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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충무로 늦둥이’ 고창석…마흔, 잔치는 시작됐다

등록 2009-10-21 18:30수정 2009-10-21 18:56

배우 고창석(40)
배우 고창석(40)
절정의 ‘웃음 캐릭터’ 각광
영화 ‘부산’서 첫 주연 발탁
“매맞는 연기에 재능 있대요”




요즘 한국 영화엔 “이 세상에 ○○없으면 무슨 재미로~”라는 노래가 나올 법한 사람이 있다. <영화는 영화다>(2008)의 ‘봉 감독’으로 코믹 연기의 절정을 선보였던 배우 고창석(40). 100㎏이 넘는 거구에서 흘러나오는 약간 방정맞은 경상도 사투리의 코믹함, 장성한 청년의 아버지로 출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중후한 외모와 가벼운 행동의 부조화, 무엇보다 연극 무대 등에서 갈고닦은 기량이 그가 요즘 충무로에서 각광 받는 이유일 것이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부산>에서 그는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비중 있는 조연으로 각광 받게 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그야말로 초고속 발탁이다. 유승호의 아버지로 출연한 그는 영화에 재미를 주는 감초 구실뿐 아니라, 반전의 비밀을 갖고 있는 인물로서 마지막까지 영화를 끌고간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고창석은 “분명히 부담은 됐다”면서도 “주연이라는 의식은 별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미만 있다면 “주연, 조연 가리지 않고 하겠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오랫동안 낮에는 극단, 밤에는 공장을 오가며 일했지만 힘든 줄을 몰랐던 것은 “재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밑에서부터 천천히 올라가는 배우들이 대개 그러하듯, 고창석 역시 우리가 익히 아는 영화의 기억나지 않는 단역으로 출발했다. <친절한 금자씨>(2005)의 우소영(김부선) 남편, <괴물>(2006)의 격리공간 조무사 등. 사실상 데뷔작이었던 <바르게 살자>(2007)는 “영화가 이런 재미가 있구나”라는 걸 알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촬영이 없을 때도 감독 옆에 쭈그리고 앉아 조금이라도 모르는 건 무조건 물어봤다. 덕분에 <영화는 영화다>의 ‘봉 감독’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다.

올해만 해도 그는 굵직한 영화들의 눈에 띄는 조연으로 활약했다. 혀 짧은 소리로 “짝퉁에도 레베루가 있다”고 주장하던 <인사동 스캔들>의 호진사 사장, 대책 없는 자식 사랑의 끝을 보여주던 <이태원 살인사건>의 알렉스 아버지, 그리고 최근에는 송강호와 강동원이 출연하는 <의형제>(2010) 촬영을 마쳤다.

연극 무대에서도 고창석은 늦깎이였다. 대학 풍물패에서 처음 무대를 접한 뒤, 부총학생회장까지 지낼 정도로 골수 운동권이었던 그는 졸업과 함께 ‘희망새’라는 민중가요 노래패에서 활동했다.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울예대 연극과(98학번) 시험을 본 상태였다. 대학로에 진출한 것이 서른한살 때, 사다리움직임연구소라는 신체연극집단이었다. “제가 맞는 연기에 재능이 있더라구요. 탈춤과 신체 연극으로 다져져 있기 때문이죠. 때리기 좋게 살짝 들어준다든지 하는 게 재미있고 잘 되더라고요. ‘한국의 홍금보’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부산>의 마지막 장면인 지하벙커에서의 촬영이 28시간이나 계속되자 그는 박지원 감독에게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졌다. “내년에 내가 사비를 털어서라도 단편영화 찍을 테니까 그때 꼭 좀 출연해줘.” 연극과 이벤트 연출 등으로 훈련돼 있는 고창석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단순히 고생시킨 감독에 대한 복수심에서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스폰지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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