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뜨면 관객들 뒤집어진다 브로드웨이의 코미디 뮤지컬 <더 씽 어바웃 맨> 공연이 열리고 있는 지난 30일 밤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옛 폴리미디어씨어터). 막이 내리고 커튼 콜이 시작되자 이날의 두 남자 주인공 성기윤과 이정렬씨, 여자 주인공 고명석씨가 많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 앞으로 뛰어나왔다. 그 다음 순간 남녀 조역들이 수줍게 걸어나오자 객석으로부터 오히려 더 큰 박수와 환호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의 스타는 분명 무명의 두 조역 송이주(35)씨와 김경선(25)씨였다. 1인 12∼13역 주인공 뺨치는 인기 “모처럼 마음에 드는 배역을 맡은 게 돼 기쁠 따름이죠. 많은 역할을 필요로 하는 배역이어서 앞으로 연기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송이주) “웃기는 역할을 처음 해보는데 재미있네요. 신인인데도 이런 멋진 역할을 맡겨줘서 감사할 뿐이죠. 좋은 선배들과 연기하게 돼 영광이죠.”(김경선) 뮤지컬 <더 씽…>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바람꾼인 광고회사 중역 톰(성기윤 분)이 어느날 아내 루시(고명석 분)에게 남자가 있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고 집을 나와, 아내의 애인이자 예술가인 세바스찬(이정렬 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그의 룸메이트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렸다. 기상천외한 줄거리와 사건, 이름난 남녀 주인공들의 노련한 연기가 시종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하지만 그 못지 않게 1인 12~13역을 맡아 앙상블 연기와 노래를 펼치는 송이주-김경선 콤비의 활약이 극에 재미와 활기를 더한다. 이 작품에서 송이주씨는 레스토랑의 게이, 택시 운전사, 힙합소년, 대머리 신부 등 12개 역을 소화하며 폭소를 자아낸다. 89년도에 데뷔해 올해 16년째인 중고 신인이지만 뮤지컬 <명성황후>의 일본 공사 이노우에, <미녀와 야수>의 앙상블 등 오랜 조역으로 다져진 관록이 빛난다. “그동안 진지한 연기를 주로 하다보니 대사가 무거웠어요. 좀더 힘을 빼고 자연스런 발성을 하려고 노력했죠.” 그는 뮤지컬 배우에 대해 “실력은 기본에 두고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은 앙상블 공연이기 때문에 서로 호흡을 맞추고 화합할 수 있게 심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가 뮤지컬을 해오면서 터득한 지론이다.
김경선씨도 극 중에서 옆집 점장이 에디스, 밤무대 여가수, 광고모델 등 13개 역과 재치있는 대사를 툭툭 던지며 관객들을 뒤집어 놓는다. 특히 세바스찬을 유혹하는 요염한 광고모델, 술집에서 절묘하게 목을 꺾으며 간드러지게 트로트를 부르는 밤무대 가수 역을 지켜보노라면 뮤지컬 경력 1년밖에 안되는 햇병아리 배우를 상상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서툴고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수직 사다리를 타고 1~2층을 오르내리느라고 손에 굳은 살이 박일 정도여요. 가수 김수희씨를 좋아해서 평소 집안 행사때 트로트를 불렀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는 “고등학교 때 연기 선생님이 ‘배우는 평생 배우라고 배우라고 한다’는 말씀을 잊지 않고 있다”며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배우는 평생 배우라고 ‘배우’ 래요” 송이주씨는 “이번 작품에서 경선이를 처음 만났는데 연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많이 보게 될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코믹한 연기를 곧잘 해내는 것을 보면 정말 기대가 많이 되는 후배”라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김경선씨도 “주눅이 들면 앙상블 연기가 잘 안되는데 선배께서 동생처럼 잘 대해줘서 마음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다”면서 “항상 연습하기 1~2시간 전부터 나와서 노래 연습을 해서 후배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선배를 추켜세웠다. 공연 2시간 전부터 나와 서로 노래를 끝까지 맞춰보고 무대에 나선다는 두 사람은 “매일 매일 같은 공연이지만 새로운 관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긴장된다”며 “최선을 다해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꿈을 털어놓았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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