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헌정 밴드 멘틀즈가 지난 18일(현지시각) 비틀스의 고향인 영국 리버풀의 카지미어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현대미술작가 이기일씨 제공
헌정밴드 ‘멘틀즈’ 영국 공연
원곡 ‘완벽 재현’에 관객들 환호
“꿈이뤄…평생 비틀스만 파겠다”
현대미술가 이기일씨 공연추진
국내 첫 헌정밴드 리더도 동행 비틀스를 너무나도 흠모한 나머지 그들의 음악을 똑같이 재현하려고 모인 네 사내가 있다. 김준홍(기타·보컬), 박승혁(베이스·보컬), 손보성(기타), 장석원(드럼)으로 이뤄진 비틀스 헌정 밴드 ‘멘틀즈’다. 2002년 결성한 ‘애플스’로부터 갈라져 나온 멘틀즈는 비틀스 곡들을 연주한 정규 앨범 2장을 냈고, 비틀스를 콘셉트로 한 국내 자동차 광고에 쓰인 ‘로큰롤 뮤직’을 녹음하기도 했다. 광고를 본 사람들이 비틀스 앨범에 실린 원곡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멘틀즈는 지난 18일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섰다. 비틀스의 고향 영국 리버풀의 한 클럽에서 공연을 한 것이다. 이를 기획한 이는 뜻밖에도 현대미술 작가 이기일씨다. 이 작가는 2009년 ‘괴짜들: 군웅할거 한국 그룹사운드 1960~1980’이라는 전시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국내 1세대 록밴드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하면서 대다수가 비틀스 때문에 음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이 작가는 1세대 록밴드와 현재 활동중인 비틀스 헌정 밴드가 리버풀에 가서 공연하는 프로젝트 ‘한국의 비틀스’를 구상해 영국 최대 미술축제인 ‘리버풀 비엔날레’에 맞춰 추진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을지재단의 지원으로 비용을 마련했다. 1960년대 한국 최초의 비틀스 헌정 밴드 ‘김치스’와 1세대 록밴드 ‘피닉스’를 이끌었던 심형섭(67)씨와 멘틀즈는 그렇게 해서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건설회사 임원인 김준홍씨와 영어학원 강사인 손보성씨는 휴가를 냈다.
무대에 먼저 오른 이는 심형섭씨. 1975년 대마초 파동 당시 군사정권의 음악인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뒤 그곳에서 음악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곡을 연주하고, 진행을 맡은 큐레이터와 비틀스의 영향으로 시작된 자신의 음악인생 등을 인터뷰했다. 이어 멘틀즈와 함께 ‘빗속의 여인’, ‘미인’ 등 국내 1세대 록밴드들의 곡을 연주했다. 이 작가의 말마따나 “비틀스 영향으로 시작된 록음악이 어떻게 한국화됐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에 현지 관객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후부터는 멘틀즈의 독무대였다.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부터 ‘겟 백’까지 비틀스 초·중·후기를 망라하는 히트곡 25곡을 연주했다. 동양에서 온 검은 머리 사내들이 똑같이 재현하는 비틀스 음악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큐레이터는 “어떻게 리버풀 사투리까지 흉내내 노래하느냐”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귀국하고 며칠 뒤인 지난 24일 서울 홍대앞 한 카페에서 만난 멘틀즈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김준홍(51)씨는 “비틀스 고향에서 비틀스 음악을 연주하겠다는 목표를 이룬 게 꿈만 같다. 현지 관객들 앞이라 발음을 많이 신경썼는데, 사투리까지 연구한 걸 알아줘서 기뻤다”고 말했다. 박승혁(30)씨도 “시차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애먹었지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들이 비틀스 초기 활동 근거지였던 리버풀 캐번 클럽, <애비 로드> 앨범 표지로 유명한 런던의 횡단보도, 애플 스튜디오 등을 찾아간 얘기를 할 때는 어린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이었다.
멘틀즈는 성탄절 전날인 24일 밤 홍대앞 음악바 ‘곱창전골’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이 작가는 이곳에서 국내 발매된 다양한 캐럴 음반도 전시한다. 이 작가는 “내년에 한국과 일본의 비틀스 음반과 관련 물품들을 모아 전시하고 두 나라 밴드들이 공연하는 프로젝트 ‘아시아의 비틀스’를 진행하려고 한다. 내친김에 2014년 ‘아시아의 비틀스’를 영국에서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준홍씨는 “내년 행사를 계기로 멘틀즈도 일본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에게 비틀스는 록음악 중 하나가 아니에요. 록·재즈·클래식처럼 비틀스가 하나의 별도 음악 장르나 마찬가지죠. 평생 비틀스 음악만 파고들고 싶어요.” 막내 박승혁씨의 말에 맏형 김씨는 “그럼 로커가 아니라 ‘비틀저’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심형섭씨는 자신의 에스엔에스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비틀스로 시작된 음악인생을 거의 반세기 지난 뒤 비틀스 성지에서의 공연으로 감명 깊게 마무리했다는 게 너무도 행복합니다. 이제는 후회 없이 은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꿈이뤄…평생 비틀스만 파겠다”
현대미술가 이기일씨 공연추진
국내 첫 헌정밴드 리더도 동행 비틀스를 너무나도 흠모한 나머지 그들의 음악을 똑같이 재현하려고 모인 네 사내가 있다. 김준홍(기타·보컬), 박승혁(베이스·보컬), 손보성(기타), 장석원(드럼)으로 이뤄진 비틀스 헌정 밴드 ‘멘틀즈’다. 2002년 결성한 ‘애플스’로부터 갈라져 나온 멘틀즈는 비틀스 곡들을 연주한 정규 앨범 2장을 냈고, 비틀스를 콘셉트로 한 국내 자동차 광고에 쓰인 ‘로큰롤 뮤직’을 녹음하기도 했다. 광고를 본 사람들이 비틀스 앨범에 실린 원곡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멘틀즈는 지난 18일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섰다. 비틀스의 고향 영국 리버풀의 한 클럽에서 공연을 한 것이다. 이를 기획한 이는 뜻밖에도 현대미술 작가 이기일씨다. 이 작가는 2009년 ‘괴짜들: 군웅할거 한국 그룹사운드 1960~1980’이라는 전시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국내 1세대 록밴드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하면서 대다수가 비틀스 때문에 음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이 작가는 1세대 록밴드와 현재 활동중인 비틀스 헌정 밴드가 리버풀에 가서 공연하는 프로젝트 ‘한국의 비틀스’를 구상해 영국 최대 미술축제인 ‘리버풀 비엔날레’에 맞춰 추진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을지재단의 지원으로 비용을 마련했다. 1960년대 한국 최초의 비틀스 헌정 밴드 ‘김치스’와 1세대 록밴드 ‘피닉스’를 이끌었던 심형섭(67)씨와 멘틀즈는 그렇게 해서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건설회사 임원인 김준홍씨와 영어학원 강사인 손보성씨는 휴가를 냈다.
국내 최초의 비틀스 헌정 밴드 ‘김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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