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틀즈
서정민의 음악다방
비틀스 헌정공연 ‘싱잉 더 비틀스’를 보고
비틀스 헌정공연 ‘싱잉 더 비틀스’를 보고
행복했다. 비틀스 노래를 무려 36곡이나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지난 2~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싱잉 더 비틀스’ 공연은 그야말로 비틀스가 2012년 대한민국에서 환생이라도 한 듯한 감흥을 줬다.
이한철, 한동준, 요조, 윤한, 문샤이너스, 윈디시티, 와이낫, 킹스턴 루디스카, 이두희 프로젝트 등이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비틀스 음악도 나름 괜찮았지만, 솔직히 비틀스의 완벽한 재현을 목표로 삼는 밴드 ‘멘틀즈’와 ‘타틀즈’의 공연이 가장 좋았다. 다른 관객은 물론 심지어 출연자도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싶다. 첫날 ‘블랙버드’를 부른 이한철은 “비틀스 곡은 멋부리기 위한 게 아니라 순수하고 진실된 음악이어서 그 위에 덧칠을 하면 이상해지기 때문에 리메이크를 하기가 참 힘들다”고 고백했다.
멘틀즈는 2002년 결성된 ‘애플스’로부터 이어져온 비틀스 헌정(트리뷰트) 밴드다. 현실에선 건설회사 임원이지만 멘틀즈에선 존 레넌이 되는 김준홍씨가 리더다. 앨범도 두 장이나 냈다. 첫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멘틀즈는 비틀스가 미국을 침공(브리티시 인베이전)할 때 무기로 앞세운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를 시작으로 앙코르 곡 ‘트위스트 앤드 샤우트’까지 내리 13곡을 연주했다. 눈을 감으면 정말 비틀스가 연주하는 걸로 착각할 정도로 창법은 물론 악기 연주 하나하나 똑같이 재현했다. 그들이 든 기타·베이스마저 비틀스가 쓰던 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이들은 ‘디어 프루던스’,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등 대중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후기 명곡들을 주로 연주했다. 국내 최고참 비틀스 헌정 밴드의 무르익은 내공이 빛나는 무대였다.
둘쨋날 무대에 오른 타틀즈는 서울 홍대앞에서 각자 음악을 하는 이들이 뭉친 프로젝트 밴드다. ‘와이낫’의 전상규,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 ‘무중력소년’의 김영수, 새달 1일 결혼을 앞둔 조태준·임주연 커플이 참여하고 있다. 전 레논(보컬·기타), 조 카트니(보컬·베이스), 조지 중엽슨(기타), 링고 영수타(드럼)라는 예명까지 만들었다. ‘노웨어 맨’으로 시작해 ‘틸 데어 워즈 유’, ‘쉬 러브스 유’, ‘캔트 바이 미 러브’ 등 초기 로큰롤 곡 위주로 연주하며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비틀스와 같은 모델의 악기를 쓴 건 물론, 폴 매카트니와 조지 해리슨이 하나의 스탠딩 마이크에 입을 함께 갖다대며 코러스를 하는 모습까지 똑같이 연출했다.
둘쨋날에는 비틀스가 1965년 미국 뉴욕 시어 스타디움에서 한 역사적인 공연 실황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기절하는 소녀들의 모습이 잇따라 잡혔다. 요새 국내 아이돌 그룹 공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비틀스의 위대함은 당대뿐 아니라 오랜 세월을 견디는 음악을 남겼다는 데 있다. 전상규는 “26세기에는 비틀스가 모차르트·바흐보다 더 위대한 음악가로 평가받을 걸로 확신한다”고 했다.
비틀스는 내년에 데뷔 50돌(1963년 3월 발표한 첫 앨범 <플리즈 플리즈 미> 기준)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멘틀즈와 타틀즈는 내년 봄 비틀스 헌정 ‘배틀’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거짓말 약간 보태자면, 같은 날 현존하는 최고의 밴드 유투(U2)나 콜드플레이가 내한공연을 한다 해도 나는 환생한 비틀스를 만나러 가련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마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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