그려 나간다.

도가니 청각장애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직원들의 상습적인 성폭행과 그것을 은폐하려는 기득권 세력의 담합을 고발한 공지영씨의 소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삼아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용기와 비겁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특유의 감수성 있는 문체로 소화한다. 무진이라는 바닷가 도시의 청각장애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 주인공 강인호가 어린 장애 학생들에 대한 교장 및 교직원들의 상습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진실을 파헤치려는 싸움에 나선다. 그러나 가해자들을 감싸는 기득권층의 담합이 공고한 벽처럼 다가오는 가운데, 가해자들이 강인호 자신의 소시민적 안락과 개인적 명예를 볼모로 삼아 공격해 오자 강인호는 고민에 빠진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아홉 단편을 묶은 김연수씨의 새 소설집이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출발해, 인문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진실과 객관에 대한 진한 회의를 표했던 작가가 소통이라는 주제를 천착하고 있는 점이 새삼스럽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연인이나 가족 등 주변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이 그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죽음은 상실이요 고통이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일은 그 상실과 고통에 대한 치유가 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인 것처럼 보인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작가의 말’)

1Q84 1~2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회심작. 벌써 3주째 국내 서점 베스트셀러 1위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고, 이야기의 안과 밖이 이어진다. 하나의 달이 떠 있는 1984년과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1Q84년이 뒤엉키고, 소설 속 주인공이 쓴 소설이 주인공의 삶으로 틈입한다. 평행선처럼 만나지 않는 두 주인공과 경계가 모호한 선과 악. 바흐의 음악과 체호프의 글쓰기에 대한 ‘고급스런’ 감성에서 주인공들이 소비하는 명품브랜드 명을 노출시키는 ‘대중적’ 감성까지. 하루키의 흥행 장치들이 실핏줄처럼 깔려 있다. 오웰이 쓴 <1984>의 ‘빅브라더’가 현대사회의 시스템이라는 통렬한 현실에 바탕하는 반면, <1984>에 대한 오마주처럼 씌어진 <1Q84>에서‘리틀피플’의 의미는 모호하다.

최재봉 문학전문 기자, 허미경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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