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독일어 번역본 질 떨어진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준비상황 점검하러 방한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준비상황을 점검하고자 독일 기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룬트샤우> <디 차이트> 등의 기자 6명과 함께 지난 2일 입국한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문학담당 기자 이초마 알렉산더 망골트(34)를 8일 만나 한국 내에서의 취재 결과 등을 들어 보았다. 망골트는 취재를 마치고 9일 출국했다. -한국에서 어떤 것을 취재했으며, 주빈국으로서 한국의 준비 상황은 어떻던가. =주빈국 관계자들을 만나 전반적인 준비상황을 파악했다. 특히 작가들을 인터뷰한 것이 흥미로웠다. 작년의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이 아랍이어서 2년 전에 레바논 베이루트로 비슷한 취재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문학과 문화를 보여주기보다는 국가의 대표적인 인물들을 인사시키려 한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은 정말로 문학과 문화를 세계에 내보이고자 했던 것 같다. -작가들을 만난 소감은? =다양한 세대와 성향의 작가들을 만났다. 황석영씨를 처음 만났는데, 작품보다도 이력이 더 흥미진진했다(웃음). 문학 경향에서 그 반대편이라 할 이문열씨도 만났다. 경기도 이천 자택에서 만났는데, 자연 속의 아름다운 주택이 인상적이었다.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김영하씨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비록 작품은 한 편밖에 못 읽었지만, 매우 지적이고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젊은 여성 작가 한강씨도 만났다.
-한국 문학작품은 어떤 것을 읽었는지. =이문열씨의 <젊은 날의 초상>, 황석영씨의 <한씨연대기>, 김영하씨의 <크리스마스캐럴>, 한강씨의 <내 여자의 열매> 등이다. 독일어 번역본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낯설거나 접근이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이문열씨의 박진감 넘치는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독일어 번역이 가독성을 떨어뜨린다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한국 문학작품은 독일어로 번역된 게 절대적으로 적은데다 번역의 질도 떨어지는 것 같다. -한국 문학작품의 독일어 번역 소개와 관련해서 조언을 한다면. =지금은 번역 팀을 한국에서 선발하는데, 그게 최상의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독일에서 직접 번역자를 선발해서 번역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독일 출판계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독일 통일 과정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작가들이 분단 극복을 위해 어떤 태도로 무슨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작가든 정치든 동일한 선택에 부닥칠 거라고 보는데, 북한을 고립시킬 것인가 그쪽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킬 것인가의 선택 말이다. 남이나 북이나 작가들은 동일한 언어를 쓰는 만큼 문학을 통해서도 민족동질성을 회복시키고 상대방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귄터 그라스가 독일에서 존경받는 이유는 그가 통일 이전에도 동독 쪽과 교류하면서도 동독 정부를 지지하는 언행을 자제하면서 동독 내에서 억압받는 작가들을 위해 활동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