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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거저 주어지는 건 없지, 인생이 딱 그래요”

등록 2010-10-14 09:02수정 2010-10-14 09:04

배우 윤소정
배우 윤소정
연극 ‘33개의 변주곡’ 배우 윤소정
베토벤 연구에 목숨 바친
음악학자 캐서린역 열연

“연극은 애 낳는 것과 같아
때 되면 고통 잊고 재도전”

왜 베토벤은 귀가 먹고 불치병과 생활고에 시달렸던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스스로 ‘구두 수선공의 헝겊조각’이라고 폄하했던 디아벨리의 왈츠를 정교하고 방대한 변주곡들로 발전시키는 데 집착했을까?

15일부터 11월28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한국 초연하는 연극 <33개의 변주곡>이 던지는 질문이다.

“극중 베토벤의 대사처럼 ‘그 안에 더 있기 때문’이죠. 베토벤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처럼 디아벨리의 왈츠를 평범한 소품으로 보았으나 돈을 받고 변주곡을 쓰면서 생각지도 못한 매력을 발견한 거죠.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녀요? 또 베토벤을 괴롭혔던 고통이 위대한 작품을 창조해낸 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에서 베토벤 작품을 연구하는 음악학자 캐서린 브랜트 역의 여배우 윤소정(66)씨는 “작품을 연습하면서 결국 인생도 그만한 희생이나 대가를 지급해야만 뭔가를 성취할 수 있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베토벤도 귀가 완전히 먹고 죽음을 앞에 두고 이 위대한 작업을 완성했고, 캐서린도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베토벤의 연구에 목숨을 바친 거죠. 모든 것이 그만큼 대가를 지급해야만 성취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작품에서 캐서린은 루게릭병으로 하루하루 몸이 굳어가면서도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 연구 논문을 완성한다. 공교롭게도 윤소정씨도 최근 대상포진으로 크게 고생했다고 한다.


“올해 연극 <에이미>를 하면서 텔레비전 드라마 <다 줄 거야>도 찍고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까지 촬영하면서 하루도 쉬지 못했어요. 그래서 미국 여행을 하면서 쉬고 있는데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전화해서 ‘캐서린 역의 여배우가 건강 때문에 그만뒀다. 살려달라’는 거예요. 또 제가 예뻐하는 길해연(작은 사진 안 오른쪽)과 서은경이 전화로 난리를 치니 거절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는 “연습을 하면서 캐서린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극 끝나면 정신병원에 입원해야겠다”며 웃었다. “대상포진이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데 나도 캐서린처럼 제 나이 많은 줄을 잊고 있으니까 정신병자죠.”

길해연(오른쪽)
길해연(오른쪽)

윤씨는 “연극이라는 게 애 낳는 것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시는 아이를 안 낳는다고 하고도,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자기가 아팠던 것을 잊어버리죠. 이런 망각이 없으면 아마 우리는 못 살 거예요.”

<33개의 변주곡>은 음악가 베토벤(박지일)과 음악학자 캐서린의 교감, 그리고 죽는 날까지 베토벤에 매달리는 엄마 캐서린을 이해하지 못하는 딸 클라라(서은경)의 반목과 화해가 두 축을 이룬다. 여기에 디아벨리(이호성), 베토벤의 작곡 유물을 관리하는 사서 거트루드(길해연), 베토벤의 비서 쉰들러(박수영) 등의 이야기들이 더해진다.

음악 소재 연극인 만큼 베토벤의 33개 변주곡 가운데 20곡을 라이브 피아노 독주 연주로 들려준다.

연출가 김동현씨는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삶의 의미와 순간들을 비로소 만나게 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영화 <라라미 프로젝트>로 유명한 베네수엘라 출신 영화감독 겸 연극 연출가 모이세스 카우프만이 극본을 쓰고 직접 연출해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제인 폰다(72)가 캐서린 브랜트 역을 맡아 46년 만에 브로드웨이에 돌아와 화제가 됐고, 연말 토니상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무대디자인상을 받았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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