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과 베풂의 정신 널리 알리고 싶어”
“굶주린 제주 백성들을 구한 김만덕 할머니가 우리 화폐의 새 도안 인물이 됐으면 해요. 더불어 사는 세상의 좋은 정신은 계승해야 하니까요.”
9일 ‘김만덕 기념사업회’가 제주 그랜드호텔에서 연 ‘김만덕 기념 전국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제주 출신 연기자 고두심씨는 “할머니의 나눔과 베품의 정신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만덕은 18세기 조선 정조 때 제주에서 활동한 여성 거상. 1795년 흉년으로 제주도민의 30%가 굶어죽을 위기에 놓이자 평생 모은 재산으로 쌀 450여석을 사들여 굶주린 도민 3분의 2를 구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제주 지역 인사들 사이에서는 그를 신사임당이나 유관순 같은 위인 반열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한창이다.
흉년때 평생 모은 재산 풀어
굶주린 도민들 구해
”더불어사는 세상 이어가야”
기념사업회에 1억 기부도 재작년 창립한 김만덕 기념사업회 공동대표인 고씨는 지난해 기념사업회에 1억원을 기부하면서 김만덕 재조명에 불을 지폈다. 고씨는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화폐 도안 개선 방안 토론회에 나가 김만덕을 새 도안 인물로 삼자고 역설했다. “많은 의원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전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한국은행이 당분간 화폐 도안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해, 많이 아쉽습니다.” 고씨는 김만덕과 ‘인연’이 깊다. 1976년 정비석씨 소설을 원작으로 김만덕 이야기를 재구성한 <문화방송> 티브이 드라마 <정화>에서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동양자수 인간문화재인 한상수씨의 계속된 부탁으로 기념사업회에서 김만덕 재조명의 중책까지 떠안게 되었다. 고씨는 “부탁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할머니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며 “할머니가 구한 백성 가운데 내 조상이 있을 수도 있고,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모교(제주여중·고)에 장학금을 내곤 했지만 평생 모은 재산을 쉽게 낼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자신을 위해 쓰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죠. 그래서 제 손에 들어오기 전에 낼 수 있도록 생각도 해봤는데….(웃음) 김만덕은 정말 본받아야 할 제주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고씨는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데 게으르지 않다. 장학금 기탁뿐 아니라 올해 초 정토회가 연 남아시아 쓰나미 피해자 돕기 명동거리 모금 행사에도 참여했다. 2월엔 천성산 터널 건설을 반대하며 99일째 단식중인 지율스님을 찾아가 ‘절대 생명의 끈을 놓지 말라’는 간구의 편지를 남겼다.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아나기)’ 공동대표와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를 맡고 있고, 그의 할아버지가 희생당한 제주도 4·3항쟁의 기념식 등에도 매년 참석하고 있다. “뭔가 큰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대표든 회원이든 상관 없어요. 다만 할머니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저의 고향이자 토대, 토양인 제주에서 우리가 이어받은 정신과 자산을 후손에게 잘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 뿐이에요.”
제주/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굶주린 도민들 구해
”더불어사는 세상 이어가야”
기념사업회에 1억 기부도 재작년 창립한 김만덕 기념사업회 공동대표인 고씨는 지난해 기념사업회에 1억원을 기부하면서 김만덕 재조명에 불을 지폈다. 고씨는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화폐 도안 개선 방안 토론회에 나가 김만덕을 새 도안 인물로 삼자고 역설했다. “많은 의원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전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한국은행이 당분간 화폐 도안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해, 많이 아쉽습니다.” 고씨는 김만덕과 ‘인연’이 깊다. 1976년 정비석씨 소설을 원작으로 김만덕 이야기를 재구성한 <문화방송> 티브이 드라마 <정화>에서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동양자수 인간문화재인 한상수씨의 계속된 부탁으로 기념사업회에서 김만덕 재조명의 중책까지 떠안게 되었다. 고씨는 “부탁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할머니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며 “할머니가 구한 백성 가운데 내 조상이 있을 수도 있고,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모교(제주여중·고)에 장학금을 내곤 했지만 평생 모은 재산을 쉽게 낼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자신을 위해 쓰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죠. 그래서 제 손에 들어오기 전에 낼 수 있도록 생각도 해봤는데….(웃음) 김만덕은 정말 본받아야 할 제주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고씨는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데 게으르지 않다. 장학금 기탁뿐 아니라 올해 초 정토회가 연 남아시아 쓰나미 피해자 돕기 명동거리 모금 행사에도 참여했다. 2월엔 천성산 터널 건설을 반대하며 99일째 단식중인 지율스님을 찾아가 ‘절대 생명의 끈을 놓지 말라’는 간구의 편지를 남겼다.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아나기)’ 공동대표와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를 맡고 있고, 그의 할아버지가 희생당한 제주도 4·3항쟁의 기념식 등에도 매년 참석하고 있다. “뭔가 큰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대표든 회원이든 상관 없어요. 다만 할머니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저의 고향이자 토대, 토양인 제주에서 우리가 이어받은 정신과 자산을 후손에게 잘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 뿐이에요.”
제주/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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