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수 박(51·한국이름 박명진)
“미국인에 한국 알리려 글쓰기 시작했죠”
“세상은 불공평하고 인생은 불완전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를 겪지요. 그 분노와 쓰라림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세계적 아동출판사인 미국 스콜라스틱 출판사가 펴내는 열 권짜리 모험판타지물 ‘39 클루스’ 시리즈 제9권 <스톰 워닝>의 작가로서 13일 서울을 방문한 한국계 미국작가 린다 수 박(51·한국이름 박명진·사진)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불공정한 세상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풀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불공평한 세상을 겪으면서 어떤 이들은 증오심을 키우고, 어떤 이는 어차피 삶은 불공정하니까 내 몫이라도 챙기겠다고 이기심을 키웁니다. 제 질문은 불완전한 삶과 불공평한 세상을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1960년 한국인 이민 부부의 딸로 태어나 영어만 쓰면서 자란 그는 지금까지 모두 9권의 동화를 썼다. 이 가운데 일곱권이 한국인, 또는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다. ‘삶은 불공평하다’는 인식은 그의 어릴 적 경험에 닿아 있다. “어릴 적 제가 살던 마을에서 한국인 집은 우리집뿐이었어요. 심각한 인종차별을 겪은 것은 아니었지만 유년기 내내 공기 속에서 차별을 느꼈죠. 작품을 쓰게 된 건 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리고 싶어서였어요.”
그는 고려시대 전북 부안의 청자 굽는 마을, 줄포를 배경으로 고아 소년 목이가 도공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인 동화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으로 2002년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 ‘뉴 베리 상’을 받았다. 아시아계 작가로는 처음이었다. 그 뒤 한국 문화와 역사를 소재로 한 <내 친구 주몽>, <연싸움>, 한국전쟁과 노근리 이야기를 담은 <매기의 야구노트>를 발표하며 미국에서 인기 어린이책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린다 수 박이 참여한 <39 클루스>(전 10권) 시리즈는 미국 보스턴에 사는 에이미 남매가 자기 집안의 특별한 힘의 근원을 알아내기 위해 39개의 단서(클루)를 찾아 세계를 누비는 모험 동화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펴낸 스콜라스틱출판사가 아동문학작가 7명을 선정해 릴레이 집필하는 시리즈다. 한국계 미국인 2명이 등장하며 3권 <도둑맞은 검>에서는 숨은 단서를 푸는 공간으로 북한산이 등장하기도 한다. 린다 수 박이 쓴 9권 <스톰 워닝>은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올 여름 한국어판이 나올 예정이다.
“제게 글쓰기가 배움의 방법이었 듯이, 책읽기를 통해 인생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많이 읽고, 또 읽으세요.”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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