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상, 몽골 대초원의 호연지기와 맞닿다
‘2010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
제국 발원지 원상도 유적지 방문
평정산 트레킹·게르촌 축제 참여… “자연과 조화 이룬 유목문화 체험
몽골 등에 대한 오해·편견 해소도” 초원은 넓고 하늘은 높았다. 초원의 넓이와 하늘의 높이가 맞닿는 쪽으로 지평선은 아스라하게 멀었다. 몽골의 자연과 문화, 역사와 현실을 만나러 나선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기상은 초원을 가로지르고 하늘로 치솟았다. ‘몽골 대륙에서 세계를 향한 큰 꿈을 품어라!’ 전국의 남녀 대학생 77명이 참가한 2010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 행사가 지난 4~11일 중국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 일대에서 펼쳐졌다.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교보생명이 후원한 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 대원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과 몽골 제국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호연지기를 길렀다. 4일 오후 톈진을 거쳐 중국에 입국한 대원들은 이튿날 중국 국내선 항공을 통해 네이멍구자치구 성도인 후허하오터에 들어갔다. 대원들은 그곳 네이멍구박물원을 방문해 몽골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시기별·주제별로 정리한 전시실을 둘러보고 포우궈칭 네이멍구대학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포우 교수는 “몽골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의 조화와 융합”이라며 “느리고 한만한 전통 노래에서 보듯 몽골인들은 자연적인 삶의 리듬을 중요시한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박물원에 이어 한나라 시절 흉노족에게 시집간 미인 왕소군의 묘소를 찾아 중국 역대 한족 정권의 이민족 포섭 정책에 대해 공부했다. 대원들은 이날 밤새 기차를 타고 시린고르 대초원 한복판에 자리잡은 칭기즈칸 일족의 본향 시린하오터에 도착했다. 시린하오터 인근 시우치 초원 몽골 게르촌에 투숙한 대원들은 그곳에서 씨름과 말 경주, 활쏘기 등 미니 나담 축제에 참가하는 한편 자체 체육대회와 레크리에이션을 즐겼다. 2010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의 하이라이트는 8일의 평정산 트레킹이었다. 뭇 산봉우리들이 칼로 자른 듯 평평하다고 해서 평정산(平頂山)이라고 불리는 이 화산 지형은 칭기즈칸이 말안장을 만들기 위해 칼로 잘랐다는 전설을 거느리고 있다. 대원들은 몽골의 전형적인 초원을 행군한 다음 평정산 정상에 각자의 소원을 담은 돌탑을 쌓았다.
대원들은 이날 오후에는 몽골 제국의 발원지인 원상도(元上都) 유적지를 방문했다. 서구인들 사이에서는 ‘제너두’로 더 잘 알려진 원상도는 <동방견문록>의 지은이인 마르코 폴로가 17년 동안 머무른 뒤 자신의 책에서 상세히 묘사한 몽골 제국의 여름 수도였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새뮤얼 콜리지도 <쿠빌라이 칸-꿈속의 모습>이라는 시에서 “위엄 있는 환락의 궁전” “천국의 우유와 꿀” 같은 환상적인 표현으로 상도를 묘사하면서 동방의 이 도시가 서구인들에게는 지상낙원 또는 이상향의 상징으로 통하게 되었다. 2010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에 동행한 이평래 한국외대 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칭기즈칸의 손자이자 원의 제5대 칸인 쿠빌라이가 베이징에 대도(大都)를 건설했음에도 역대 칸들이 초원 속 여름 수도인 상도와 중도(中都)를 오가면서 제국을 통치한 것은 베이징의 더위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유목민족인 몽골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지금 네이멍구자치구의 몽골인들은 허울뿐인 소수민족 우대책 아래 사실은 한민족의 돈벌이에 심부름이나 하고 있을 뿐인 ‘자기 땅에서 유배된 자들’”이라며 “유목 목축을 정착 목축으로 바꾸고 가축 수도 무리하게 늘리는 바람에 네이멍구는 크게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원들은 9일은 사막화의 위기에 놓여 있는 쿤센다크에서 나무 400그루를 심는 봉사 활동을 펼치고 원중도 유적을 탐방했으며, 10일은 원나라 시대에 세워진 역참 지밍이와 칭기즈칸 군대가 금나라로 쳐들어올 때 넘었던 고개 야호령을 거쳐 만리장성을 등정하는 것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대장정에 참가한 손혜림(한국외대 태국어통번역학과 1)씨는 “중국과 몽골에 대해 지니고 있던 편견과 오해가 많이 바뀌었다”며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마음도 넓어지고 생각도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범수(경희대 영문과 3)씨는 “아무런 편견도 없이 뽑힌 전국의 대학생들이 즐겁게 어울리면서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몽골 대륙과 세계를 향한 꿈이라는 주제의식에 부합하는 임무가 더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은 2002년 중국 옌지(연길)와 백두산, 선양 등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한 이래 올해까지 모두 9회에 걸쳐 8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역대 대장정 참가자들은 ‘동북아 프런티어 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도모하고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네이멍구자치구(중국)/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평정산 트레킹·게르촌 축제 참여… “자연과 조화 이룬 유목문화 체험
몽골 등에 대한 오해·편견 해소도” 초원은 넓고 하늘은 높았다. 초원의 넓이와 하늘의 높이가 맞닿는 쪽으로 지평선은 아스라하게 멀었다. 몽골의 자연과 문화, 역사와 현실을 만나러 나선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기상은 초원을 가로지르고 하늘로 치솟았다. ‘몽골 대륙에서 세계를 향한 큰 꿈을 품어라!’ 전국의 남녀 대학생 77명이 참가한 2010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 행사가 지난 4~11일 중국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 일대에서 펼쳐졌다.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교보생명이 후원한 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 대원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과 몽골 제국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호연지기를 길렀다. 4일 오후 톈진을 거쳐 중국에 입국한 대원들은 이튿날 중국 국내선 항공을 통해 네이멍구자치구 성도인 후허하오터에 들어갔다. 대원들은 그곳 네이멍구박물원을 방문해 몽골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시기별·주제별로 정리한 전시실을 둘러보고 포우궈칭 네이멍구대학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포우 교수는 “몽골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의 조화와 융합”이라며 “느리고 한만한 전통 노래에서 보듯 몽골인들은 자연적인 삶의 리듬을 중요시한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박물원에 이어 한나라 시절 흉노족에게 시집간 미인 왕소군의 묘소를 찾아 중국 역대 한족 정권의 이민족 포섭 정책에 대해 공부했다. 대원들은 이날 밤새 기차를 타고 시린고르 대초원 한복판에 자리잡은 칭기즈칸 일족의 본향 시린하오터에 도착했다. 시린하오터 인근 시우치 초원 몽골 게르촌에 투숙한 대원들은 그곳에서 씨름과 말 경주, 활쏘기 등 미니 나담 축제에 참가하는 한편 자체 체육대회와 레크리에이션을 즐겼다. 2010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의 하이라이트는 8일의 평정산 트레킹이었다. 뭇 산봉우리들이 칼로 자른 듯 평평하다고 해서 평정산(平頂山)이라고 불리는 이 화산 지형은 칭기즈칸이 말안장을 만들기 위해 칼로 잘랐다는 전설을 거느리고 있다. 대원들은 몽골의 전형적인 초원을 행군한 다음 평정산 정상에 각자의 소원을 담은 돌탑을 쌓았다.
대원들은 이날 오후에는 몽골 제국의 발원지인 원상도(元上都) 유적지를 방문했다. 서구인들 사이에서는 ‘제너두’로 더 잘 알려진 원상도는 <동방견문록>의 지은이인 마르코 폴로가 17년 동안 머무른 뒤 자신의 책에서 상세히 묘사한 몽골 제국의 여름 수도였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새뮤얼 콜리지도 <쿠빌라이 칸-꿈속의 모습>이라는 시에서 “위엄 있는 환락의 궁전” “천국의 우유와 꿀” 같은 환상적인 표현으로 상도를 묘사하면서 동방의 이 도시가 서구인들에게는 지상낙원 또는 이상향의 상징으로 통하게 되었다. 2010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에 동행한 이평래 한국외대 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칭기즈칸의 손자이자 원의 제5대 칸인 쿠빌라이가 베이징에 대도(大都)를 건설했음에도 역대 칸들이 초원 속 여름 수도인 상도와 중도(中都)를 오가면서 제국을 통치한 것은 베이징의 더위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유목민족인 몽골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지금 네이멍구자치구의 몽골인들은 허울뿐인 소수민족 우대책 아래 사실은 한민족의 돈벌이에 심부름이나 하고 있을 뿐인 ‘자기 땅에서 유배된 자들’”이라며 “유목 목축을 정착 목축으로 바꾸고 가축 수도 무리하게 늘리는 바람에 네이멍구는 크게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원들은 9일은 사막화의 위기에 놓여 있는 쿤센다크에서 나무 400그루를 심는 봉사 활동을 펼치고 원중도 유적을 탐방했으며, 10일은 원나라 시대에 세워진 역참 지밍이와 칭기즈칸 군대가 금나라로 쳐들어올 때 넘었던 고개 야호령을 거쳐 만리장성을 등정하는 것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대장정에 참가한 손혜림(한국외대 태국어통번역학과 1)씨는 “중국과 몽골에 대해 지니고 있던 편견과 오해가 많이 바뀌었다”며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마음도 넓어지고 생각도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범수(경희대 영문과 3)씨는 “아무런 편견도 없이 뽑힌 전국의 대학생들이 즐겁게 어울리면서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몽골 대륙과 세계를 향한 꿈이라는 주제의식에 부합하는 임무가 더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은 2002년 중국 옌지(연길)와 백두산, 선양 등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한 이래 올해까지 모두 9회에 걸쳐 8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역대 대장정 참가자들은 ‘동북아 프런티어 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도모하고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네이멍구자치구(중국)/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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