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울림과스밈] ‘조희문’ 성토장 된 영화인 대토론회

등록 2010-09-02 21:59

김진철 기자
김진철 기자
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앞에 200여명 가까운 영화인들이 모여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주관의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영화인 대토론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토론회 시작 10여분을 앞두고 대강당 입구에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이 나타났다. 영화계의 대표적 지원자라 할 그의 손을 반갑게 맞잡는 영화인들은 드물었다. 지난 5월 영진위의 독립영화제작지원 심사에 조 위원장이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폭로되고도 100일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버티기의 달인’에 대한 영화인들의 감정은 착잡하게 보였다.

영화와 거리가 먼 대북 단파 라디오방송사 <열린북한방송>의 지원작과 자신이 직접 출연하는 작품을 뽑으라고 심사위원들한테 국제전화까지 한 조 위원장은 토론회 들머리에 영화인들 앞에서 고개 들어 인사하지 못했다.

토론회는 조 위원장과 영진위에 대한 성토장과 다름없었다. 예상한 바지만, 수위는 예상밖이었다. 영진위 위원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한국 영화산업의 문제점과 과제 등에 대한 발제가 있었지만, 토론이 시작되자 원로, 청장년을 가릴 것 없이 영화계 대표 토론자들은 조 위원장과 영진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진우 한국영화인복지재단 이사장이 포문을 열었다. “영진위가 불공정하게 (지원작에 대해) 심사해서 그런 거예요. (조 위원장이) 학연이다, 지연이다, 기자 시절 신세졌다, 하면서 뭐 그런 사람들한테 제작 지원금 주고 하는 이따위 짓을 해서는 안 됩니다. 영진위가 쓰는 영화발전기금이 어떤 돈입니까? 제작자들, 감독들, 극장업자들이 어려운 가운데 피나는 노력 해서 모아들인 돈 아닙니까? 그런데 영진위 위원장이 전화질해서 특정 작품 지원해줘라 하면….” 원로 영화인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고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이준동 부회장(나우필름 대표)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영진위가 강한섭 위원장(전임자) 때 아무 일 안 해서 정부기관 평가에서 최하위를 맞았죠. 지금 조희문 위원장은 조금 일하긴 했지만, 그 한 일이 전부 직권남용이었어요. 그 사람 임명한 쪽은 문화붑니다. 영진위가 영화진흥 기구인지, 영화 말살을 위한 기구인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춘연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회장(씨네2000 대표)은 “여기 앉아 있는 게 안 믿어진다”고 했다. “신뢰가 아주 깨져가지고요. 처음엔 (토론회를) 영진위가 한다고 했는데, 거기랑은 못 한다고 해서 날짜 연기해 가며 문화부가 하자 해서 모인 겁니다.” 그는 간명하게 영화계의 당면 과제를 짚어냈다. ” 영진위의 정상화가 가장 당면한 과제입니다. (조희문 외압 등) 잘못 분명히 드러났으니 위원장 사퇴하고 문화부는 영진위를 정상화해달라고, 두번이나 성명서 발표하고 기자회견해서 말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석달이 넘도록 묵묵부답이에요. 조 위원장은 영진위 정상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나가시고, 다른 분 임명하든 임명권자인 문화부가 책임지고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고개를 숙인 조 위원장은 대강당 한쪽 구석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박형동 문화부 과장은 “영진위 정상화가 당면한 문제라는 지적에 공감한다”고만 말했다. 이날 토론에는 물론 씨제이·롯데·쇼박스 등 메이저 3사의 독과점 등에 대한 비판과 대안 촉구도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모든 영화의 위기를 나타내는 징표들도, 불공정 외압의 주인공인 조희문 영진위원장의 버티기와 영진위의 개점휴업 상황 앞에선 무의미하게 보였다.


김진철 기자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