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필린들 어쩌겠어요 불러야 할 노래가 있는 것을”
노래패 ‘조국과 청춘’ ‘노래 마을’ 등에서 민중가요를 불렀던 손병휘(39)씨의 솔로 세번째 앨범 <촛불의 바다>는 한국뿐만 아니라 이라크, 체첸, 보스니아, 베트남 등을 두루 돌며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잔잔한 포크 기타 선율에 위로와 평화를 그리는 기도를 담았다.
“민중가요의 뿌리는 포크예요. 이번 앨범은 주제가 무겁기 때문에 전자음을 뺀 기타와 오카리나 연주 등 아름다운 선율을 뽑는 데 힘썼어요.” 그는 “음악은 성명서처럼 메시지만 전달해서도 안되지만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공감을 끌어내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내 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수우족의 기도)라는 바람으로 시작해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열망하기보다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인내를 바라겠네”(타고르의 기도)라는 다짐으로 끝난다. 그 사이에 전쟁에 얽힌 삶의 모습이 자리잡는다. ‘샤이(이라크 홍차)를 마시며’는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도 식지 않는 사람 사이의 정을 묘사한 박노해씨의 시에 노랫말을 붙인 곡이다. 보스니아 내전 때 성폭력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신산한 삶을 노래한 ‘여자 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집을 묻는다’의 노랫말은 허수경씨의 시다. 록의 면모를 보여주는 ‘촛불의 바다’는 그가 “촛불 시위를 보고 난 뒤 이게 한 민족이 아니라 온 세계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느껴” 만든 노래다
“녹음까지 끝난 상황에서 이라크침략 전쟁이 터져 다시 만드는 바람에 손해가 크다”며 웃는 그는 제작과 홍보까지 도맡아 한다. 척박한 대중음악 시장에서 반전 메시지를 담은 포크가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앨범이 팔리는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제 노래는 미사리 같은 데서도 좋아하지 않을 거고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줄 알지만 어쩌겠어요?” 어쩌겠나. 불러야 할 노래 남아 있는 것을. 앨범 문의 folkking.com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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