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럽에 처음 부토가 선보인 1978년, 파리 언론의 평가는 이랬다. “불안하기까지 한 변화로의 몰입과 인간 육신에 대한 질문들, 심신의 고통의 근원으로 가는 여정이 환상적이다.”
이 ‘환상적인 여정’을 시작으로 부토는 아시아에서 자생한 유일한 현대 무용으로 기록되기에 이른다. 1982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카인노우마>를 소개했던 다이라쿠다칸은 그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 부토 무용단이다.
지난 25일 다아라쿠다칸의 <카인노우마>(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가 처음 국내 관객과 만났다. 국내에 부토가 처음 소개된 1993년으로부터 10여년이 지나 부토의 힘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겠다며 마련된 ‘부토 페스티벌’ 개막작이었다.
일본의 다양한 신화에 바탕을 둔 환상과 악령의 세계 따위가 묵직한 무대 배경 아래 탄생한다. 음산한 바람 소리, 청아한 아리아 등에 맞춰 온몸을 회칠한 무용수들은 아이, 때론 죽음을 앞둔 노인, 심지어 이미 죽음에 이른 망자가 되어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몸짓을 그려낸다. 이는 또 다른 심신의 세계에 다다르는 길이다. 이는 마치 엔디이(Near Death Experience·죽음을 경험한 사람) 이야기가 무섭지만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듯 보는 이를 당긴다.
작품이 기대에는 못 미친다. 몸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분장 언어, 소품 등으로 꾸며내는 게 더 많아서다. 장엄하면서 단조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간간이 분홍색 의상에 빨간 리본을 머리에 올린 여성의 군무 등 희극적 요소와 마임이 연골 구실을 하는데, 다양한 색과 양식으로 한 정원을 가공해놓은 일본 특유의 인공미, 형식미를 보는 듯하다. 서구 사회가 갖고 있는 전형적 ‘일본 판타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카인노우마>는 가장 고전적이며 정통적인 부토일 뿐이다. 80년대 중반, 부토의 르네상스를 맞은 일본에서 부토는 천변만화했다. 그 흐름을 살피는 일이 다음달 14일까지 계속된다. (02)3216-1185.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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