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 ‘합★체’ 작가 박지리씨
한달만에 완성한 첫번째 작품
키작은 쌍둥이 형제의 성장담
“계속 쓴다면 재미에 중점둘 것” 스물다섯, 1985년생. ‘학번’으론 ‘공사 학번’이다. 2004년 들어간 대학에선 역사를 공부했다. 글쓰기 동아리에 들거나, 소설 창작 교실 한 번 다녀본 적이 없다. 지난해 봄,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취업도 안 되고)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글을 썼다. 이것저것 써보다가, 한 달 만에 난생 처음 완성한 소설을 응모한 것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계절문학상의 제8회 대상 수상작이 되었다. <합★체>의 작가 박지리([♣사진♣])씨는 어릴 적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은 꿔본 적도 없다고 했다. 처음 쓴 소설로 등단까지 하다니, 숱한 문예창작과 작가지망생들에겐 속이 터질 노릇이다. 그는 왜 하필 소설을 썼을까? 박지리씨는 “그냥”이라고 답한다.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림을 너무 못 그려서요.” 영향을 받았거나 좋아하는 소설가는? “별로 소설을 안 읽어요. 빨리 읽지를 못해요. 읽은 작품 가운데 고르라면 박민규의 <삼미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좋아해요. 왜냐구요? 재밌으니까요. 제가 글을 계속 쓴다면 첫 번째로 염두에 두는 게 재밌는 것이 될 것 같아요.” <합★체>는 난쟁이 아버지를 둔 탓에 엄청나게 키가 작은 고등학생 쌍둥이 형제‘합’과 ‘체’의 코믹 발랄하되 가슴 따듯해지는 성장담이다. 제목에서 ‘변신로봇의 합체’ 같은 낱말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아버지는 난쟁이였다’로 시작한다. 1970년대 도시 산업화에서 떠밀린 빈민의 삶을 형상화한 조세희씨의 저 유명한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을 소설의 모티브로 깔고 있다. <난쏘공>에 바치는 오마주일까? “딱히 난쏘공을 모티브로 삼은 건 아니에요. 그냥 키 작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까 난쏘공을 빌려오게 되었어요.” <합★체>는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된 ‘오체’와 ‘오합’ 형제가 우연찮게 맞닥뜨린 계룡산 출신 약수도사 할아버지로부터 ‘키크는 비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는 33일 방학기간 동안 계룡산의 동굴에서 모험과도 같은 수련에 나선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그 수련의 결과 이들은 과연 키가 클 수 있었을까? 키로는 반에서 거꾸로 1, 2등을 다투지만, 합체 형제의 캐릭터는 천양지차. 형 ‘합’은 차 안에서도 영어사전을 끼고 공부할 정도로 전교 우등생이고, 동생 ‘체’는 공부는 꼴등이지만 몸을 쓰는 일이라면 댄스도, 농구도 자신 있는 아이다. 그런 체에게도 마음 속 영웅이 있었으니, 바로 체 게바라다. 주인공 ‘체’에게 게바라는 “세상을 뒤집어 버린 혁명을 이룬 남자”이다. 작은 키 콤플렉스에 빠진 주인공 체에게 혁명이란 ‘키작은 놈은 커지고 키큰 놈은 작아지는’ 한판 뒤집기다. 소설은 난쏘공과 혁명가 체 게바라를 버무리고 요사이 외모지상주의 세태를 상쾌하게 비틀지만, 작가는 이런 요소들을 인과관계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 “딴 글을 쓰다 문득 합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주인공 이름이 ‘체’니까 체 게바라도 갑자기 떠올랐고요.”
박씨는 <21세기 소년>이랄지, <배가본드>랄지 만화라면 숱하게 읽었다고 했다. 하루 아침에 소설가로 등단한 ‘만화 키드’랄 수 있다. 그의 소설 쓰기는 이제 시작됐지만, 그 자신은 작가라는 지칭이 쑥스러운 듯했다. “걱정스럽고요, 복잡…하지는 않은데, 집에서도 엄마가 자꾸 작가라고 그러는데 너무 싫은 거예요. 백수잖아요, 솔직히.”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키작은 쌍둥이 형제의 성장담
“계속 쓴다면 재미에 중점둘 것” 스물다섯, 1985년생. ‘학번’으론 ‘공사 학번’이다. 2004년 들어간 대학에선 역사를 공부했다. 글쓰기 동아리에 들거나, 소설 창작 교실 한 번 다녀본 적이 없다. 지난해 봄,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취업도 안 되고)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글을 썼다. 이것저것 써보다가, 한 달 만에 난생 처음 완성한 소설을 응모한 것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계절문학상의 제8회 대상 수상작이 되었다. <합★체>의 작가 박지리([♣사진♣])씨는 어릴 적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은 꿔본 적도 없다고 했다. 처음 쓴 소설로 등단까지 하다니, 숱한 문예창작과 작가지망생들에겐 속이 터질 노릇이다. 그는 왜 하필 소설을 썼을까? 박지리씨는 “그냥”이라고 답한다.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림을 너무 못 그려서요.” 영향을 받았거나 좋아하는 소설가는? “별로 소설을 안 읽어요. 빨리 읽지를 못해요. 읽은 작품 가운데 고르라면 박민규의 <삼미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좋아해요. 왜냐구요? 재밌으니까요. 제가 글을 계속 쓴다면 첫 번째로 염두에 두는 게 재밌는 것이 될 것 같아요.” <합★체>는 난쟁이 아버지를 둔 탓에 엄청나게 키가 작은 고등학생 쌍둥이 형제‘합’과 ‘체’의 코믹 발랄하되 가슴 따듯해지는 성장담이다. 제목에서 ‘변신로봇의 합체’ 같은 낱말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아버지는 난쟁이였다’로 시작한다. 1970년대 도시 산업화에서 떠밀린 빈민의 삶을 형상화한 조세희씨의 저 유명한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을 소설의 모티브로 깔고 있다. <난쏘공>에 바치는 오마주일까? “딱히 난쏘공을 모티브로 삼은 건 아니에요. 그냥 키 작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까 난쏘공을 빌려오게 되었어요.” <합★체>는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된 ‘오체’와 ‘오합’ 형제가 우연찮게 맞닥뜨린 계룡산 출신 약수도사 할아버지로부터 ‘키크는 비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는 33일 방학기간 동안 계룡산의 동굴에서 모험과도 같은 수련에 나선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그 수련의 결과 이들은 과연 키가 클 수 있었을까? 키로는 반에서 거꾸로 1, 2등을 다투지만, 합체 형제의 캐릭터는 천양지차. 형 ‘합’은 차 안에서도 영어사전을 끼고 공부할 정도로 전교 우등생이고, 동생 ‘체’는 공부는 꼴등이지만 몸을 쓰는 일이라면 댄스도, 농구도 자신 있는 아이다. 그런 체에게도 마음 속 영웅이 있었으니, 바로 체 게바라다. 주인공 ‘체’에게 게바라는 “세상을 뒤집어 버린 혁명을 이룬 남자”이다. 작은 키 콤플렉스에 빠진 주인공 체에게 혁명이란 ‘키작은 놈은 커지고 키큰 놈은 작아지는’ 한판 뒤집기다. 소설은 난쏘공과 혁명가 체 게바라를 버무리고 요사이 외모지상주의 세태를 상쾌하게 비틀지만, 작가는 이런 요소들을 인과관계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 “딴 글을 쓰다 문득 합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주인공 이름이 ‘체’니까 체 게바라도 갑자기 떠올랐고요.”
박씨는 <21세기 소년>이랄지, <배가본드>랄지 만화라면 숱하게 읽었다고 했다. 하루 아침에 소설가로 등단한 ‘만화 키드’랄 수 있다. 그의 소설 쓰기는 이제 시작됐지만, 그 자신은 작가라는 지칭이 쑥스러운 듯했다. “걱정스럽고요, 복잡…하지는 않은데, 집에서도 엄마가 자꾸 작가라고 그러는데 너무 싫은 거예요. 백수잖아요, 솔직히.”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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