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일대에 남아 있는 ‘동척관사’. 한겨레 자료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할 목외적으로 설치된 식민지 착취기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직원들이 살았던 서울 사택(동척관사)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13일 “일반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30채가량의 동척관사 일부가 겉모습이 다소 변한 채 종로구 통의동 일대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실제 통의동 대림미술관과 한옥마을 인근에는 일본식주택의 모습을 띤 옛집들이 모여 있다. 기와를 얹은 겉모습이 한옥과 비슷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살았던 일식 건축물이다.
동척관사는 지난 1910년 경복궁의 서쪽인 지금의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과 한옥마을 일대에 세워졌다. 이 지역은 조선의 21대 왕인 영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았던 창의궁이 있던 자리로,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면서 동척의 사택 터로 바뀌었다.
일제는 당시 대한제국을 농업 지역으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농업 이민을 기획했다. 이 일을 주도한 것이 동척이었다. 식민지 경영을 위해 동척은 많은 일본인 관료를 조선에 파견했고, 자연히 이들이 모여살 곳이 필요했다. 당시 동척의 본사는 지금 외환은행 본점이 있는 중구 을지로2가 181번지 일대 ‘황금정통’에 있었다. 동척 본사로 출퇴근하는 일본 관료들이 살았던 곳이 바로 지금의 통의동이다.
통의동의 동척관사는 해방 후 적산불하 과정에서 민간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뒤 1970년대 들어 대거 고급주택으로 변했다. 하지만 30채가량의 동척관사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서울 시내에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일식주택은 1000채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남아 있다고 알려졌다. 동척관사처럼 일부 집합적으로 존재하는 곳도 있다.
100년이 넘은 건물이지만, 동척관사가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 국가지정문화재가 됐든 시도지정이 됐든 건물 상태가 좋아야 하지만, 통의동 등에 남아 있는 동척관사들은 대개 100년의 세월 동안 개보수가 이뤄져 겉모습이 바뀐 상태다.
황 소장은 “식민 잔재 청산을 위해 조선총독부 건물도 허문 마당에 일제 잔재를 문화재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동척관사의 문화재 지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동척관사가 있는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일대.
황 소장은 “식민 잔재 청산을 위해 조선총독부 건물도 허문 마당에 일제 잔재를 문화재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동척관사의 문화재 지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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