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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언론사 파업, 정치로 풀어야하는 이유

등록 2012-06-05 20:13

미디어 전망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미디어 영역의 거버넌스, 곧 공적 관리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선거의 바람직한 기능으로서, 다양한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후보자들은 관련 정책과 공약을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제시하고 평가받는다. 미디어 영역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한 방송과 통신의 융합 규제 방안인 ‘방송통신위원회 모델’이 실패로 드러나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논의에는 2007년 대선 때와는 다르게 공영언론의 독립성 보장 방안이 세월을 거슬러 와 중요 이슈가 되고 있다. 방송·통신·컴퓨터 융합의 고도화 현상이 기존 규제 패러다임을 무력화하는 시점에 구시대적인 공영방송의 불공정성 문제가 더 중요한 미디어 이슈들을 다 삼켜버린 형국이다. 보수와 진보, 그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대체적으로 정권편향적 언론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물론 지난 정권과의 강도 차이에 대한 이견은 있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는 ‘권력이 임명한’ 경영진과 ‘권력과 상관없는’ 현업 방송인들이 공정성을 놓고 크게 싸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권에서는 ‘권력이 임명한’ 경영진은 친정부적인 반면 ‘권력과 상관없는’ 현업 방송인들은 파업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번 정권에서 경영진의 편향성이 더 강하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제도 개선 법안을 제출하고 있고, 학자들도 앞다투어 의견을 내고 있다. 심지어 당사자인 공영방송사 경영진도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거버넌스 구조 개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거나 무책임하다. 4개월이 넘는 파업으로 시청자의 권익이 방기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영조직이 두고두고 큰 후유증을 앓게 될 판이다. 현상은 놓아두고 한가롭게 “제도를 한번 고쳐보자”고만 할 상황이 아니다. 독감으로 열이 40도에 이른 환자에게 의사가 해열제는 주지 않고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러니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라”며 돌려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국 <비비시>(BBC)를 반증의 사례로 보아 알 수 있듯이 공영언론 독립성의 동력은 제도가 아니라 정치문화와 관행이다. 제도상으로 보면 한국의 공영방송사 사장 임명 방식이 영국보다 독립적이다. 그러나 2008년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 해임 과정에서 보았듯이 신세를 지고 그에 보답해야 하는 한국의 후견주의(clientelism) 정치문화에서는 편법과 탈법이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 결국 개별 현상을 고쳐 관례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당장의 사태를 교정할 힘은 국회에 있는 것 같다. 단임제 대통령이 내버려두겠다고 한 마당에 임명의 빚을 진 방송통신위원과 방송문화진흥회 및 한국방송 이사들은 오불관언이다. 현재와 미래를 아울러 해법을 찾고 상호 신사협정을 맺을 수 있는 힘은 현실적으로 여야 국회의원들밖에 없다. 우선 능력 있는 후배들을 마구잡이로 징계하고 자르고 고소하는 한편 대체인력 사용 등의 각종 권한 남용으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온 무능한 경영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정권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차기 정권에서 공영언론사 사장 임기를 지킨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칼질을 해대는 ‘넘버3’가 아니라 모두에게 존경받는 유능한 인물을 임명해 정권이 칭찬받는 선진 정치문화를 찾아갈 때가 되었다.

강형철/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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