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문화부의 고전유물·문화유산국장인 마리아 안드레아다키 블라자키(59)
문화재환수포럼 참석차 방한한
블라자키 그리스 문화유산국장
블라자키 그리스 문화유산국장
수더분한 얼굴의 그리스 고고학자는 인터뷰 전 대뜸 팸플릿부터 건넸다. ‘파르테논 조각의 재결합’이란 제목으로 그리스 정부가 펴낸 자료집이다. 들춰 보니 세계적 문화유산인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지붕 아래 대리석 부조 조각들을 찍은 사진들이 눈에 띈다. 영국 귀족 엘긴 경이 19세기 초 영국으로 뜯어 갔다고 하여 이른바 ‘엘긴 마블’로 유명해진 신·사람·동물 등을 새긴 부조들. 이 와중에 반쪽이 된 신전의 나머지 조각들과 이 조각들을 서로 맞춰놓은 사진들도 있었다.
“뜯긴 조각들은 영국 브리티시박물관에 있는데, 영국 정부는 박물관 차원에서 우리와 협상하고 있을 뿐 반환에 대한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조각들은 신전 옆에 2009년 지어진 뉴아크로폴리스박물관에서 다른 한쪽의 반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조각품들은 반드시 한몸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그리스 땅에서….”
사진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준 이는 그리스 문화부의 고전유물·문화유산국장인 마리아 안드레아다키 블라자키(59·사진). 19일 문화재청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문화재 환수 국제포럼에 참석한 그는 “반출자의 이름을 딴 엘긴 마블이 아니라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이 맞다”고 일러주었다.
서양 문명사의 원류인 그리스는 문화유산의 나라답게 19세기부터 숱한 유적 도굴과 반출이 잇따랐고 193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반환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문화부 산하 90개가 넘는 중앙·지방 부처들이 반출 문화재 환수 협상 등에 매일같이 매달리고 있다. “2008년 문화부 산하에 문화재 반환 협상 전담부서를 설치해, 체계적인 협상 덕분에 2007년 미국 게티미술관에서 파로스섬 출토의 코레상 등을 반환받았고, 이듬해 미국 셀비화이트 컬렉션도 기증 형식으로 환수하는 성과를 올렸지요.”
프랑스에서 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블라자키는 고대 미노스 문명사가 전문 분야로, 현재도 옛 미노스 유적을 발굴중이다. 한국의 프랑스 소장 외규장각 의궤 환수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나라마다 다른 사정과 특수성이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러나 오랜 협상 경험을 토대로 몇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일단 강력한 국가 법이 있어야지요. 그리스도 1970년대 불법 문화재 반출을 금지한 유네스코 협약을 반영해 2002년 국가 차원의 반출 문화재 환수를 규정한 새 법을 만들었어요. 또 하나는 국내외 반출입 문화재에 대해 확인증, 허가서 같은 관련 기록 시스템을 철저히 운용하는 것입니다. 끈기 있게 반환 대상 문화재의 목록을 구성하고 근거를 찾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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