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재
31년 전 한국 온 뒤 ‘귀화’
차 알리기 위한 책도 펴내
“햇차의 깊은맛 일품이죠”
차 알리기 위한 책도 펴내
“햇차의 깊은맛 일품이죠”
[이 사람] 한국차와 사랑에 빠진 영국출신 안선재 교수
홍차의 나라 영국에서 온 벽안의 노 교수가 한국의 전통차에 푹 빠졌다. 올해로 한국에 온 지 31년, 귀화한 지 17년째인 안선재(브러더 앤서니·69·사진) 서강대 영문학과 명예교수는 손님이 찾아오면 차부터 대접한다.
그의 방에는 녹차, 보이차, 황차 등 다양한 한국차가 구비되어 있다. 그도 하루 2~3번 차를 마신다. 요즘은 발효차를 주로 마시는데, 전통차 보급 운동을 폈던 효당 스님의 전통 녹차 ‘반야로’에 손이 자주 간다고 했다.
그에게 차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다. 그는 차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배웠다. 한국차는 커피나 홍차와 달리 더운 물로 찻잔을 데우고 차를 우려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몸에도 좋다”며 차 예찬론을 폈다.
안 교수는 1993년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해 찾은 인사동 차문화원에서 한국 전통차를 처음 만났다. “한국 전통차는 어디에도 없는 미묘하고 깊은 맛이 있었습니다.” 그는 금세 마니아가 됐다. ‘차 순례’도 시작했다. 지리산 화엄사 근처 수백 년된 야생 차밭을 답사하고, 일년에 서너번씩 전통차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화엄사 구층암을 찾아 차 문화를 즐겼다. 지리산 녹차, 그 가운데서도 햇차를 좋아하는 그는 “햇차의 깊은 맛과 향은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차에도 해박하다. “일본 차는 빛깔이 아름답고, 중국 차는 향이 뛰어나고, 한국차는 깊은 맛이 일품이죠.” 그는 향이나 빛깔보다 자연 그 자체에 가까운 한국 전통차의 “깊은맛”에 반했다고 했다.
그의 한국 전통차 사랑은 ‘끽다’에 그치지 않는다. 안 교수는 한국 전통차를 외국인들에게 직접 알리려고 두 권의 책을 냈다. 2007년에 차 입문서 격인 <코리안 웨이 오브 티>(한국의 다도)를 직접 썼다. 지난해에는 초의선사의 <다신전>과 <동다송>, 조선 성종 때 유학자 한재 이목이 차의 심오한 경지를 논한 책 <다부>를 한 데 묶은 번역서 <코리안 티 클래식>(한국의 옛차)을 출간했다.
안 교수는 80년 김수환 추기경의 요청으로 한국에 와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를 맡았고, 한국이 좋아 94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한국인이 된 뒤에는 전통과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다. 지금껏 25권의 시와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해 출판했다. 그의 한국 이름 ‘선재’는 고은의 소설 <화엄경>을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지었다. 자신의 삶이 선재 동자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실제 그는 교회일치운동 모임인 테제공동체의 수사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명절 차례상에 차를 올렸습니다.” 안 교수는 18세기 들어서 한국의 차 문화가 거의 사라지자 차 대신 술을 차례상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의 전통차 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안 교수는 80년 김수환 추기경의 요청으로 한국에 와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를 맡았고, 한국이 좋아 94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한국인이 된 뒤에는 전통과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다. 지금껏 25권의 시와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해 출판했다. 그의 한국 이름 ‘선재’는 고은의 소설 <화엄경>을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지었다. 자신의 삶이 선재 동자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실제 그는 교회일치운동 모임인 테제공동체의 수사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명절 차례상에 차를 올렸습니다.” 안 교수는 18세기 들어서 한국의 차 문화가 거의 사라지자 차 대신 술을 차례상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의 전통차 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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