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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마우스로 오리고 붙여 만든
여기는 모두의 ‘에덴동산’

등록 2011-06-23 20:31

<세상 연작 3>(2005)        ⓒRuud van Empel
<세상 연작 3>(2005) ⓒRuud van Empel
현대사진의 향연 3
루드 반 엠펠
아담과 이브가 살던 에덴동산은 사진이 태어나기 전에도 문학과 회화에서 주요한 소재였다. 아무도 본 적이 없고 입으로만 전해 내려왔으니 여러 가지 모양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예술사에서 가장 후발 주자로 사진이 발명되었고 에덴동산을 묘사하는 데 동참하려 들었으나 사진의 한계 때문에 지지부진했다.

네덜란드 사진가 루드 반 엠펠은 처음엔 가위와 풀을 들고 전통적인 형태의 콜라주에 뛰어들었고 강렬하고 매력적인 <세상>을 창조해냈다. 작가는 그게 에덴동산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관객들 눈엔 그렇게 보인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사진을 오려붙이는 방식이었는데 크기를 변화시키기 어려웠다. 사진복사기의 도움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2009년 한국의 사진잡지 <월간 사진>과의 인터뷰에서 “1994년 애플사의 매킨토시를 구입하면서 일대 변혁과 같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다가 더는 원하는 이미지를 잡지에서 찾을 수 없게 되자 직접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루드 반 엠펠
루드 반 엠펠
루드 반 엠펠의 <세상> 시리즈는 <지구상상전>에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그림 같고 그림에 더 가깝다. 작품에 등장한 인물과 나뭇잎 하나, 꽃 한 송이는 모두 의도적으로 정렬되어 있다. 찍은 사진을 합성했고 상상의 인물과 존재하지 않는 동식물은 그래픽으로 그려서 창조했다. 사진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을 컴퓨터 콜라주로 이루어냈다. 생생한 컬러와 색조, 이국적인 분위기를 통해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루드 반 엠펠의 사진 콜라주를 이해하고 싶다면 더도 덜도 말고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1844~1910)를 찾아보면 된다. 세상 어느 곳에도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국적인 밀림 속 사자, 표범 등을 그렸던 루소는 그 무렵의 어떤 화가와도 다른 특이한 화풍을 선보였고 피카소 등 당대 예술인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하나하나 그렸으니 훨씬 힘들게 작업했을 것 같은데 엠펠의 작업도 쉬운 것은 아니다. 엠펠은 “하나의 콜라주에는 대략 200~400개의 이미지가 들어가며 2주에서 4주 정도 걸린다”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완전히 상상과 손의 힘으로만 그린 100년 전 앙리 루소의 그림과 상상과 마우스의 도움으로 ‘만든’ 사진 콜라주는 모두 환상적이다. 루드 반 엠펠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배경은 연극의 무대이자 작가의 상상마당이다. 사진 속 흑인 소년, 소녀는 저곳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작가는 “배경은 중립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아무 관객이나 자신의 생각을 저 무대에 투사시킬 수 있게 하려는 배려라고 한다. 에덴동산은 만인의 꿈속에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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