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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짠돌이’ 김대희 “아내도 안꿔줘, 김준호니까…”

등록 2012-03-01 15:01수정 2012-04-02 11:43

13년째 동고동락해온 개그맨 김준호(왼쪽)·김대희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 스튜디오에서 손을 맞대고 코믹한 표정을 연출하고 있다. 김준호는 “대희 형은 예전 임하룡 선배처럼 개그 꼭지 멤버들에게 웃음을 나눠 주는 개그를 한다. 잘 짜고 잘 살린다”고 했다. 김대희는 “제가 잘 짜고 잘 살린다면, 준호는 저처럼 잘 짜는데, 저처럼 잘 살리는 게 아니라 ‘엄~~청’ 잘 살린다”고 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3년째 동고동락해온 개그맨 김준호(왼쪽)·김대희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 스튜디오에서 손을 맞대고 코믹한 표정을 연출하고 있다. 김준호는 “대희 형은 예전 임하룡 선배처럼 개그 꼭지 멤버들에게 웃음을 나눠 주는 개그를 한다. 잘 짜고 잘 살린다”고 했다. 김대희는 “제가 잘 짜고 잘 살린다면, 준호는 저처럼 잘 짜는데, 저처럼 잘 살리는 게 아니라 ‘엄~~청’ 잘 살린다”고 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리는 짝] 개그맨 김준호와 김대희
‘개콘’ 13년 지킨 터줏대감
정통꽁트 고수 진국 우려내
개콘 이탈사건. ‘대화가 필요해’의 힘. 마카오, 바카라.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씁쓸한 인생’의 반전! ‘감수성’과 ‘꺾기도’도 솟았다.

준호와 대희, 두 김씨. 흔히 개그맨으로 불리는, 한국의 코미디 배우(코미디언)이다. 김준호(37)는 2009년 8월 ‘마카오 원정 바카라도박’ 사건으로 추락했다. 그 직전, 김대희(38)는 영화에 외도했다가 흥행 실패로 나가떨어졌다. 일거리가 없던 김대희에게, 방송활동 중단이라는 일종의 ‘사형선고’ 상태에 놓여 있던 김준호가 부탁했다. <개그콘서트>(개콘·한국방송2) 제작진을 통해서였다. “나 대신 ‘씁쓸한 인생’ 맡아줘.”

영화 <달콤한 인생>을 패러디한 개콘의 대박 꼭지 ‘씁쓸한 인생’에서 “이것, 참 씁쓸하구만”,“유상무 상무 유상무 상무” 같은 멘트를 날리는, ‘조직’의 회장님이지만 조직원들에게 노상 당하기만 하는 ‘두목’ 역은 이렇게 개콘 사상 이례적인 ‘릴레이’ 출연으로 살아남았다. 8개월을 쉬었던 김대희는 그렇게 “좀 많이 부담되는 대타”로 개콘에 돌아와 ‘씁쓸한 인생’을 인기리에 이어갔고, 두문불출 백수로 “자숙하던” 김준호는 역시 8개월 만인 이듬해 3월 ‘씁쓸한 인생’ 마지막회를 통해 코미디 무대에 복귀했다.

두 김씨는 개그계의 단짝. 누가 뭐래도 국내 정통 코미디의 산실 개콘의 ‘버팀목’이다. 뜰 만하면 너나없이 버라이어티쇼다, 토크쇼다 엠시로 떠났지만, 둘은 개콘 원년 멤버로 13년째 “코미디의 원류”이자 “정통”으로 꼽히는 콩트 코미디를 지켜왔다. ‘외도’ 기회가 별반 찾아오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23일 오후 <한겨레>를 찾은 두 김씨는 자신들이 친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김준호는 김대희를 “나의 은행 혹은 제1금융권”이라고 했다. 돈 한푼 못 벌던 그때에 3천만원을 내줬다는 것이다.

“사람관계는 돈에 의해서 더 친밀해지는구나. 꿔주는 사람이 있고 안 꿔주는 사람이 있거든요.”(준호)

“제가 항간에 저 짠돌이다 소문이 났는데. 맞거든요! 김준호니까 꿔줬지, 저는 아내한테도 돈 안 꿔줍니다.”(대희)

“아무 데서도 날 안 쓰고, 빵원을 버는 거예요. 돈이 없었어요. 대희 형이 무이자로 빌려줬어요. 1년반 있다 갚았나?”(준호) “2년 넘어서!”(대희) “2년 있다가 갚았구나.”(준호) “2년 넘었어요, 넘었다니까!”(대희)

투덕투덕, 서로 찧고 까부는 두 개그맨의 단짝 관계는 13년 전 개콘 원년의 “어색한”(준호) 첫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콘이 첫 막을 올릴 준비를 하던 1999년 7월 개콘 오디션장에서다. 대희는 그해에 뽑힌 한국방송 공채 14기로 김영철 등과 함께 개콘 무대에 서기로 확정된 촉망받는 신예. 준호는 96년 에스비에스 공채 5기 개그맨이었지만 군 제대 뒤 이렇다 할 무대가 없이 떠돌던 처지.

“제가 케이비에스 99년 기수. 완전 막내였어요. 김준호씨가 온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에스비에스 공채 5기. 데뷔 연도가 96년이에요. 처음 ‘선배님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렸는데, 준호가 ‘왜 이러세요, 한 살 선배이신데, 형동생으로 지내자’고 하는 거예요. 3년 선배가 먼저 형동생 하자고 하니까 고마웠죠.”(대희)

“살아남아야 하니까. 저는 에스비에스 출신이라 처음엔 어색했어요. 케이비에스에서 미는 14기 김대희랑 형동생 먹었다는 건 케이비에스 입성에 성공했단 거죠. 케이비에스 그때만 해도 텃세 셌어요.”

서로 막내라는 동병상련(김준호는 당시 남개그맨 중 제일 어렸다)으로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개콘 아이디어 회의 뒤, 새벽 포장마차에서 소줏잔을 기울였다고 했다. 오전 10시 회의 시간에 맞추려고, 집에 가는 대신 근처 찜질방에서 함께 잤다. 둘이 게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2003년 1월, 둘의 개그 인생에 고비가 된 ‘개콘 이탈사건’이 닥친다. ‘언저리뉴스’와 ‘바보3대’ 꼭지로 이름을 날리던 터였다. 두 김씨와 심현섭 강성범 등이 속한 기획사가 “딴 기획사 갈갈이패밀리 개그맨(박준형 등)에게 연말 큰상을 준 데 삐져서” 개콘 출연 거부를 선언했다. 이 기획사 개그맨 10명이 에스비에스로 건너가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을 만들었다. 그러나 둘만은 거기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개콘 ‘이탈’ 뒤 웃찾사에 출연한 건 딱 4주. 2004년 말 다시 개콘에 돌아오기까지 1년반. 그 시절 두 백수는 매일같이 만나 “언제 써먹을지 모르는 개그를 짰다”(대희)고 했다. “그때 대희 형 없었으면 웃찾사 그만둘 생각 못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의 (개콘에서 쌓아온) 나는 없었을 거예요.”(준호) “내일을 향해 달리는 거야~~.”(대희) “비내리는 밤은 언제나~.”(준호) 둘은 당시 둘이 부르던 노래와 대화를 고스란히 복기했다.

최악의 시기가 그때였다고 김대희는 말했다. 김준호는 “2009년 그 일(도박)로 엄니가 울 때, 서른여섯 나이 먹고 엄니를 울릴 때, 그 일로 대희 형이 울 때”를 꼽았다.

두 사람은 빵 하고 뜬 대박 스타가 아니다. 소리없이 강한 무엇. 그래서 질리지 않는다. 촘촘한 시나리오를 짠 뒤 펼쳐놓는 콩트 코미디로 오래도록 시청자 곁에 서왔다. 질박하고 정감 어린 김준호의 연기는 폭넓은 시청자에게 사랑받는다. 김대희는 진득하고 강한 캐릭터 연기로 개콘의 중심축 구실을 해왔다. 김준호는 자신들이 확 뜨는 스타일이 아닌 이유는 출연자들이 웃음을 나눠 먹는 꽁트를 주로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대희는 “우린 왜 확 못 뜰까, 한때 고민이 되기도 했다”며 개콘 초창기 같이 일했던 작가가 언젠가 보내준 문자메시지를 읽어줬다.

‘너희는 원래 남들보다 천천히 걷지만 남들보다 더 멀리 더 오래 걸을 사람들이야.’

두 사람은 “정통 코미디언의 권익을 위한” 일에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개그맨 매니지먼트사 겸 코미디 제작사 ‘코코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각각 콘텐츠·매니지먼트 부문 대표와 이사로 뛰고 있다. “정통 코미디를 하는 개그맨들이 조직적인 시스템을 통해 활동하도록 하겠다”(준호)는 포부다. 둘이 2년 전 한 닭도리탕집에서 “뚜껑이 열려 욕마저 해가며” 13년 단짝 관계 사상 가장 큰 말싸움을 했던 것도 이 사업 때문이었다. “대희 형한테 회사(코코엔터) 일 열심히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아라, 제가 시비를 걸었죠.”(준호) 김대희는 “김준호가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대대장이라면 나는 참모 스타일”이라고 했다. 김준호는 “나는 아빠이고 형이 엄마 같다. 나는 일을 벌이고 형은 관리를 한다”고 했다.

개콘 기획자로 개콘 원년 피디를 했던 박중민 책임피디(EP)는 김대희와 김준호는 “천부적인 코미디 연기자”라고 평가했다 서수민 개콘 피디는 “김대희는 진득하고 색깔 있는 연기를 한다. 김준호는 딴 사람이 하면 안 웃긴데 그가 하면 웃기는 매력적인 연기를 한다”고 했다.

김준호는 개콘 ‘감수성’, ‘비상대책위’ 성공에 이어 “뜬금없는 말로 상대방을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꺾기도 꼭지로 변함없는 힘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김준호가 공감대 넓은 코미디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김대희는 ‘감수성’의 대갈공명 역에 머물러 있다. 조금은 질투가 나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도 김대희는 주눅들지 않았다.“저한테는 좋은 자극제가 된다는 거죠. 나보다 쟤가 잘나가네, 이런 감정보다는, 준호가 치고 올라간다, 나도 여기서 머무르면 안되지, 이렇게 생각해요. 준호가 꺾기도를 띄우는 걸 보고, 저도 새 꼭지 아이디어 생각해냈어요. 대왕대비 마마 서수민 피디에게 ‘검사’ 받고, 3월에 새 꼭지, 꼭 선보일 겁니다.”

그는 “준호씨는 주변 사람을 다 내 사람으로 흡수하는 블랙혹 같은 매력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가지 큰 단점이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싸운 적도 몇번 있다. “어디 가서 우리 이야기할 때 항상 ‘우리가’가 아니라 ‘내가’라고 이야기해요. 꼭지를 같이 짰는데도, ‘이거 내가 짰다’고 내가 옆에 있는데도 말하는 거예요. 그게 서운하더라고요. 요샌 많이 고쳐졌죠. 어제 소주 마시다가, ‘우리가’ 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다른 사람들한테, ‘우리가 했습니다, 하면서 절 보고 씩 웃더라고요.”(대희)

“내가 지금 손이 다 떨리네.”(준호)

김대희와 김준호는 두 사람의 코미디언이란 뜻으로 ‘투미디언’을 결성했다고도 했다. “이르면 4월께부터는 ‘투미디언 쇼’란 이름으로 소극장 콩트쇼를 할 계획”(준호)이란다.

김대희가 본 김준호

장점 블랙홀 같은 매력. 주변 사람들을 다 내 사람으로 흡수해요.
단점 둘이 함께 한 일도 ‘내가 했다’고 하는 버릇.

김준호가 본 김대희

장점 굵은 선으로 말 별로 없이 계속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전투력 대단하죠.
단점 밥값 5천원 놓고 후배랑 사다리를 타요.

허미경 남지은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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