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건 디자이너가 작업실에서 탤런트 공효진이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입어 화제가 됐던 드레스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2 이들을 주목하라] ‘푸시버튼’ 디자이너 박승건
해외서 주목받는 ‘국내파’
반려견 사랑이 ‘모피 반대’로
“가장 중요한건 소통과 공감”
해외서 주목받는 ‘국내파’
반려견 사랑이 ‘모피 반대’로
“가장 중요한건 소통과 공감”
“오로지 집중하는 건 그림 그리는 것 뿐인,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지난 4일 오후 서울 한남동 작업공간에서 만난 박승건(37) 디자이너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이렇게 떠올렸다. 패션 디자이너 이전에 가수, 모델, 스타일리스트라는 화려한 경력을 놓고 보면, 어렸을 적 그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더욱이 박씨가 2003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푸시버튼’의 옷은 발랄하고, 재미와 위트가 넘친다. ‘수줍음’과는 거리가 멀다.
“안 팔리는 옷을 만들겠다 했어요. 팔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내 소신, 진심을 담은 옷을 만들어도 팔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고집 때문이었죠. ”
현실이 아닌, 말 그대로 ‘꿈’이었지만 그는 2003년 경영을 담당하는 친구이나 동업자와 함께 이 꿈을 이뤄냈다. 인형에게나 입힐 법한 화려하면서도 유치한 분위기의 옷을 만들었다. ‘키치’(저속한 취향, 분위기)라는 열쇳말은 그가 만든 옷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체성 가운데 하나이다. 패션계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브랜드를 낸 지는 8년째지만, 서울패션위크 같은 본격 컬렉션 무대에는 지난해 가을까지 세차례 참여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가 선보인 무대의 내공은 만만찮다. 나라 밖에서 다진 실력 덕택이다. 여느 디자이너처럼 국외 패션스쿨 출신이란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이른바 ‘국내파’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이다.
“키치 스타일 옷을 수용할 만한 시장이 5년 전만 해도 조성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국외로 눈을 돌렸죠.”
그는 2007년부터 프랑스와 독일 등의 패션 박람회 등에 참가해 나라 밖 시장을 공략했다. 지금은 11개 나라에서 푸시버튼 옷이 팔리고 있다. 올해부터는 홍콩 유명 백화점인 ‘하비니콜스’에 매장이 들어선다. 친구이자 뮤즈인 배우 공효진이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입은 노랑 실크 드레스는 벌써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등지에서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인터뷰 내내 ‘개 짖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작업 공간이자 사무실인 ‘푸시버튼스페이스’의 터줏대감인 반려견 ‘푸시’와 ‘버튼’ 때문이다. 질문을 퍼부으며 주인을 괴롭히는 것 같은 사람이 미웠나보다 했다. 이 반려견들은 박 디자이너의 삶뿐 아니라 옷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바로, 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에서 싹튼 동물사랑이 ‘진짜 모피를 쓰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봄 서울패션위크 무대에서 ‘퍼 이즈 오버(모피는 그만)’라는 슬로건을 새긴 외투를 모델에 입혔다.
“그런 것(친환경) 공부하고, 운동하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냥 저와 제가 만드는 브랜드가 한 약속인거지.” 푸시버튼스페이스 내부는 다소 쌀쌀했다. 한 쪽 벽면에 걸린 온도계는 20도 이하를 가리킨다. “이것(난방기 사용 자제)도 지켜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란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푸시버튼의 옷은 온라인쇼핑몰로 접할 수 있다.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포에버몰’과 ‘일모스트리트닷컴’ 등에서 팔리고 있다. 올해는 단독 매장을 열 예정이다. 으리으리한 쇼룸이나 매장부터 내는 세태와 거리가 멀다. 이런 움직임 역시 그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 “우리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오손도손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해요. 그들과 함께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여유도 찾아가면서 축제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옷을 만드는 실력, 창조성 등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다르다. “요즘 패션계는 분업화가 철저하게 잘 되어 있어요. 다양한 분야에 자극받으면서 새로운 영감을 떠올리고, 구체화시키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그래서 그는 언젠가는 비디오 아트 같은 미디어 예술이나 음악 등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고 했다. 패션쇼 무대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올해 봄·여름 제품을 선보이는 룩북(브랜드 화보)을 잡지처럼 꾸미는 작업도 한창이다. “‘존경’받지만 지루한 브랜드는 되고 싶지 않아요. 무엇인가 고수하기보다는 항상 변할거에요. ‘키치’란 평가 두렵지 않아요. 늙은 브랜드라는 것이 두렵지.” 1930년대부터 60년대까지를 풍미한 전설적인 패션잡지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말했다. “대다수 사람들의 저급한 취향은 때로는 고상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압도하기도 한다.” “고상한 취향이 넘치면 지루할 수 있다.” 수십년 전의 이야기지만, 박승건 디자이너의 현재와 미래의 옷또한 키치의 취향으로 고상한 삶을 압도할 수 있지 않을까. 유치하지만 환상적이고 재미있을 것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지난해 선보인 인조모피로 만든 푸시버튼의 코트. 푸시버튼 제공
“그런 것(친환경) 공부하고, 운동하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냥 저와 제가 만드는 브랜드가 한 약속인거지.” 푸시버튼스페이스 내부는 다소 쌀쌀했다. 한 쪽 벽면에 걸린 온도계는 20도 이하를 가리킨다. “이것(난방기 사용 자제)도 지켜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란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푸시버튼의 옷은 온라인쇼핑몰로 접할 수 있다.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포에버몰’과 ‘일모스트리트닷컴’ 등에서 팔리고 있다. 올해는 단독 매장을 열 예정이다. 으리으리한 쇼룸이나 매장부터 내는 세태와 거리가 멀다. 이런 움직임 역시 그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 “우리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오손도손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해요. 그들과 함께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여유도 찾아가면서 축제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옷을 만드는 실력, 창조성 등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다르다. “요즘 패션계는 분업화가 철저하게 잘 되어 있어요. 다양한 분야에 자극받으면서 새로운 영감을 떠올리고, 구체화시키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그래서 그는 언젠가는 비디오 아트 같은 미디어 예술이나 음악 등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고 했다. 패션쇼 무대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올해 봄·여름 제품을 선보이는 룩북(브랜드 화보)을 잡지처럼 꾸미는 작업도 한창이다. “‘존경’받지만 지루한 브랜드는 되고 싶지 않아요. 무엇인가 고수하기보다는 항상 변할거에요. ‘키치’란 평가 두렵지 않아요. 늙은 브랜드라는 것이 두렵지.” 1930년대부터 60년대까지를 풍미한 전설적인 패션잡지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말했다. “대다수 사람들의 저급한 취향은 때로는 고상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압도하기도 한다.” “고상한 취향이 넘치면 지루할 수 있다.” 수십년 전의 이야기지만, 박승건 디자이너의 현재와 미래의 옷또한 키치의 취향으로 고상한 삶을 압도할 수 있지 않을까. 유치하지만 환상적이고 재미있을 것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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