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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무성영화 보며 즉흥연주! 난 선율로 말하는 ‘변사’

등록 2011-07-28 20:25

작곡가·피아니스트 박창수(47)
작곡가·피아니스트 박창수(47)
이색 콘서트 여는 피아니스트 박창수
1920년대 흑백 무성영화가 비치는 스크린 앞에서 피아노는 ‘변사’가 된다. 정확히 말하면, 변사는 피아니스트가 영화 속 이야기 전개와 장면의 전환에 맞춰 연주하는 즉흥음악이다. 등장인물 간의 긴장감, 장면이 품는 미묘한 분위기가 피아니스트 손가락 끝에서 격정적이거나 서정적인 선율로 빚어져 나온다.

8월4, 11, 18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박창수의 프리뮤직 온 스크린’은 이 독특한 연주 실험의 무대다. 그 주인공인 작곡가·피아니스트 박창수(47·사진)씨를 지난 25일 서울 도곡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변사는 20세기 한국과 일본에만 있었던 독특한 존재지요. 즉흥연주로 변사를 대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변사 역을 처음 시도한 것은 200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였다. 무성영화에 즉흥연주를 결합한 무대를 선보인 뒤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도 비슷한 무대를 펼쳐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즉흥음악은 장르상 ‘프리뮤직’(Free Music)으로, 작곡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음악이다. 전위음악 특유의 우연성을 재즈의 즉흥성과 결합한 형태인 셈이다. 99년부터 프리뮤직을 국내에 소개해왔다는 그는 이번 무대를 “청중에 좀더 쉽게 다가가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했다.

연주회에서 프리뮤직과 짝이 될 무성영화는 세 편. 1929년 작 세미 다큐멘터리 영화 <일요일의 사람들>, 1921년 작 코미디 영화 <들고양이>, 1920년 작 멜로드라마 <아라비아의 하룻밤>이다. 서울아트시네마의 김성욱 디렉터가 영화를 골랐다. 해금, 기타, 드럼 연주자들과의 합주도 가세한다.

박씨는 영화마다 한 시간 이상 피아노 연주로 변사 노릇을 해야 한다. 하지만 미리 영화를 꼼꼼히 보지 않고 연주 3~4일 전에 한두번만 볼 참이다. “떠오르는 영감을 곧바로 담아내는 즉흥연주의 묘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국내 10여명밖에 안 되는 프리뮤직 연주자 중 하나인 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만 찾아다녔다. 2002년부터 서울 연희동 자택 거실과 도곡동 스튜디오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 ‘하우스콘서트’ 붐을 일으켰다. ‘클래식 연주는 잘 차려입고 콘서트홀에 가서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2008년부터 실력파 소장 연주자들의 하우스콘서트 실황 연주를 독립음반으로 출시하면서 거대 음반사 중심의 배급 시스템에도 반기를 들었다. 음반은 이메일로 주문을 받고 주문량만큼만 생산한다.

이렇게 ‘비포장도로’만 찾아다니는 이유는? 입가에 미소가 걸린 박씨가 대답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남들이 다 하는 걸 꼭 제가 할 필요는 없잖아요. 남들이 안 하지만, 의미 있으니까 하는 거예요.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달까요.”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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