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박근혜·문재인 두 대통령 후보를 풍자하고 있는 여의도 텔레토비의 주인공 ‘또’와 ‘문제니.’
[토요판] 커버스토리 ‘여의도 텔레토비’가 20대에게
▶ 귀엽고 깜찍한, 어린이의 친구 텔레토비가 험한 욕설과 발차기, 정권찌르기 등 과격한 폭력을 싣고 다시 돌아왔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고 있는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다섯 캐릭터, 구라돌이·또·문제니·안쳤어·엠비가 그들이다. 20~30대 젊은층이 현직 대통령과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 등을 풍자하고 있는 이들 ‘성인용’ 텔레토비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13일 밤 마지막 방송 녹화를 위해 모인 텔레토비에게 직접 물었다.
유쾌 통쾌한 대선 풍자로
젊은층에서 열광적 호응 얻어
“왜 ‘또’만 욕쟁이냐”
새누리당, 불공정하단 지적에
선거방송심의위 회부됐지만
되레 시청률 올리는 효과 살기 힘들다 불평하면서
정치는 진부하다고 관심 없대요
텔레토비가 가장 잘한 일은
‘너랑 정치는 상관있거든!’
이걸 보여줬다는 점이죠
여러분, 19일 꼭 투표하세요 ‘앗, 저건 또!’ 빨간색 인형옷을 입은 낯익은 캐릭터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씨제이이앤엠(CJ E&M) 센터 분장실에서 나왔다. ‘또’는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에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 가운데 하나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풍자하고 있다. 주특기는 ‘삐’ 소리로 처리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강도 높은 욕설이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의 여성 캐릭터가 내뱉는 걸쭉한 욕설은 묘한 반전의 쾌감을 안겨준다. 욕쟁이 또를 연기하고 있는 김슬기(21)씨는 서울예술대 연기과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김씨에게 인형옷을 입고 하는 연기가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이걸 쓰고 있으면 예뻐져요. 다들 탈을 썼을 때가 예쁘다고, 평소에도 벗지 말고 쓰고 다니래요”라며 웃었다. 그는 특유의 욕설 연기에 대해서도 “평소에 욕을 안 하는데, 욕설 연기가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대답, “제가 안 한다고 해서 (욕설을) 안 듣는 건 아니니까요. 으하하하.” 시청자 배꼽 빼놓은 ‘티브이토론 편’ 케이블채널 <티브이엔>(tvN)이 방영하는 ‘에스엔엘(SNL) 코리아’의 인기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가 15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목요일인 지난 13일 밤 11시께 씨제이이앤엠 센터에서는 또를 비롯한 모든 텔레토비 캐릭터가 모여 마지막 방송 녹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텔레토비)는 이명박 대통령(엠비)과 각각 새누리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소속인 박근혜(또), 문재인(문제니), 이정희(구라돌이) 등 대통령 후보를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텔레토비 방영이 시작된 뒤 대선 레이스에서 빠졌지만 인기 캐릭터 ‘안쳤어’의 출연은 계속되고 있다. 텔레토비의 가장 큰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현실 정치에 대한 감각적이고도 날카로운 풍자에서 나온다. 지난 8일 방송에서는 박근혜-문재인-이정희 후보의 4일 첫 티브이 토론회를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젊은 시청자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티브이 토론 당시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날선 공세를 멈추지 않았고, 박 후보는 이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문 후보는 두 여성 후보의 공방 속에서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텔레토비는 이 장면을 가수 임재범이 부른 ‘너를 위해’의 노랫말 ‘내 거친 생각과~(이정희), 불안한 눈빛과~(박근혜), 그걸 지켜보는 너~(문재인)’에 실어 ‘깨알같이’ 풍자했다. 구라돌이의 파상공세에 맞닥뜨린 또는 “너는 ‘듣보잡’인데 토론에 나오는 이유가 있냐”며 어설픈 반격을 시도해보지만, “너 떨어뜨리려고 나왔다, 이 ×××야”라는 구라돌이의 역습에 또다시 ‘멘붕’(멘탈붕괴)에 빠지는 설정도 티브이 토론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시청률 조사업체 에이지비(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집계(케이블 가입가구 기준)한 이날 텔레토비 시청률은 1.92%, 순간 최고 시청률 2.44%였다. 텔레토비의 평균 시청률은 1% 안팎이었다.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어른을 위한 정치 풍자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이유는 뭘까. 텔레토비의 마지막 녹화날이었던 13일 밤 녹화장 안팎에서 만난 출연진은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의 열광을 텔레토비 인기의 주요 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텔레토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캐릭터 ‘엠비’를 연기한 김원해(43)씨의 말이다. “20대 안팎의 젊은층은 그동안 정치를 일단 ‘진부한 것’ ‘구태’, 이렇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텔레토비를 하면서 정치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박근혜, 문재인이 누구인지조차 몰랐던 시청자에게 정치권의 최근 현안과 화제를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미있게 전달하려 했어요. 텔레토비가 긍정적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젊은층에게 ‘정치는 더이상 나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는 메시지를 전해준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문재인 후보보다 덜 ‘훈훈하게’ 생겨 “텔레토비 제작진이 ‘친박’(친박근혜) 아니냐”는 오해를 받게 만들었다고, 스스로 밝힌 ‘문제니’ 역의 김민교(38)씨는 “내 주변만 봐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입버릇처럼 하면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20~30대 젊은층이 많았다. 텔레토비를 봤다는 시청자 가운데 우리가 다룬 소재를 뉴스 검색 등을 통해 다시 찾아보며 조금씩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적잖은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지막 방송 보면 더 투표하고 싶을걸~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주창하며 지금까지의 한국 정치를 ‘낡은 정치’로 비판해 왔던 안철수 전 후보 역의 ‘안쳤어’ 이상훈(41)씨는 대중이 텔레토비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를 특히 젊은 유권자가 ‘안철수 현상’에 열광한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방송이 그동안 시청자가 바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본인들이 만들고 싶은 방송을 만들어왔다는 증거를 텔레토비 현상이 보여줬다고 봅니다. 방송인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는 이유로 출연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이유로 인기 프로그램을 없애버린 것 아닙니까. 텔레토비는 어떻게 보면 껄끄러울 수 있었던 모든 주제를 과감하게 다뤘어요. 대중이 텔레토비를 보면서 시원하다고 느낀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텔레토비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텔레토비가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인기를 얻던 지난 10월24일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후보로 출연한 출연자(또)가 가장 욕을 많이 하고 안철수 후보는 순하게 나오며 욕도 안 한다. 후보간 풍자가 공정하지 않을 때 제재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텔레토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대선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거방송심의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선거방송심의위는 11월13일 텔레토비에 대해 ‘방송 언어 위반’과 ‘대선 후보 품위 손상’ 여부를 심의해 “패러디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새누리당의 문제제기는 오히려 텔레토비의 인기에 힘을 실어줬다. 텔레토비는 홍 의원의 문제 제기가 있기 전인 9월 평균 1.2%의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10월에는 0.84%로 떨어졌다. 하지만 선거방송심의위에 회부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11월 다시 9월 수준의 시청률을 회복했고 12월 대선이 가까워지자 매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이상 에이지비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대선을 나흘 앞둔 15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텔레토비 출연진이 남긴 마지막 말은 투표 참여였다. 문제니는 13일 밤 “개인적으로는 트위터 등을 통해 ‘투표도 하지 않고, 살기 힘들다고 투덜대지 맙시다’라는 말을 계속 해왔다. 대선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에도 모두가 투표에 참여하자고, 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엠비는 “현실적으로 많은 유권자가 요구해왔던 투표시간 연장이 이뤄졌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투표 참여 열기가 낮았던 과거 선거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텔레토비부터 투표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텔레토비 출연자 가운데 유일하게 20대인 또는 19일 대선이 자신의 첫번째 대통령 선거다. 또는 “20대가 스스로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자 한다면 더이상 정치와 선거를 외면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15일 밤 여의도 텔레토비를 챙겨 본다면 투표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15일 밤 11시에 방송될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 마지막 회는 이렇게 끝날 예정이다. “과연 누가 18대 반장이 될까요. 우리 여의도 동산을 위해 꼭 투표하세요!”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관련 영상] 쫄지말고 투표하자 (김뉴타 202회)
젊은층에서 열광적 호응 얻어
“왜 ‘또’만 욕쟁이냐”
새누리당, 불공정하단 지적에
선거방송심의위 회부됐지만
되레 시청률 올리는 효과 살기 힘들다 불평하면서
정치는 진부하다고 관심 없대요
텔레토비가 가장 잘한 일은
‘너랑 정치는 상관있거든!’
이걸 보여줬다는 점이죠
여러분, 19일 꼭 투표하세요 ‘앗, 저건 또!’ 빨간색 인형옷을 입은 낯익은 캐릭터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씨제이이앤엠(CJ E&M) 센터 분장실에서 나왔다. ‘또’는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에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 가운데 하나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풍자하고 있다. 주특기는 ‘삐’ 소리로 처리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강도 높은 욕설이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의 여성 캐릭터가 내뱉는 걸쭉한 욕설은 묘한 반전의 쾌감을 안겨준다. 욕쟁이 또를 연기하고 있는 김슬기(21)씨는 서울예술대 연기과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김씨에게 인형옷을 입고 하는 연기가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이걸 쓰고 있으면 예뻐져요. 다들 탈을 썼을 때가 예쁘다고, 평소에도 벗지 말고 쓰고 다니래요”라며 웃었다. 그는 특유의 욕설 연기에 대해서도 “평소에 욕을 안 하는데, 욕설 연기가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대답, “제가 안 한다고 해서 (욕설을) 안 듣는 건 아니니까요. 으하하하.” 시청자 배꼽 빼놓은 ‘티브이토론 편’ 케이블채널 <티브이엔>(tvN)이 방영하는 ‘에스엔엘(SNL) 코리아’의 인기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가 15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목요일인 지난 13일 밤 11시께 씨제이이앤엠 센터에서는 또를 비롯한 모든 텔레토비 캐릭터가 모여 마지막 방송 녹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텔레토비)는 이명박 대통령(엠비)과 각각 새누리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소속인 박근혜(또), 문재인(문제니), 이정희(구라돌이) 등 대통령 후보를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텔레토비 방영이 시작된 뒤 대선 레이스에서 빠졌지만 인기 캐릭터 ‘안쳤어’의 출연은 계속되고 있다. 텔레토비의 가장 큰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현실 정치에 대한 감각적이고도 날카로운 풍자에서 나온다. 지난 8일 방송에서는 박근혜-문재인-이정희 후보의 4일 첫 티브이 토론회를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젊은 시청자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티브이 토론 당시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날선 공세를 멈추지 않았고, 박 후보는 이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문 후보는 두 여성 후보의 공방 속에서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텔레토비는 이 장면을 가수 임재범이 부른 ‘너를 위해’의 노랫말 ‘내 거친 생각과~(이정희), 불안한 눈빛과~(박근혜), 그걸 지켜보는 너~(문재인)’에 실어 ‘깨알같이’ 풍자했다. 구라돌이의 파상공세에 맞닥뜨린 또는 “너는 ‘듣보잡’인데 토론에 나오는 이유가 있냐”며 어설픈 반격을 시도해보지만, “너 떨어뜨리려고 나왔다, 이 ×××야”라는 구라돌이의 역습에 또다시 ‘멘붕’(멘탈붕괴)에 빠지는 설정도 티브이 토론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시청률 조사업체 에이지비(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집계(케이블 가입가구 기준)한 이날 텔레토비 시청률은 1.92%, 순간 최고 시청률 2.44%였다. 텔레토비의 평균 시청률은 1% 안팎이었다.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어른을 위한 정치 풍자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이유는 뭘까. 텔레토비의 마지막 녹화날이었던 13일 밤 녹화장 안팎에서 만난 출연진은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의 열광을 텔레토비 인기의 주요 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텔레토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캐릭터 ‘엠비’를 연기한 김원해(43)씨의 말이다. “20대 안팎의 젊은층은 그동안 정치를 일단 ‘진부한 것’ ‘구태’, 이렇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텔레토비를 하면서 정치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박근혜, 문재인이 누구인지조차 몰랐던 시청자에게 정치권의 최근 현안과 화제를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미있게 전달하려 했어요. 텔레토비가 긍정적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젊은층에게 ‘정치는 더이상 나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는 메시지를 전해준 것 아닐까 싶습니다.”
케이블채널 <티브이엔>(tvN)이 방영하는 ‘에스엔엘(SNL) 코리아’의 인기 꼭지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녹화 현장.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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