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이지아
이지아·옥주현·임태훈닷컴…
“진실 요구” 명분 내세워
신상털기·무분별 의혹 쏟아내
포털과 달리 규제 어려워
언론선 시시콜콜 받아쓰기도
“진실 요구” 명분 내세워
신상털기·무분별 의혹 쏟아내
포털과 달리 규제 어려워
언론선 시시콜콜 받아쓰기도
가히 ‘○○○닷컴’ 현상이라 할 만하다. ‘이지아닷컴’과 ‘옥주현닷컴’ 등 특정 연예인을 겨냥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추측성 의혹을 담은 ‘○○○(연예인 이름)닷컴’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자신들이 싫어하는 연예인을 공격하는 기존의 포털 ‘안티 팬’ 카페들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아예 직접 공격 대상으로 연예인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성에 숨은 대중들의 공격심리가 대중 스타에 대한 국민적 알 권리를 앞세우며 더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닷컴’의 시작은 서태지·이지아씨 이혼 소송이 보도된 뒤인 지난 4월22일 등장한 ‘이지아닷컴’이다. 하루 뒤인 4월23일엔 ‘서진요(서태지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닷컴’이 생겨났다. 그 뒤 지난달 23일에는 아나운서 송지선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그와 연애설이 있었던 프로야구 선수 임태훈을 겨냥해 만들어진 ‘임태훈닷컴’으로 이어졌고, 31일 교통사고 가해자인 가수 빅뱅 멤버 대성(본명 강대성)씨에 대한 ‘강대성닷컴’이 만들어졌다. 가장 최근 화제를 모은 ‘○○○닷컴’은 지난달 30일 등장한 ‘옥주현닷컴’과 지난 4일 나온 ‘나가수닷컴’이다.
‘○○○닷컴’의 특징은 과거 연예인 ‘안티 카페’와 달리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 바깥에서 운영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가 포털(네이버)에 기반한 카페였다면, 올해 등장한 이지아닷컴 등은 모두 개별 도메인을 갖고 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비교적 손쉽게 사이트를 만들고 회원을 유치할 수 있는 포털을 벗어나 굳이 별도의 비용을 들여 ‘○○○닷컴’을 만드는 이유는 ‘게시물 차단’ 등 포털의 제재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연예인으로서는 포털 외부 누리집에 대한 대응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닷컴’ 운영진은 연예인들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것은 팬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태도다. ‘서진요’ 운영자 김아무개씨는 7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팬들은 서태지·이지아 결혼과 관련한 풀스토리를 들을 권리가 있다”며 “연예인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에는 사생활 공개 등 몇 가지 불편함에 대한 댓가가 포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다이애나 죽음 내몬 건 파파라치인가)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개인정보 공개에 따른 연예인 사생활 침해 등 적잖은 부작용이 따른다. 실제로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이혼소송이 벌어질 당시 생긴 ‘서진요’와 ‘이지아닷컴’은 두 사람의 결혼증명서와 초등학교 졸업사진 등 기존 언론에 보도됐던 개인 신상에 관한 자료는 물론 여기에 다른 연예인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의혹,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딸에 대한 의혹까지 함께 소개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이지아닷컴’ 등을 보면 다양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단편적 경험에 의존해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과거 사진 등 자신이 제기하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는 등 한편으로 보면 합리성을 띠고 있는 듯하지만 하나의 논리체계를 형성할 경우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마녀사냥 양상을 띤다”고 설명했다. 시사평론가 민임동기씨는 “기존 언론이 연예인닷컴의 등장과 이들의 문제제기를 일일이 소개하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가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며 “범람하는 온라인 연예 콘텐츠에 대해 언론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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