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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장기하가 던진 ‘외로움’에 김기조의 답은 “감정의 분출”

등록 2012-01-11 18:01수정 2012-03-02 18:02

인디 음반 제작사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씨가 ‘디어 청춘’에 출연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인디 음반 제작사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씨가 ‘디어 청춘’에 출연해 강연을 하고 있다.
[디어청춘 8회]‘장기하와 얼굴들’ 앨범 재킷 디자이너 김기조씨

“기획자의 요구에 의미를 만들고 접점을 찾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
지난 가을, 음악인 장기하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고 싶었던 우리들의 손에 먼저 들려진 건,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의 두 번째 앨범이었다. 혹시, 시디(CD)를 꺼내 듣기 바빠 무심코 지나쳐버린 ‘장얼’의 앨범 표지 디자인을 기억하시는가? (아래 사진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재킷 사진 참조)

(사진1)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앨범 재킷. 두루두루AMC 제공
(사진1)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앨범 재킷. 두루두루AMC 제공

그것은 타이포그라퍼(Typographer·글자체 디자이너) 김기조씨의 작품이다. 김씨의 오랜 고민과 꾸준한 소통노력에 힘입어 만들어졌다. (디어 청춘의 영상을 보면 확인할 수 있는) 불타는 실험 정신도 한 몫 했다. 타이포그라퍼는 활자를 사용하여 글자 인쇄 전반을 다루고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그는 인디음반 제작사 붕가붕가레코드에서 음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눈뜨고 코베인 등 유명 밴드의 앨범 재킷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2004년 붕가붕가레코드가 설립된 이래로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왜냐면 디자이너가 계속 한명 밖에 없었거든요.” (웃음)

김씨는 복고풍의 한글레터링과 팝아트적인 이미지를 소재로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이는 원맨 스튜디오 기조사이드(kijoside.com)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그의 수작을 살펴보자. (아래 사진 김기조의 작품 모음)

(사진2) 디자이너 김기조의 작품 모음. 이미지 기조측면(kijoside.com) 제공
(사진2) 디자이너 김기조의 작품 모음. 이미지 기조측면(kijoside.com) 제공
   

그는 장얼 1·2집 앨범 재킷 디자인 작업을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생각과 고민을 담담히 풀었다. 방청객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등장인물을 소개한다.


선수1. 장기하 (장기하와 얼굴들 보컬)
선수2. 곰사장 (붕가붕가 레코드 대표)
선수3. 나잠수 (붕가붕가 레코드 수석 엔지니어)

2008년 겨울, 군 입대를 앞둔 김씨는 휴학 중 잠시 머물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그즈음 군에서 제대한 장기하씨를 만난다.

“붕가붕가레코드 식구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장기하씨가 군에서 만들어온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해서 가지고 왔어요. 한번 들어보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엔지니어 나잠수씨는 ‘대중성이 빵점이다’라고 했죠. (웃음) 곰사장 마저도 많이 팔리면 500장 정도 앨범이 팔릴 것 같다고 했어요. 저는 잘 될 것 같다고 하니까. 모두 제 취향이 이상하다고 했죠.”

군 입대를 코앞에 둔 그는 장얼의 앨범 재킷 디자인을 맡겨달라는 약속을 받고 군복무를 시작했다. 일병을 달 때까지 깨알 같은 휴가를 모으고 또 모았다. 어렵게 9박 10일의 휴가를 받아 잠시 세상으로 나왔다.

“앨범 재킷 디자인을 시작해서 완성하는데 9박 10일이 걸렸어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어떤 이미지를 만들지 군복무 중에도 계속 생각했죠. 장기하씨가 던져준 키워드는 ‘외로움’이었어요. 제게 외로움이란 정서를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죠. 물론, 제 개인적인 욕망은 다른 데 있었지만.”

장얼의 정규 앨범이 나오기 전, ‘싸구려 커피’란 곡이 담긴 싱글 앨범은 만여 장 이상 팔리면서 붕가붕가 레코드 설립 이래 사상 초유의 히트 앨범이 됐다. 그야말로 블록버스터였다. 김씨는 블록버스터급 앨범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군 입대 전 다니던 회사에서 자료 조사를 위해 분에 넘치는 경험을 했어요. 헬기를 타고 항공사진(아래 사진3)을 촬영했죠.”

(사진3) 김기조씨가 대학 휴학시절 잠시 근무했던 회사에서 촬영한 항공사진은 장기하와 얼굴들 1집 앨범 자켓으로 쓰였다. 사진은 김기조씨 제공.
(사진3) 김기조씨가 대학 휴학시절 잠시 근무했던 회사에서 촬영한 항공사진은 장기하와 얼굴들 1집 앨범 자켓으로 쓰였다. 사진은 김기조씨 제공.

“그때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는 개인 작업에 써야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었어요. 장얼의 음악을 듣고 보니 그 사진을 앨범 재킷에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당시, 장얼의 ‘달이 차오른다 가자’라는 곡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 곡이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디자인 작업을 시작할 때, ‘달이 차오른다 가자’라는 문구 자체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달이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배제하고, 달동네에서 달을 바라보는 이미지도 무조건 안 된다고 못을 박았죠. 다시 헬기를 타고 찍은 사진을 봤어요. 마치, 달에서 달동네를 바라보는 듯한 이미지라는 설명이 되는 거예요.” (방청객 일동 감탄!)

김씨의 예상과 달리 장얼의 정규앨범 타이틀곡은 ‘별일 없이 산다’로 바뀌었다.

“‘별일 없이 산다’란 노래를 들어보면 무신경함 것 같은 정서가 있잖아요. 사진을 들여다보니 ‘달’이라는 비현실적인 거리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무신경하게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달동네라든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가까이 접근해 찍을 때, 생기는 동화 같은 분위기가 있죠. 그런 것을 배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론적으로 이게 더 낫다! (웃음) 좋~다! 그래서 이 한 장의 사진이 장얼 정규 앨범의 재킷이 된 거죠.”

모두가 별일 없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고요한 동네(사진3). 그 사진 한 장이 덩그러니 박힌 앨범 재킷이 익숙해졌다면 이쯤에서 한 번 뒤집어 보자. 짜잔! 반전은 여기서 시작된다. 동네 어귀를 어슬렁거리면 금방이라도 마주칠 것 같은 간판들은 서로 다른 글씨로 얽히고 설켜 우리를 맞는다. (아래 사진3-1)

(사진3-1) 장기하와 얼굴들 1집 앨범 뒤표지. 이미지는 김기조씨 제공.
(사진3-1) 장기하와 얼굴들 1집 앨범 뒤표지. 이미지는 김기조씨 제공.

“앨범 뒤표지를 장식할 곡 리스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얼의 노래를 계속 듣다 보니 이 앨범이 한 사람의 노래도 아니고,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각의 화자들이 존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각자 다른 시간이나 공간에 있고, 거기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기하 라는 가수는 단지, 그 이야기의 전달자가 된 거죠. 마치, ‘청년 변사’처럼 등장해서 다음 사연은… 다음 사연은… 하면서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노래 제목을 표현하는 글자체가 다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마치, 어느 동네의 골목 어귀에 딱 들어섰을 때, 간판들을 만나는 것처럼. 세탁소부터 빵집까지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연상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방청객들은 가장 활발하게 감탄사 연발!)

일병 김기조의 9박 10일짜리 휴가는 “글자만 파다” 끝났다. 모니터 옆에 올려둔 소주 한 병은 작업 욕구를 불태웠고, 앨범 재킷 시안을 재촉하던 곰사장의 잔소리는 달달한 안주가 됐다. 그 결과, 장얼의 1집 앨범은 김씨의 바람처럼 블록버스터가 되었다.

2011년, 장얼은 밴드로서 한 차원 높은 모습으로 2집 앨범을 내놓았다. 음악인들에게 2집 앨범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1집만큼 좋은 반응을 얻느냐, 아니면 한 때의 붐으로 끝나느냐를 평가하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장얼의 긴장감만큼 디자이너 김씨도 긴장했다. 그러던 어는 날, 장기하는 또 외로움이란 키워드를 ‘훅~’ 던졌다.

“장얼은 2집을 통해 밴드가 가진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줬죠. 그래서 1집과 큰 맥락은 같이하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떠오른 것이 ‘반작용’이란 단어였죠. 1집의 앨범 재킷 이미지는 아래로 가라앉는 인상이 있잖아요. 2집에서는 약동하고, 튀어 오르는 것 같은 분출되는 이미지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죠. 이런 의견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어요.”

그는 ‘외로움’이란 감정을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마음에서 충돌하고 있다고 느꼈다. 장기하가 던진 ‘외로움’이란 키워드를 김씨는 ‘감정의 분출’로 답했다. 김씨의 표현에 따르면 “외로움=감정의 분출”이다.

(사진4)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앨범 자켓 디자인을 구상 구상하면서 김기조씨가 그린 첫 드로잉.
(사진4)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앨범 자켓 디자인을 구상 구상하면서 김기조씨가 그린 첫 드로잉.

“제가 그렸던 첫 드로잉(위 사진4)은 뭔가 분출되어서 튀어나가는 이미지였어요. 실제로 이것을 구현할 때, 큰 통에 물감을 풀고 물이 담긴 통에 쏟아 부어 물감이 튀게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죠. 물감이 튀어 오르는 순간의 이미지(아래 사진5)를 포착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제가 선택한 방법은 모형을 만들었어요. 튀어 오르는 이미지를 점토로 빚었죠. 거기에 여러 색을 입히고, 조합해봤어요. 실제로 만져보면 기분이 좀 나쁠 것 같은 덩어리가 가득 튀어 오른 이미지가 됐죠.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든 이미지가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앨범의 얼굴이 되었어요.”

(사진5)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앨범 자켓 디자인을 위해 김기조씨가 시도한 작업들.
(사진5)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앨범 자켓 디자인을 위해 김기조씨가 시도한 작업들.

수많은 감정의 복합체를 외로움이라고 표현했던 그는 결코,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작업이 시작되면 철저하게 혼자가 되지만, 언제나 소통을 즐긴다. 음악인, 붕가붕가 레코드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도 어울려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생각하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표현되지만, 결국 다양한 삶과 사람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작업할 때마다 제 역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봤어요. 디자이너는 단순히, 기획자의 요구사항에 따라 뭔가를 아름답고 보기 좋게 만드는데 그치는 역할이 아니죠. 다양한 사고의 전개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그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에게 한 사람의 창작자가 되어보기를 권유한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고, 소신을 담은 작업물을 통해 생각을 전개해나가길 소망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3집은 또 어떤 얼굴을 하고 세상 밖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그것은 우리가 디자이너 김기조와 열린 소통을 함께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디어 청춘’ 다음 강연 주제는 ‘청춘 로맨스’

 새해다. 새해처럼 밝고 따뜻한 ‘디어(Dear) 청춘’의 첫 강연이 1월 30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한겨레신문사 5층 하니TV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공포, 액션, 스펙터클, 코미디와 같았던 지난 인생사는 이제 안녕! 우리에겐 ‘로맨스’가 필요하다.

  ‘디어 청춘’은 청춘에게 필요한 로맨스를 분야별로 나눠봤다. 청년 운동부터 인문학, 기획, 소셜네트워크까지 다양하다. 물론, 본격 로맨스를 위한 강연도 마련했다. 각 분야를 대표할 고수를 소개한다. 청년 운동 분야의 대표 선수로는 청년 유니언 위원장 김영경씨가 출연한다. 인문학 분야에는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의 편집위원 윤한결씨가 멀리 부산에서 급행열차를 타고 올라온다.

  공연 연출가이자 교수, 가끔은 상담가로 청춘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탁현민씨도 강단에 오른다. 기획자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는 연출 비법을 소개한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한겨레 디지털뉴스부 허재현 기자도 출동한다. 또 배우 조인성의 친구(?) 문화방송 드라마국 김민식 프로듀서가 출연한다. 그는 드라마가 아닌 실제 삶에서 로맨스 잘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그래! 이제는 로맨스가 필요해’라고 생각되는 청춘은 망설이지 말자!

  지금 당장 자판을 두드려 방청신청을 하면 된다. 이름/ 연락처 /방청 신청 사연/ 희망 인원 등을 간략히 적어 담당 PD의 이메일 jjinpd@hani.co.kr로 보내면 된다.

  검색창에서 ‘디어 청춘’을 치면 블로그(team.hani.co.kr/dear)로 통한다. 블로그에 접속한 뒤, 방청 신청 게시판을 통한 신청도 가능하다.

  “어쩌면 진짜 일어날지도 몰라~요. 로맨스!” (담당 피디 올림)

한겨레 하니TV의 ‘디어(Dear) 청춘’ 세번째 강연 웹 자보.
한겨레 하니TV의 ‘디어(Dear) 청춘’ 세번째 강연 웹 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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