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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여름 밤 꿈, 그렇게 음악이 됐다

등록 2010-11-18 10:13

구소영/뮤지컬음악감독
구소영/뮤지컬음악감독
[하니스페셜] 호주 한겨레 포토워크숍/

참가자 후기

 “나 호주 가.” “호주는 왜?” “사진 찍으러.” “….”

 모두의 반응이 그랬습니다. 음악 하는 인간이 갑작스레 사진을 찍으러 그것도 외국에 간다니 다들 황당해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여행보다도 가슴 설레면서 ‘한겨레포토워크숍’에 참가했습니다. 내게는 사진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었죠.

 6년 전인가…, 공연쪽 일을 하면서 한참 슬럼프에 빠져 지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날마다 반복되는 작업 속에 아이디어도, 열정도 고갈되었던 그 시간은 저에겐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전 더 이상 즐겁지 않았습니다. 끝없는 밤샘 작업을 통해 만들어 낸 음악은 공연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사라져버렸고, 성공과 실패만으로 나의 작업들을 평가하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 역시 고통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손에 쥐게 된 똑딱이 카메라 하나는 제게 새로운 즐거움이자 취미생활이 되어 주었습니다. 날마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공연장 곳곳을 누비다 보니 이전에 제가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열 시간이 넘는 고된 연습에도 한결같은 열정으로 땀과 눈물을 쏟아내는 배우들, 어두운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한음 한음 최선을 다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연주자들, 극장 구석진 자리 어디에선가 그림자처럼 자신의 몫을 다하는 각 파트 스태프들…. 제 카메라 안에 피사체로 담긴 그들의 모습이 제게 준 감동은 조금씩 제 마음을 움직여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사진은 제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 제게 ‘한겨레포토워크숍’은 너무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호주에서의 일주일, 그것도 온전히 사진만 찍을 수 있으며,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진 얘기만 하며 보낼 수 있는 일주일이 꿈같이 다가왔습니다. 거기다가 옵션

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에게 직접 강의와 조언을 들을 수 있다니 여행과 쉼과 공부를 겸할 수 있는 이거야말로 1석3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빡빡한 프로그램에 몸은 천근만근 지치고, 저녁마다 계속되던 리뷰가 주는 압박감 탓에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지만 사진이란 매개체를 통해 눈과 귀와 온몸의 감각으로 느껴낸 호주에서의 일주일은 그 자체가 배움이자 자극이며 충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 시간이 마치 피곤한 여름날 오후, 짧디 짧은 단잠 속에서 꾼 꿈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정말 달콤하지만 아쉬운 시간이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제게 준 기억들은 지금도 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로 저를 자극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같은 꿈을 갖고 모인 사람들이 일주일이라는 시간 속에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열정’이라는 하모니, 걷고, 뛰고, 멈추고, 찍고, 먹고, 쉬면서 느리고 빠르게 뛰던 제 심장 박동소리 같던 ‘즐거움’의 리듬, 그리고 그레이트 오션을 바라보면서, 호주의 곳곳을 경험하면서 제 귀에 또렷하게 들려오던 ‘자연’이라는 아름다운 선율…. 그렇게 사진은 제게 음악이 되었습니다.

구소영/뮤지컬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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