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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런 박빙 처음

등록 2010-11-18 10:18

참가자 전원이 12사도 바위 앞 해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참가자 전원이 12사도 바위 앞 해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니스페셜] 호주 한겨레 포토워크숍/
[당선작 심사평]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심사위원 각자가 평가기준과 논지를 밝혀야 했다

점수 차가 고작 1~2점에 불과했다

7~8명에 이르는 후보작들 어쩌나

아쉽지만 그래도 고를 수밖에

주제·소재에 대한 집중력 차이가 갈림길이 됐다

제4기 한겨레포토워크숍에는 총 29명이 참가했고, 그 평균적 수준은 이전의 워크숍을 능가했습니다. 보다 정확히 얘기하면, 수상작의 수준은 예전보다 그리 높지 않았지만, 7~8명에 이르는 수상후보작들의 수준이 수상작에 그리 뒤지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의 구성에 따라 혹은 그들의 역점요소와 취향에 따라 수상작의 순위는 물론이고 수상 대상도 바뀔 수 있었습니다. 다수가 이렇게 박빙의 우열을 겨룬 예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섬세한 신중함, 신중한 섬세함

예전 심사의 경우, 수상작과 비수상작의 질적 차이가 분명했기 때문에 심사위원 고유의 미학적 관점은 거의 문제되지 않았고, 심사위원 상호간의 진지한 토론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반면 이번 4기 심사의 경우에는 심사위원 각자가 자신의 평가기준과 논지를 밝히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최우수상과 우수상 그리고 수상후보와 비수상후보의 점수 차가 10점 내외일 경우에는 재심사를 한다는 심사요강 때문이기도 했지만, 참가 작품이 심사위원들에게 섬세한 신중함, 신중한 섬세함을 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사위원 7명은 29명 중 23명이 제출한 각 10장으로 구성된 출품작 중에서 테마 수행도 등 8가지 항목의 100점 만점 배점표에 따라 개별 채점을 한 뒤 3명을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심사위원으로부터 다수 추천을 받은 5명을 수상후보로 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수상후보들이 받은 점수 중 최고, 최저 점수를 준 심사위원의 채점은 제외하고 나머지를 합산해 순위를 정했는데 후보들의 종합점수 차는 거의 1~2점 차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심사위원들은 다시 최종토론을 거친 뒤 다수결을 통해 최우수 1명과 우수 2명을 정하는 절차에 합의했습니다.

새롭게 해석하려는 의지의 차

그 결과 최우수상은 멜번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모습만을 담은 장승원씨의 ‘단둘’이 차지했고, 우수상은 “7년 전쯤 잠시 스쳐지나 왔던 멜번에서”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불안하고 우울한 자아를 탐색한 정지원씨의 ‘자화상’과 호주의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포착한 김문기씨의 ‘호주의 선과 색 그리고 사람’으로 돌아갔습니다.

장승원씨가 최우수의 영예를 받은 것은 뛰어난 카메라 워크, 참신한 발상 덕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정한 주제와 소재에 전념하는 일관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사물을 보는 예리한 시선, 파격적 구도와 뛰어난 순간포착 능력에도 불구하고 김문기씨가 최우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바로 주제와 소재에 대한 집중력의 결여 탓이었습니다.

정지원씨의 우울한 ‘자화상’ 연작은 깊이의 시학을 추구하는 빼어난 감성에도 불구하고, ‘외적’ 현실의 천착이라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원론적 사항을 비켜간다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멜번의 일상적 삶을 경쾌한 시선으로 담은 제시카 김의 ‘도시의 삶’과 플린더스역 광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기념사진 형식으로 담은 김은성씨의 작업도 우수작 후보로 거론됐지만,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의지의 부재가 한계로 지적되었습니다.

줄이고 더 줄여 구체적으로

최봉림/사진평론가, 작가
최봉림/사진평론가, 작가

다큐멘터리 사진의 성패 여부는 무엇보다도 작가가 정한 주제 혹은 소재에 천착하는 집중력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집중력을 위해서는 선정한 주제, 소재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합니다.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면, 호주의 자연보다는 시드니의 바다 혹은 멜번의 나무가 보다 구체적입니다. 멜번의 일상보다는 멜번 노점상의 일상이 보다 덜 추상적입니다. 주제, 소재의 범주를 줄이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듬는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의 집중성과 일관성에 이르는 요체입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선택한 주제와 소재를 일반의 상식과는 다르게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말하기는 쉽지만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좋은 사진을 찍는 일에 어찌 어려움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또 어려움 없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면, 사진 찍는 일은 분명 형편없는 잡기가 아니겠습니까?

최봉림/사진평론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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