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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장삿속에 우리말글 위협받아 걱정”

등록 2011-01-25 19:16수정 2011-01-25 22:43

최인호 ‘한겨레’ 심의실장
최인호 ‘한겨레’ 심의실장
신문 한글전용·가로쓰기 앞장
‘사회전체 말글살이’ 연구 주도
퇴임 뒤엔 고향서 글쓰기 전념
정년 맞는 ‘우리말 지킴이’ 최인호 ‘한겨레’ 심의실장

“장삿속으로 말을 다루는 세태 때문에 우리말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죠.”

최인호(59·사진) <한겨레> 심의실장은 오는 31일 정년퇴직을 앞두고 ‘우리말 지킴이’다운 걱정부터 했다.

그는 한글학회 연구원으로 일하다 1988년 <한겨레> 창간에 뛰어든 뒤로 줄곧 언론 현장에서 우리말 바로 쓰기에 앞장서 왔다.

<한겨레>가 창간 당시 내세웠던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 원칙은 우리말보다 한문 쓰기를 중시했던 우리의 말글 생활에 큰 충격을 줬고, 지금은 모든 신문이 가로쓰기를 원칙으로 삼고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했던 그는 “모든 <한겨레> 기자들이 노력한 결과”라며 그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우리말 쓰기를 퍼뜨리는 과정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데서 출발”한 셈이었다. 한문을 섞어서 세로로 쓰던 관행은 일제 이래 세부적인 표기 기준까지 제시한 신문사들의 ‘스타일북’을 통해 굳게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우리말 쓰기에 대한 본보기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겨레> 창간 때도 ‘우리말로 쉽게 풀어쓰고, 가로쓰기를 한다’는 큰 원칙만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고 취재기자의 원고를 교열기자가 맘대로 뜯어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김모(某)’라는 한자식 표현을 ‘김아무개’라는 순우리말 표현으로 바꾼 것은 한겨레 초창기부터 그가 주도한 우리말 쓰기 본보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한겨레’만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95년께 기사 작성 원칙인 <완전원고수첩>의 얼개가 만들어졌고, 그 뒤 수정과 보완을 통해 2000년 6월에 완성됐다. 교열부에서 틈틈이 만들어 전체 구성원이 공유했던 ‘기본표기’나 ‘교열통신’ 등이 밑거름이 됐다. 그는 96년 순우리 낱말을 모은 <바른말글사전>을, 2001년에는 올바른 문장과 문체를 예시한 <기사문장론>을 펴냈다. 우리말 쓰기의 노력은 <한겨레>에 고정 연재한 ‘말글찻집’ 등으로 계속됐고 사회 전체 말글살이에 기여하기 위해 2004년에는 한겨레말글연구소를 차렸다. 연구소는 공공언어, 특히 언론언어를 대상으로 삼아 우리말 쓰기의 실태를 연구했다.

이런 활동을 주도한 노력을 인정받아, 그는 2006년 한글문화연대로부터 ‘우리말 사랑꾼’으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한국어문기자협회에서 주는 ‘올해의 한국어문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제 기자로서 일선 현장에서 물러나는 그지만 우리말 지킴이로서 소임은 결코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바른 말글살이를 위한 숙제가 많다”는 그는 영어나 외국어를 내세워 장사를 하고 있는 언론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말글살이는 습관이니 언론언어의 공공성을 생각해 바르고 쉽고 고운 기사를 써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75년 <시문학>으로 등단해 89년 시집 <가슴 작은 이를 위하여>(계성출판사)를 내기도 했던 그는 최근 두번째 시집 <그해 오뉴월 불가락지>(시문학사)를 냈다. 22년 만에 시인의 이름을 되찾은 그는 고향 하동의 지리산 자락으로 돌아가 글쓰기에 전념할 작정이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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