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인니 바우바우시에
2009년 인도네시아 부톤섬 바우바우시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부족어 표기에 한글자모를 쓰기로 결정했을 때, 국내 언론은 “한글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라며 주목했다.
찌아찌아족에게 한글 사용을 설득해온 민간단체 훈민정음학회는 당시 강사를 파견했다. 하지만 그 뒤로 한국에 경제적 도움도 바라는 현지인들과 단체 사이에는 적잖은 오해와 갈등이 빚어졌다. 2010년 파견 강사가 돌아온 뒤 지원이 끊겨 현지 한글 교육은 지지부진해졌다. 정부가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현지 공용어로 인도네시아어가 쓰이는 상황에서 찌아찌아족 공식용어에 관여한다면 외교 마찰의 소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어세계화재단은 26일, 세계 각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인 세종학당이 30일 바우바우시에서 문을 연다고 밝혔다.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외교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북대와 인도네시아 부톤대가 손잡고 세운 현지 학교를 문화부가 세종학당으로 지정하고 예산, 교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방선규 문화부 문화정책관은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보급할 수 있게 됐다”며 “찌아찌아족도 교류 재개를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문화부는 올 상반기 중으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중국, 페루, 알제리 등 12개 나라에서 세종학당 15곳이 새로 지정돼 문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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