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열린 ‘니들이 고생이 많다’ 공연에서, 여성 4인조 록밴드 ‘스토리셀러’의 열창에 소울드레서·쌍코·화장발 회원들이 열광하고 있다.
홍대앞 밴드, 소울드레서 등 ‘사회참여’ 여성들 위로공연
카페 회원 300여명 ‘폴짝폴짝’
“우리 하는 일 인정받아 뿌듯” 지난 7일 저녁 서울 홍대 앞 공연장 ‘롤링홀’은 ‘금남의 집’이나 다름없었다. 객석을 메운 300여명의 관객 가운데 90% 이상이 20대 여성이었다. 꽃미남 아이돌 가수라도 나온 걸까? 이날 공연의 제목은 ‘니들이 고생이 많다’. 홍대 앞을 무대로 활동하는 인디 밴드들이 ‘소울드레서’ ‘쌍코’ ‘화장발’ 등 이른바 ‘삼국연합’이라 일컬어지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을 위로하는 자리였다. 이들 인터넷 카페는 패션과 미용에 관심을 둔 20~30대 여성들의 모임이다. 세 곳의 회원 수를 더하면 65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광우병 위험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당시 활발하게 거리를 누비며 ‘개념 찬 여성들의 모임’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이후에도 용산 참사, 미디어법·민영화·4대강사업 반대 등 굵직한 사회문제를 향해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 무대에선 스토리셀러,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래빗보이 등 일곱 팀의 인디 밴드들이 뜨거운 울림을 토해냈다. 래빗보이의 디제이 겸 보컬 디지는 “어지러운 세상에 니들이 참 고생이 많다. 오늘만은 화끈하게 즐겨라!” 하고 소리쳤다. 미디어법 반대에 앞장서온 최문순 민주당 의원도 무대에 올라 “언론악법을 막기 위한 활동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데 감사드린다”며 “우리나라가 여러분들로 인해 변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장을 두드리는 전자음에 관객들은 두 손을 높이 치켜들고 폴짝폴짝 뛰었다. 공연장을 찾은 윤수지(20)씨는 “원래 정치·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달라졌다”며 “여기 와 보니 우리가 하는 일이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무료였지만 카페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입장료를 걷었다. 모은 돈은 민영화·4대강사업 반대 잡지를 만들어 배포하는 데 보탤 거라고 한다. 행사를 주최한 ‘문화네트워크 홍대앞’의 이승현 본부장은 “삼국연합의 20대 여성들과 인디 밴드들의 자유분방하고 진취적인 정신이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는 생각에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