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씨
가혹한 역사앞 운명 다뤄
“상 욕심 비우고나니 상복”
올안 장편도 선보일 계획
“상 욕심 비우고나니 상복”
올안 장편도 선보일 계획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 받은 공지영씨
“전에는 문학상을 정말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을 받든 못 받든, 누가 뭐래도 나는 계속 내 글을 쓰겠다는 생각 때문에 문학상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있는 상태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이런 큰 상이 주어지니까 다시 각오가 새로워지는 느낌입니다.”
한 해를 여는 첫 문학상인 이상문학상의 제35회 수상자로 공지영(사진)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문학사상> 12월호에 발표했던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 가정 폭력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작가 공지영’을 주인공 겸 화자로 내세우고, 그의 소설을 일본어로 옮긴 번역가(북한에 납치되었다가 24년 만에 돌아온 일본인), 일본군 위안부, 나치의 박해를 받은 유대인 등을 등장시켜 역사의 폭력과 운명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21개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각개약진하는 듯 묘하게 중첩되면서 하나의 주제의식을 향해 수렴되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심사위원들(평론가 김윤식·권영민, 소설가 윤후명·김인숙·윤대녕)은 “작가의 경험적 자아를 서사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역사와 현실 속에서 반복되는 인간에 대한 폭력과 그것을 견디어야 하는 개인의 고통을 대비시켜 놓고 있다”면서 “에피소드의 중첩을 통해 해체된 서사의 구조를 다시 복원하는 새로운 서사 방식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제목의 ‘글목’이란‘글이 모퉁이를 도는 길목’이라는 뜻으로 제가 만든 말입니다. 맨발이란 상처 입기 쉬운 존재를 가리키죠. 결국 저라는 상처 입기 쉬운 존재가 이 소설을 계기로 해서 또 한 번 글쓰기의 모퉁이를 돌게 된다는 뜻을 담은 것이에요.”
7일 낮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5년 만에 쓴 단편으로 큰 상을 받았다”면서 “이 상을 계기로 중단편도 더 자주 쓰고 싶다”고 밝혔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가 어떤 폭력에 의해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운명의 폭력 앞에서 무엇으로 희망을 찾을 것인가 하는 게 문제이겠는데, 저는 글에서 그 희망의 근거를 보았어요. 소설에도 나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각장의 비석에 새겨진 성서 구절이 그것입니다.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저 자신 현장에서 이 구절을 접하고 엄청난 전율을 느꼈어요. 결국 폭력과 어둠을 상쇄할 빛과 희망의 글쓰기에 대한 모색이 이 소설에서 제가 하려 한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희망의 글쓰기’가 반드시 낙관적인 결론을 제시하는 작품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부연했다.
“제가 어린 시절 이후 책을 읽어 오면서 얻은 가르침이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작은 존재가 아니고, 인생은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으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대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이것만으로도 희망이 있는 겁니다. 제 글의 독자들에게도 이런 생각을 전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최근 한국 소설은 개인의 내면으로만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견 작가들일수록 역사적 비전을 가지고 인간의 총체상을 큰 필치로 그려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를 주도한 미국 상선의 선장을 모델로 삼은 것을 비롯해 몇 편의 단편을 구상하고 있어요. 장편으로는 죽음과 병과 노인의 사랑을 다룬 작품을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입니다.” 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그는 “최근 한국 소설은 개인의 내면으로만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견 작가들일수록 역사적 비전을 가지고 인간의 총체상을 큰 필치로 그려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를 주도한 미국 상선의 선장을 모델로 삼은 것을 비롯해 몇 편의 단편을 구상하고 있어요. 장편으로는 죽음과 병과 노인의 사랑을 다룬 작품을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입니다.” 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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