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배우도 웃네!
<보잉 보잉>은 1960년대 작품이다. 베르나르는 세 명의 아름다운 스튜어디스와 교묘히 바람을 피우는데, 어느 날 한꺼번에 세 여인이 베르나르의 집에 들이닥치면서 우스꽝스런 일들이 둑 무너진 듯 펼쳐진다.
대학로 두레홀에서 만나는 <뉴 보잉보잉>의 원전이다. 연일 매진을 기록하다시피하고 있다. 연출된 웃음이 줄기차게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솔직대담함이 없다면 그 웃음들은 모두 억지거나 지난 작품의 답습이다.
<뉴 보잉보잉>엔 배우가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웃음을 허락하고, 배우들의 실수를 무대가 용서하고, 담백한 애드리브를 관객이 존중하면서 진짜 웃음이 배어나온다.
22일치 공연. 특히 스튜어디스 지수를 맡은 최영완은 심각한 대목에서도 피식피식, 쉴 새 없이 웃어댄다. 참는데 웃음보가 이미 터져버렸다. 바람피우는 성기(이정수)를 때리는 장면에선 정말 친다. 세다. 왜 심각하게 연기해야 하는 나를 웃기냐는 식이다.
조성기의 친구로 함께 아파트에 머물면서 사건에 휘말리는 임순성(정나진)의 코믹연기는 압권이다. 하지만 애드리브를 앞서지는 못한다. 위기에 빠진 조성기와 임순성이 퍼붓듯 서로 말을 주고받고 있다. 객석에서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본래 대사를 멈추더니 이정수가 말한다. “너 전화왔냐?” 정나진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한참 뒤 소리친다. “뭐여! 핸드폰 벨소리 때문에 대사도 까먹었잖아. 아아!~” 단순 코믹극이 코믹 리얼리즘극으로 나아간다. 8월28일까지. (02)741-5978.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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