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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울림과스밈] ‘노예계약’ 분쟁 적은 일본은…

등록 2011-01-24 20:03수정 2011-01-25 08:36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
“한국 소속사는 도대체 왜 그런거야. 트러블(문제)만 만들어내고 있네.”

한류 아이돌그룹의 최대 소비시장은 일본에서는 동방신기에 이어 카라 멤버 3인의 소속사 계약해지 선언 사태가 터지자 잘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는 이런 분쟁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인 스마프(SMAP)는 1991년 결성 이후 지금껏 20년째 일본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인기 아이돌 그룹 아라시도 10년 넘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아이돌 그룹의 장수비결은 합리적인 계약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일본 연예 관계자의 이야기이다. 일본 5대 메이저 언론사 산하 잡지사의 연예담당 기자는 최근 <한겨레>의 전자우편 취재에서 “동방신기의 경우 13년의 계약이 문제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1~2년 계약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즉, 계약기간 중 인기를 얻어 돈을 벌게 되면 다음해에 연봉이 더 올라가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또한 월급제를 시행해서 인기 없는 소속연예인도 생계를 보장하고 소속사에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식의 합리적 수익분배 말고도 소속 연예인과의 인간적인 관계 유지도 일본 연예매니지먼트의 특징이다. 연예인 매니지먼트 관리 경험이 있는 한 일본인은 “연예인을 상품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대등한 관계로 존중하며 매니지먼트하는 쪽으로 대응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소속사인 디에스피 쪽에 계약해지를 선언한 카라 멤버 3명이 “소속사가 지위를 악용해 멤버들이 원하지 않은 연예활동 무조건적 강요, 인격 모독, 자세한 내용의 설명 없이 맺은 무단계약 등으로 멤버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주장한 내용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기자도 2009년 도쿄특파원 시절 여배우와 모델 등이 소속된 작은 기획사의 인상적인 계약내용에 놀란 적이 있다. “갑은 을에 대해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동반하는 노동력을 강제하지 않는다” “갑은 소속 모델과 여배우의 특수능력을 향상 발전시키기 위해 늘 정확한 판단에 근거해 출연을 결정하고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이 회사 사장인 사사키 마쓰미는 “사람이 상품이므로 관리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연예비즈니스이지만 소속 배우를 단순히 연예인으로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술인의 소양을 갖추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에서도 소속사와의 갈등이나 의견 차이로 소속사를 떠나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대다수가 소속사를 떠나기 전보다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돌 출신 배우인 모토키 마사히로(2009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오쿠리비토> 주인공)같이 더 인기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적어도 제이와이제이(JYJ)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소속사를 떠났다는 이유로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출연이 원천봉쇄되는 사태는 없다.

문화부문 편집장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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