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 내한공연 장면. 현대카드 제공
파격적 의상 무대 선보이며
4만 관객과 2시간 혼연일체
폭력적 선정적인 장면 없어
공연장 밖에선 반대 시위도
4만 관객과 2시간 혼연일체
폭력적 선정적인 장면 없어
공연장 밖에선 반대 시위도
“한국 정부가 내 공연을 18살 이상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 공연이 어떤 건지 확실히 보여주겠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27일 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연 내한공연에서 작정한 듯 이렇게 외쳤다.
지난달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레이디 가가의 이번 공연에 청소년 관람 제한 조처를 내려 이미 표를 산 청소년들이 대거 환불하는 소동을 빚었다. 그의 ‘더 본 디스 웨이 볼 글로벌 투어’ 공연에 청소년 금지 딱지를 붙인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과도한 조처라는 비판과 함께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이어졌다. 레이디 가가는 이와 관련해 이달 초 트위터에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레이디 가가는 등장부터 남달랐다. 중세시대 기사처럼 모형 말을 탄 채 병사들을 이끌고 등장한 그를 4만여 관객들은 주경기장이 떠날 듯한 함성으로 맞이했다. 레이디 가가는 ‘본 디스 웨이’, ‘텔레폰’, ‘포커 페이스’ 등 히트곡을 부르며 2시간여 동안 주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곡이 바뀔 때마다 갈아입다시피 한 특유의 파격적인 의상과, 수많은 백댄서들과 함께 꾸민 퍼포먼스 또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일부 우려처럼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배로 들여온 컨테이너 상자 40여개와 전세 비행기 2대 분량의 장비로 만든 무대는 거대한 중세시대 성과도 같았다. 레이디 가가의 왕국인 ‘킹덤 오브 페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한편의 ‘팝 오페라’를 보는 듯했다. 레이디 가가는 화려한 전자음악과 강렬한 헤비메탈이 어우러진 “일렉트로 메탈 팝 오페라”라고 공연 콘셉트를 설명했다. 그러나 공연장 규모에 비해 무대를 확대해 비춰주는 대형 화면의 크기가 작아 멀리 앉은 관객들은 잘 안 보인다는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레이디 가가는 공연 1주일 전 입국해 준비에 매달려 왔다. 이번 공연이 세계 투어의 첫 무대인 만큼 더욱 철저하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에 이어 홍콩, 일본, 싱가포르,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모두 11개 나라에서 이번 투어를 이어간다.
이번 공연에는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 화제가 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공연을 하루 앞둔 26일 “레이디 가가는 동성애를 미화하고 정당화시키는 데 음악과 공연을 이용한다”며 “기독교를 비하하는 이번 내한공연은 즉각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사 쪽에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 100여명은 공연 1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변에 모여 기도하고 찬송을 부르며 공연 반대 시위를 벌였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허아무개(31)씨는 “레이디 가가는 행위예술을 가장한 사탄의 앞잡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쪽은 “그분들 의견도 존중하지만 더 많은 분들이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기다려왔기 때문에 공연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며 “문화·예술 공연을 종교적 측면에서 가치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정민 김지훈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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