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이온 플러스’ ‘애니 매트릭스’ 감독 피터정

등록 2005-06-26 17:44수정 2005-06-26 17:44

“한국애니 과제는 스토리와 연출력”

세계적으로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애니메이션 <이온 플럭스> <애니매트릭스> 등을 만든 재미동포 피터 정(44) 감독이 고국을 찾았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마련한 애니메이션 관련 워크숍에 참가하고, 건국대 영상애니메이션학과 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다. 지난 21일 특강을 마친 그는 “좋은 애니메이션의 관건은 관객에게 얼마나 수준 높은 시각효과를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은 감흥을 주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테크닉을 보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아닙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스토리 그 자체가 주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보는 겁니다. 내 작품을 누군가에게 보여줬을 때 ‘그림을 잘 그렸다’고 말하면 실망감을 느낍니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면 만든 이의 손길은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이야기 자체에 빠져들게 되거든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기술적인 면보다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연출력을 먼저 갖춰야 합니다.”

건국대 특강 “기술은 이미 세계수준”

정 감독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저 단순한 그림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캐릭터를 살아있는 인물로 보고 그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린 스토리보드를 보고 “이 인물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거지?”라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창작자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캐릭터에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릇에 담을 알맹이의 발전이 더디다는 거죠. 시나리오나 연출의 독창성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영화들을 보면 그런 부분의 잠재력은 충분한데도, 왜 애니메이션에는 적용이 잘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그 부분만 뒤따라준다면 국내 애니메이션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를텐데요.”

“사람들은 이제 왠만한 시각효과에는 놀라지 않는다”는 그는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해 캐릭터의 동작, 상황 설정, 이야기 전개 등 모든 부분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게 나만의 독창적인 연출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애니메이션들에서는 선악구도나 현실과 환상, 주연과 조연 등 이분법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예컨대 <이온 플럭스>에선 주인공이 악당에게 패배하면서 얘기가 끝나고, <애니매트릭스> 가운데 그가 만든 에피소드 ‘허가’의 경우 인간에 저항하는 기계의 처지에서 고민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식이다.

그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처럼 눈에 보이는 현실과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식을 뒤섞어 표현하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소설에서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할 수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소설만큼이나 표현력이 풍부해지려면 이런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정 감독은 이 대목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에서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법은 배우지만, 영상을 보는 법은 배우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는 “이제는 영상으로 모든 걸 이해하고 표현하는 감성을 어릴 때부터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작품에서는 영상 자체만으로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대사는 최소화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언어 어릴때부터 키워야”

“10년 전에 만들었던 단편 <이온 플럭스>를 장편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요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단계죠. 빠르면 2007년께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제는 그의 새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